로마로 가는 길
김혜지 지음
책구름
살면서 한번쯤 나 자신을 돌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매번 떠 오르는 건 걷기이다.
걷고 걷다보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천천히
살면서 겪었던 희노애락을 떠올리며 마지막엔 늘 희망을 약속한다.
내겐 약속하지 못할 "순례길" 이라는 걷기.
세상엔 내가 하지 못하는 많은 일들을 쉽게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이 있다.
7년 전 가방 하나로 시작된 여행하는 삶을 지금까지 계속 이어가고 있는 저자 부부의 이야기이다.
순례길 하면 제일먼저 "산티아고"가 생각이 난다.
부부는 루카(Lucca) 에서 시작해서 로마까지 400킬로미터를 하루평균 20킬로를 걸어 20일만에 완주했다.
비아 프란치제나 이탈리아의 45개 코스 중 루카는 교통이 편리하고 걸으면서 아름다운 소도시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을 느꼈다.
그 길에서는 여러 얼굴들의 사연과 목적, 희망을 가진 친절하고 배려깊은 이방인들도 만나게 된다.
"오후에 비 소식이 있고, 앞으로 먹고 마실 곳도 없이 계속 땡볕에 이런 풍경이 반복된대. 우린 택시를 탈거야."
"나는 오로지 걷기 위해 이 길을 떠나왔어."
80p
순례길의 목적이 몇 킬로미터를 쉼없이 걷고 힘이 들더라도 교통수단을 절대 이용하지 않으며 순례 도장을 꼭 받아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
다만 내가 이 험한 여정의 길을 걷는 목적과 이유를 생각하면 누구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 오롯이 내면과의 끌림과 약속때문에 시작한 발걸음이기에 유혹도, 작은 아픔도 견딜수 있으리라.
day 14 EST! EST!! EST!!! (있다! 있다!! 있다!!!)
독일 카톨릭 주교 요한네스 데푸크는 교황을 만나러 로마로 내려 가는 길에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곳에 'EST(있다)' 란 표시를 써 놓으라고 지시 했는데 몬테피아스코네 지역의 와인이 너무 맛있어서 'EST! EST!! EST!!! 라고 무려 세번의 반복과 느낌표를 6개나 붙였다. 200p
는 구절에서 와인을 좋아하는 나도 한번쯤 가 보고 싶은 기대가 스물스물 일었다.
상큼한 포도주향이 힘든 걷기의 활력소가 되었을 것 같았다.
걷다보면 후회도 하게 되고 내리쬐는 햇볕이 밉기도 하고, 목을 축일 한모금의 물도 생명수인양 아끼며 물집과 화상으로 힘들어해도, 내 옆엔 사랑하는 사람이 같이 걷고 마주하는 맛있는 음식에 행복하고 초라하지만 꿀 같은 잠을 청할 수 있는 숙소가 있어 하루가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내일도 몇십킬로를 걸어야하지만 어제보다 단단해 지고 점점 빨라지는 목적의 길에 뿌듯함과 다음을 약속할 수 있는 보지 못했던 인연들과 아름다운 풍경이 있어 이 길이 헛되지 않다.
누구에게 인정받기위함 아닌 스스로의 행복의 가치를 깨닫게 된 순례길은 남이 알 수 없는 내 세상에서의 우주가 몇발자욱 더 깊이있고 큰 자존감으로 성숙해 있을것임에 분명할 것이다.
세상엔 내가 가지 않은 길과 가야하는 길로 나뉘며 어떤 길을 택하는지는 오직 나의 선택임을 이 책을 통해 또 다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순례를 위한 여행 가이드가 참고되어있어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더 쉽고 편안한 길로 끌어준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