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싸부
김자령 지음
시월이일
요리에 관한 에세이는 흔해도 소설을 마주한 지는 참 오래간만이다.
진부한 클리셰는 자칫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전문지식이 풍부한 스토리엔 알지 못했던 용어나 사실을 책을 통해 더 깊이 빠져들게하고, 덮고 나서의 여운이 오래남는 소설은 한동안 나를 어떤 매개체를 찾게하는 그리움도 있다.
어떤 한 분야에 오래 몸담은 사람들을 보면 특유의 고집이 있는 것 같다.
한길, 한 곳만 오래도록 바라봐서인지 그 고집이 아집이라기엔 비할데가 없으니 반박할 여지도 없다.
회사생활을 오래 버티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은 죽어도 이해못할 그들만의 의지는 장인정신이라는 케케묵은 고유어도 미안해질 정도로 고단한 삶이었으리라.
책의 주인공 두위광의 이야기는 주위 사람이 "펑즈(미친사람)" 라 불릴만큼 중식에서의 자부심과 소신이 깊었던 사람이다.
어떤 일에 펑즈가 된다는 건 수십년 외길만 걸어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명동 최고의 화상 주사의 청요리집에서 동네 중국집으로 내몰린 사연.
주변 범상치 않은 인물들의 의리와 연민..그리고 존경.
건담(먹성이 좋다) 란 이름의 주방에서 만큼은 삶의 활력과 희열을 느꼈던 싸부의 얘기치 않은 인간본연의 삶.
변할 것 같지않은 사람도 변할 수 있는 계기와 직원들과의 사사건건, 감초역할과 더불어 각자의 개성이 담긴 하나하나의 주인공들.
"들어야 할 소리가 천지야! 끓는 소리, 튀기는 소리, 볶는 소리, 재료따라, 조리법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 타는 소리, 물이 졸아드는 소리, 뼈를 내리치는 소리, 마늘 찧는 소리, 새우 짓이기는 소리...다 다르다.주방에서 음악 틀어놓고 일 하는 놈들은 정신 나간 놈들이지. 귀 막고 무슨 요리를 하겠단 말이야!" 33p
영화를 보는 듯, 드라마를 시청하는 듯 한편의 시나리오가 완성되어 프레임 안에서 연기자들이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
기름 끓는 소리, 칼질 소리, 땀 흐르는 소리,잘못해서 고함치는 소리...
생생하고 생동감 있게 글의 맛을 느끼며 어느 중국집 주방 안에서 카메라를 들고 들어 간 pd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뜨거운 짜장면과 소스부운 탕수육,중국식 냉면과 진수성찬 요리들을 맛본다.
요리를 잘하지도 못하고 재료법에 맞는 시식도 잘 모르지만
"건담" 청요리집에서의 두위광이 시키는 대로 먹으면 최상의 요리를 만끽할것만 같다.
책에서 중국요리 냄새가 짙게 나는 싸부의 실력을 마음껏 즐긴 며칠이 행복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