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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탄생

[도서] 소리의 탄생

데이비드 헨디 저/배현,한정연 공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옛날부터 유럽에선 웅변, 연설이 정치의 주요한 요소 중 하나이자 정치인이 가져야 할 능력이었고 군대에서 울려 퍼지는 타악기, 관악기 소리는 사기를 고취시킬 뿐만 아니라 명령 체계도 전달했다. 냉전기에 자유 진영이 동유럽에 퍼트린 것은 전파를 타고 간 소리였다. 이렇듯 소리는 그 자체로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인간은 소리를 만들어내고, 소리에 영향을 받고, 소리로 소통을 한다. 때론 윗 사람이 소리로 아랫 사람들을 통제하고 명령하기도 했으며 때론 아랫 사람들이 윗 사람에게 소리로 항의를 하고 조롱을 했다. 지배층, 피지배층 가릴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소리를 쓰고 소리를 듣는다.

 그렇기에 소리로 사람들을 알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살고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소리는 천차만별로 달라졌으며 동시에 어떤 소리가 얼마나 들리고 어디까지 들리냐에 따라 사람들이 영향을 받고 변화하기도 했다. 인간의 역사에서 소리는 인간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화해왔고 그렇기에 으레 물건이나 풍습이 그러하듯 권역별로, 지역별로, 도시별로 서로 다른 소리의 형식이 갖춰져 사운드스케이프로 정착했다.

 이 책은 이런, 소리가 가지는 다양한 능력과 역할을 시간 순서별로 나열해 설명한다. 고대 샤먼의 외침은 그대로 남기도, 종소리와 성가대 합창으로 바뀌기도 했지만 그 목적은 사람들에게 종교, 나아가 종교 집단의 권위를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데 있었고 로마의, 에든버러의, 그리고 다른 수많은 도시의 사운드스케이프는 달랐지만 언제나 부유층은 보다 고요한 곳에, 빈민층은 덜 고요한 곳에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알던 것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었다. 성당이 오페라 극장과 같이 소리를 증폭시키는 구조라는 것은 알았지만 증폭된 소리가 대중을 현혹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고 총소리로 원주민을 압도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총소리로 권력의 범위까지 규정되는 것은 몰랐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조금 더 넓은 관점을 지니게 되었다. 소리가 가지는 힘을 되새기게 되었고, 역사에서 소리가 가지는 비중 또한 확실히 인식하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을 읽고 나선 당장 내 주변의 사운드스케이프부터 생각해 보았는데 옛날과 다르게 현대는 참 빨리 변화해가는 것 같다. 내가 사는 도시는 한적하다고도, 북적거린다고도 할 수 있는 남쪽의 해안 도시인데 어릴 적엔 뱃고동 소리가 심심찮게 울리고 동네 어린이 자전거에서 쉼없이 전자음이 흘러나오던 것이 요즈음엔 듣기 힘들고 비행기 지나는 소리가 더 잦아지고 자동차 전기 모터 소리가 새로이 들린다.

 인간은 자연스러운 것을 무시한다는 말이 있다. 지나치게 익숙한 건 외려 놓치기 쉽다는 뜻이고 나는 소리가 그런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당장 책의 뒤 표지에도 쓰여 있듯, 소리를 통해 인류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의 첫째 목적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느낀 대로, 또 이 책의 중간에 써져 있는 대로, 무심코 지나치던 주변의 소리와 소음을 깨닫고 그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좌우하는 사운드스케이프를 느끼고 통제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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