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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만든 세계

[도서] 글이 만든 세계

마틴 푸크너 저/최파일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영국의 미디어 그룹, '퓨처'에서 운영하는 '라이브 사이언스'에서 선정한 가장 중요한 발명품 중 하나에 인쇄기가 선정됐다. 미국의 '히스토리'에서도 마찬가지로 11개 주요 발명품 중 하나로 인쇄기를 선정했다. 인간의 역사에 있어 인쇄가 그만큼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고, 달리 말해 그 인쇄기가 뽑아내는 글들이 인간의 역사에 아주 크고 중요한 부품으로 동작해왔음을 시사한다.


 이렇듯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글이기에 우리는 글로써 역사를 파악할 수도 있고, 어떤 역사를 알기 위해선 어떤 글을 알아야만 하기도 한다. 더불어, 이런 글들이 어떻게, 무슨 의도로, 누구에 의해 쓰여졌는지 알아보며 글을 해체함으로써 역사를 더 잘 이해할 수도 있다. 이 책은 다양한 글들을 해체하고, 해설하며 우리에게 글로 보는 역사관을 장착해주고 그 글들에 대한 이해도 심화시켜준다.


 난 역사에 나름 관심이 있다 자부했음에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알렉산드로스가 떠난 여정이 호메로스의 재연임을 몰랐고, 겐지 이야기는 헤이안 시대를 대표하는 서적이자 세계 최초의 소설로만 알았지 헤이안 시대의 궁정을 낱낱히 묘사한, 그로 인해 교과서처럼 사용되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95개조 반박문이 종교 개혁을 불러 일으켰고 유럽 세계의 거대한 소용돌이였던 30년 전쟁을 궁극적으로 촉발시켰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문헌들이 현대 세계의 언론 전쟁의 머나먼 시초임은 알지 못했고, 돈키호테를 유럽 세계의 소설의 시작으로 알았지 유럽 세계에 만연한 기사 산문에 대한 저항임은 알지 못했다.


 당시의 글을 알면 알수록 그 시기의 역사를 더 잘 볼 수 있게 되었다. 기계적으로 연결되던 몇몇 역사가 유기적으로 다시 짜여져 내게 다가왔고, 각기 다르게 취급했던 역사 사이의 공통된 흐름을 포착할 수 있었다. 일전에 읽은, 하나의 주제로 역사를 관통한다는 점에서 이 책과 유사한 '소리의 탄생'이라는 책과도 비슷한 효과지만, 이 책이 더 강렬한 것 같다. 그 책이 각각의 역사를 더 심층적으로 분석하게 도와주는데 그쳤다면, 이 책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도울 뿐만 아니라 각각의 역사 사이에 끈끈한 연결이 있다는 것을 또한 깨우쳐 주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기 전에 소개된 18개 문헌 중 문학적 가치나 역사적 가치가 다른 동류 소설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는 해리 포터가 왜 다른 소설을 제치고 수록되었는지 의문을 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부정적 어조는 아니다만) 이 책에서도 역시 해리 포터가 '중세식 잡탕'이라고 소개되었다. 그러나 이 소설이 '중세적 잡탕'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기술, 플랫폼, 2차 상품의 범람이 뒤섞인)'현대적 잡탕'이기도 하다는 것을 제시했다. 그 점에선 나도 이 책에 해리 포터가 들어간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찌 되었건, 소수 마니아에 의해 주로 소비되는 실마릴리온과 같은 광대하고 신화적인 판타지에 비해 해리 포터는 (작가 말마따나)온갖 유형의 오락 산업에 얼굴을 내밀며, 소수 마니아와 동시에 대중에 의해서도 소비되는 IP니까.


이 리뷰는 YES24의 리뷰어클럽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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