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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독식 사회

[도서] 엘리트 독식 사회

아난드 기리다라다스 저/정인경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지금까지 난 총 2권, '공산당 선언'까지 합친다면 총 3권의 엘리트 연구서를 읽어봤다. 그것들은 거시적 관점의 얘기를, 그리고 엘리트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뤄왔다. 엘리트는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엘리트는 어떤 행위를 하며 또 어떤 사상을 가지는가? 엘리트는 어떤 해악을 끼치며 어떻게 우리 사회를 좀먹는가? 이런 주제들에서 제기되는 세부적인 문제점들이 있고, 이 책에선 그 중 이것을 다룬다: 언론을 장악한다, 정치를 장악한다, 기어코, 여론을 장악한다. 


 수많은 사회가 있었고, 각 사회마다 그 사회의 지도층들, 엘리트를 바라보는 민중의 시선을 늘 달랐지만, 대부분은 부정적이었다. 특히, 산업화 이후론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산업화 이후로 세계화가 다가왔다. 세계화는 수많은 사회를 엮어 -비록 개성 강한 지역 사회가 여럿 남아 있지만서도- 세계라는 하나의 집합을, 사회를 형성했다. 이 사회에서는 민중이 적대하지 않는 엘리트가 존재한다.

 엘론 머스크,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와 같은 실리콘밸리의 혁신가들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호이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존경받고, 그들의 롤모델이 된다. 그들이, IT 산업을 비롯한 이들이 관장하는 신흥 산업이 현대 미국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현대 미국- 나아가 전 세계의 빈부격차에 현저한 책임과 잘못이 있음에도 그러하다. 


 그것은 그들이 세계의 혁신을, 개혁을, 긍정적 변화를, 일반 대중들을 위한 무언가를 한다고 주장하며 또 대중들이 그것을 수긍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의 부호들 중 적잖은 수가 기부를 통한 사회 환원을 하고 있기도 하고, 페이스북과 같이 현대 IT 산업의 산물이 아랍의 봄과 같은 가시적 효과를 보였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존 케인이 정의한 도덕 자본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들은 제국주의 시대 대영제국이 노예 무역을 근절하며 그러했듯, 자신들의 이익과 악행에 비하면 더없이 작은 선행을 베풀며 그것으로 도덕적 위신을 얻고 정치적 목적을 성취하거나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간단히 말해, 선행이라는 얇디 얇은 망토로 악행이라는 거대한 석상을 가려놓는 것이다.

 저자, 아난드 기리다라다스도 이를 꾸짖는다. 그들이 조금의 선행을 대가로 시스템의 근본적 변혁을 막는다고, 노예에게 친절히 대함으로서 노예가 그들의 처지를 알지도 못하게 만든다고 꾸짖는다.


 그들은 그것을 위해 다양한 공작을 진행한다. 그들을 옹호하고 정당화 하는 이론을 퍼트리고, 그들이 세상을 뒤바꾸는 사람이라고 포장하며, 그것을 위하여, 마치 중세의 왕들이 그들의 권위를 위해 신학자들을 고용했듯, 그들의 이념을 퍼트릴 선전자를, 그들을 위해 봉사할 어용학자를, 엘리트들의 권력을 확보하고 지켜줄 그들의 헤르만 괴링을 만든다. 그렇게 함으로서 그들은 세계에 만연한 숱한 폐해들을 만든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타개할 해결사로 등장하며 정부 요인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 -원래는 그들을 견제하고 통제 해야 할- 정부 요인, 그 자체가 된다.


 때로는 협력을, 때로는 후원을, 때로는 자선을 해나가면서 그들은 세계를 장악한다. 완성될 그들의 이상 세계는 여태껏 있었던 그 어떤 세계와도 다르다, 이전까지의 세계는 물질을 착취할지언정 그들의 생각마저 착취하진 못했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 세계에선, 가장 밑바닥에 있는 자들이 가장 위에 위치한 자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자신들을 밑바닥에 쳐박은, 그들을 그렇게 살게 만든 자들이 누군지도 모른 채 그 사람들이 넓다란 과수원에서 따주는 하나의 과실에 고마움을 표한다. 


 제일 처음 말했듯, 이 책은 다른 엘리트 연구서에 비해 미시적인 경향이 강한 책이다. 개개인의 시점을 더 강조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다루는 주제 자체도 그러하다. 엘리트 그 자체가 아니라 엘리트가 그들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행하는 이념적 공작에 주 초점을 맞췄다. 또한 저자가 그들의 일원, 그들의 어용학자 중 하나라는 것이 특이점이다. 비단 저자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저자가 인용하고 등장시킨 수많은 어용학자들이 그들의 실태를 직접 고백한다. 그 덕분에 이 책은 더 없는 생생함과 설득력을 보인다.

 그렇기에 이 책은 여러 면모를 동시에 보인다. 미시적인 부분을 다룬다는 점에서 다른 엘리트 연구서 이후에 읽으면 좋을 법한 책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책이 품고 있는 생생함과 설득력은 그 무엇보다 사람들을 엘리트의 행태에 관심을 가지도록 만들기 적합한 속성이다. 따라서 이 책은 다른 엘리트 연구서를 읽은 사람에게도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엘리트 연구에 대해 입문하는 사람이 읽기에 특히 적절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 리뷰는 YES24의 리뷰어클럽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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