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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도서]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하라 료 저/권일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내가 좋아하는 탐정은 많지만 (내가 좋아하는 탐정들, 또는 콤비 (만날때마다 업데이트)), 내가 좀 몰입해서 혼자 열받고 혼자 울고불고하는 스타일인지라, 엄청나게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비극에 나오는 것처럼 불운한 탐정보다는, 보고있는게 믿음직한, 탐정 자신 스스로도 충만한 그런 인물이 더 끌린다 (최근엔 미미여사의 행복한 탐정이 좀 불행해져서..쩝). 그런데, 이 사와자키는 보고있으면 참 듬직한데다가 내가 이상적으로 꿈구는 인물상까지 겸비하고 있어 사랑하지않을 수가 없다.

 

살면서 여러가지의 모멘텀을 만드는 책도 있었고 모멘텀을 같이하는 작품도 있었는데, 이 시리즈는 전자에 가깝다 (그중 하나는 수잔 손탁여사의 [타인의 고통]이었고). 이 시리즈와 또 하나의 시리즈를 원문으로 꼭 읽어야하겠고, 언젠가는 작가도 만나 꼭 좋아한다 말하고도 싶어서 일년반을 투자해 일본어공부만 했었다. 근데 막상 책을 읽고나니, 하드커버가 아니라 문고판을 산게 왠지 미안해지고 있다. 최근에 작가가 14년만에 책을 내놓으셔서 더더욱.

 

이 책이 도착하기전까지 읽던 책을 빨리 읽고 준비를 했는데, 아니, 그 전작들을 다시 읽었어야했다. 2번 읽은 작품도 있어 다 기억한다 생각했는데, 막상 이 장편으로는 4탄 (시리즈순서로는 단편 포함 5번째)인 이 작품안엔 이전의 인연들이 가끔씩 등장하는 판에, 안그래도 강박적인 나를 좀 괴롭게했다.

 

어쩜 이 작품을 시리즈 중에서 먼저 잡으시려는 분이 있다면, 1권부터 연달아 잡으시라, 가능하면 휴가때나 시간을 내서 연달아 잡아도 전혀 후회가 없을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만약 이 작품을 먼저 잡는 분이 계시다면, 사와자키에 대한 간단소개를..

 

사와자키 (沢崎, 사와사키라고 읽기쉽지만, 사와자키), 40대 초반 172~173cm 정도의 키. 20대였을무렵, 20여년전부터 전직경찰인 와타나베의 밑에서 일을 시작해, 여전히 (그가 경찰와 야쿠자를 둘 다 등치고 도망간뒤 그의 이야기는 스포일이니 생략) 와타나베의 이름을 걸어둔, 니시신주쿠 '나루코텐신사'근처 건물 2층 사무실에서 홀로 사립탐정일을 하고 있다. 올해 나온 5탄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지는 모르나, 1탄과 2탄 사이엔 2년정도 시간이 흘렀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로 보아 아무리 길어도 1~2년 이상은 흐르니 않았다. 그래서 4탄 (2004년)은 3탄 (1995)에서 그닥 시간이 흐르지않았는지, 그는 휴대폰 사용법을 모른다. 그는 잘나가지 않은 자동차 블루버드를 그냥 굴리고 (하지만, 약간 츤데레인지라 돈이 들어가서 새차를 사지않는게 아니라 블루버드를 좋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솔직히 이 블루버드도 그걸 아는거 같다는 생각이 이책 초반 느껴진다;;;) 취미로 바둑을 좋아하며 필터없는 담배 피스를 사두고 피며 24시간 전화응답시스템으로 비서를 대신한다.

 

... 탐정수칙 삼항목을 복창하면서 시간을 떄웠다. 강한 적과의 교전은 피한다. 공격하기 쉬운 쪽부터 공략하라. 이용할 수 있다면 뭐든 이용한다. 삼항목은 오타케 히데오 구단의 신간 [오타케 병법의 비결] 머리말에 적힌 바둑 수칙 십개조를 표절한 것이었다.....p.146

 

일이 없으면 가끔 맘에는 들지않는 경비일도 맡으며 필요한 경비를 벌지만 그는 그 어떤 것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는 삶을 구가하고 있다. 탐정으로서 그는 관찰력, 추리력, 미행력, 사교력, 사람의 심리파악, 담력, 협상력 등에 있어서 평균점을 윗돌며 (아니 매우 상급이다. 사교력 뺴곤) 그 무엇보다도 인간으로서 의리가 있는데다가 사람의 마음을 다치지않게 노력하려는 마음가짐 (음, 그에게 있어선 의식하는 그런 어떤 원칙이 아니라 이미 인간성에 포함되어있는)을 가진, 탐정으로서도 또 인간으로서 꽤 좋은 사람이다. 게다가, 그는 강하며 말도 무척 예쁘게 말한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으면서 더욱 느낀건, 정말 돈에 관심이 없다. 돈을 거절할때마다 내가 가서 챙겨주고 싶을 정도이다. 물욕이 없으며, 자기가 가진 것 이상 자기것이 아닌것을 탐내지않는다. 그점이 바로 경찰이나 야쿠자 (그는 야쿠자를 싫어하지만, 말이 통하는 상대라면 거짓말을 하지않고 그걸 상대방도 알고, 똘마니들이 사와자키를 건드리지않게 한다)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는 상대방에 대해서 평가를 내리지않는다. 물을 권유하는 여대생이나 히키고모리 청년에 대해서도, 엄청난 부자거나 미모의 여성에 대해서도. 그들의 스펙은 그들에 대한 정보일뿐. 물이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싶다고 하는거고, 누군가에게 보답을 요구하며 일자리부탁을 하면 부끄러움을 느끼고. 정말로 인간적으로 담백하고, 인간적인 도리를 담백하게 지키는지라, 사건의 전개에 도움이 안되는 장면들이라도 그의 반응은 주의깊게 읽게되고, 당연한건데 신선함을 느끼고 감탄하게 된다.

 

... 젊은 여성이 베푸는 이런 친절을 받아들이는게 예의인지 사양하는게 예의인지 알 수 없었기 떄문이다. 그 까닭은 당연한 사실을 잠깐 잊었기 떄문이었다. 목이 마르면 받아들이고 마르지않으면 사양한다. 당연히 이게 적절한 대응이다....p.14

 

... "놀리거나 무시하는거 아니지? 하루종일 이웃집이나 엿보는 이상한 놈이라고." "... 적어도 내겐 지금 해준 이야기가 큰 도움...자신이 이상한 놈인지 어떤지는 스스로 판단할 수 밖에 없어."...p.65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우리는 누군가를 등지는 짓을 했을때 비로소 상대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걸 깨달았을때는 이미 자격을 잃은 상태다....p.86

 

... 의뢰받은 업무로 한게 아닙니다. 그뒤에 일어난 일들은 말하자면 제 호기심과 구경꾼 근성이 불러온 우연한 결과에 지나지않아요. 제 업무에 충실한 탐정이었다면 그때 주차장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건 바로 이 사무실에 돌아왔어야 합니다. 보수를 받을 수 없는 일로 보수를 받는다면 나는 탐정 간판을 내려야겠죠....p.109

 

..나로서는 어찌해볼 방법이 없는 조사를 맡겠다고 한다면 그건 사기를 치는거나 마찬가지죠...p.110

 

...내게는 상식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적절한 규정요금이 있어요. 그런 터무니없는 요금은 받으면 앞으로 그런 일을 했을때 규정된 요즘밖에 받을 수 없다는게 한심하게 느껴질 겁니다. 그래서 곤란해요....p.385

 

이 작품에선 관찰력과 심리분석이 꽤 뛰어난데, 가끔 툭 던지는 말들이 무슨 의미일까 나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p.105에서 우는 여자의 심리는 뭘까, 하~). 여하간, 인간적으로 참 이상적인 인물이다, 나에게 있어.

 

여하간, 한해가 얼마남지않은 시간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짜약 사기단을 잡기위해 병원에 위장침투했던 일을 끝내고 비워두었던 사무실에 돌아왔을떄, 이부키 게이코란 여대생의 방문과 의뢰를 받는다. 예전 사와자키의 파트너였던 와타나베와의 인연으로 위급할때 그를 찾아가라는 말에 일말의 희망을 걸었다는, 그녀의 어머니는 남편이자 게이코의 아버지인 이부키 데쓰야를 구해달라는 의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전직폭력단원이자, 이전 폭력단보스가 내연녀로부터 얻은 딸의 남편인, 현 폭력단보스와 제부 (각각의 어머니가 다르지만) 관계인, 현재는 성공한 음식점 체인 사장인 남편, 이부키 데쓰야가 은행 총격사건의 범인으로 자수를 했지만, 실제범인은 배다른 남동생 벳쇼 후미오이고 그가 앙심을 품고 은행직원과 다른 폭력단보스를 총을 쏜뒤 사라져서, 폭력조직간 싸움이 크게 될까봐 남편이 대신 자수를 했다는 것. 하지만, 사와자키는 의뢰를 거절하지만 (거절한건 위험하고 어쩌고가 아니라, 어차리 경찰이 해결할 일을 자기가 나서서 일하고 돈받으면 사기라고), 게이코를 아버지 면회시간에 맞춰 경찰서에 갈 수 있게 블루버드를 몬다. 그녀를 내려다주고, 주차장에서부터 뭔가를 느낀 그는 가만히 관찰을 하고, 이부키 데쓰야가 경찰2명의 보호와 감시아래 주차장에 내려온 순간, 그를 향한 총구를 내미는 차를 뒤에서 추돌해버린다.

 

의뢰받은 사건은 아니지만, 위험함을 감지한 사와자키는, 이로 인해 이부키 데쓰야의 살인미수 겸 호위경찰의 살인사건과 함께, 은행총격사건시 사라졌던 90대의, 정계를 뒤흔들 정보를 갖고있는 노인의 유괴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이 녀석만은 재상을 시키고 싶지않다는 마음쪽에 거짓이 적지. 그래서 실수도 적은거고....p.123

(찍고싶은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투표를 하냐???는 자신의 권리이자 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이라도 열심히 찾아서 투표권을 행사해야하는 것이다)

 

사와자키는 사립탐정이다. 그걸 가끔 자조적으로 이야기하지만, 그처럼 사립탐정의 본분을 지키는 사람은 다시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에서 일을 의뢰받고, 상식적은 수준에서 보수를 받으며, 의뢰된 일을 하는 동안 자신이 얻은 정보를 경찰에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않는다. 그가 가장 충실할 것은, 의뢰받은 동안의 의뢰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어떤 면으로는 경찰이나 야쿠자가 꽤 눈의 가시로 여길것 같지만, 의외로 자신의 이해관계를 따지지않고, 거짓말을 하지않는다는 점이, 이 작품 속에서만도 적어도 2번정도 총을 맞을 위기를 넘기며, 언젠가의 위기나 도움의 상황에서도 끈을 이어갈 수 있는 인연을 만든다. 그는 사람과 적극적인 인연을 맺을 의사는 전혀 없어보이나, 사람을 대할때 싫어하지않고 담백하게 상대받을 받아들이기에, 적인 사람들도 그에게 호의를 갖게 된다.

 

이 작품은 사건이 겉으로 보이는 이면의 양상을 띄고 있어 복잡하지만, 하나씩 사와자키의 뒤를 따라가며 (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나 독자와 모든 것을 나누지않는다. 그는 심지어 독자와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듯하다) 사건은 해결되고 또 새로운 문제로 이어진다. 마치 셜록 홈즈의 명언처럼 의미없고 관련없는 것들을 하나씩 소거해나가면서 범인의 윤곽이 잡히고, 사건 이상으로 관련된 인물들의 인생이 꽤 중요하게 떠오른다. 왜 거절했을까, 왜 태울까, 그는 왜 '어리석은자'란 말을 했을까 등등.

 

제목과 관련해서, 그 '어리석은자'를 언급한 자가 그 말을 뱉은 파국의 시점에서 다음 말이 떠오른다.

 

... 즐거운 시간은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게 인생의 첫걸음이지만, 괴로운 시간 역시 마찬가지라는 사실은 인생이 끝나갈 떄가 되어서도 알기 어렵다....p.186

너무 사와자키에게 거품을 물었던가, 사람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담백한 거리를 유지하고, 또 인간답게 산다는 것을 다시 곱씹게 해준 인물인지라, 내 애정을 이렇게밖에 표현하지않을 수가 없었다.

 

 

 

다음은 그동안 시리즈 중에서 가장 내가 좋아했던 파트들.

 

내 나이의 절반도 살지않은 젊은이에게 말했다.

" 다른집 어머니와 아버지를 두세명 합친 것보다 훨씬 훌륭한 어머니를 두었으면 다른 집 애들 처럼 징징거리는 소리는 하지마."..아소는...잔뜩 취한 상태였지만 애써 당당한 걸음걸이로 사무실을 나갔다...p.106~107, [천사들의 탐정]

 

사와자키 : 방금 정체물명의 남자로부터 전화가 와서 오늘밤 8시까지 어느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어.

니시고리 : 난 네 아빠가 아니야. 너 하고 싶은대로 해.

사와자키 : 그 남자가 마카베 사야카라는 이름을 대더군.

니시고리 : 뭐라고? 그 말을 먼저 해야지! 그 남자하곤 어디서 만나기로 했지?

사와자키 : 넌 내 아빠가 아니야 (전화 끊는다), 2탄 [내가 죽인 소녀] 중에서 각색^^

 

아, 표지나 디자인에 대해서 이제 리뷰에서도 언급하기로 했지. 그동안 각각의 표지도 강렬하게 꽤 마음에 들었는데, 이제 품절된거 1탄부터 다시 나호며 서로 시리즈로 책장에 놓아도 조화로울것 같다, 사이즈는 다 맞는데 다 제각각인 느낌이었어.

 

 

새로 나온 1탄은 원래 표지디자인에서 파란잉크로 바뀌었던게 꽤 마음에 들었고, 이 4탄은 배경이 겨울이었고 (내가 가진 원서문고판에선 남자의 실루엣), 내용에서처럼 어지러히 차와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표지를 벗겨 안쪽 표지를 보면 한 사람으로 보이는 발자욱이 한방향으로 가고 있어 꽤 마음에 든다 (음, 근데 보폭이 좀 넓은걸? ;;;)

 

 

 

p.s: 하라 료 (原 尞, 原 りょう)

1988. そして夜は甦る,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그리고 난 깊이 매료되었다

1989, 私が殺した少女, 내가 죽인소녀 존재감강한 작가의 강철개성의 탐정

1990, 天使たちの探偵 천사들의 탐정 내가 사랑하는 탐정

1995, さらば長き眠り, 안녕 긴잠이여 내가 사랑하는 작가 카테고리로 등극하심

--> 첫번쨰 단편 '소년을 본 남자'는  [노란흡혈귀],  구판안내: [일본서스펜스걸작선]

2004, 愚か者死すべし,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2018, それまでの明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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