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랑귀인 나는, 간단한 설명이나 추천 정도 아닌 이상 타인의 리뷰나 평을 읽고 강한 인상을 받지않으려 노력한다. 따라서, 누군가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의 책을 썼고 그중에 내가 안읽은 작품일 경우에는 그 부분은 가급적 나중에 읽으려 한다.....만, 시간에 마치 주름이 있는 듯 내가 읽는 속도보다는 내가 사들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 그리고 세상은 넓고 책은 많듯, 내가 읽은 책보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읽었어야 했다고 또는 읽는 것인 좋다고 하는 책들이 많은지라, 점점 더 많이 나오는 이런 책들은 읽기 힘들다.
그럼에도, 난 이 책을 사들여 (안타깝게;;;도 yes24에는 없다) 읽은 것은, 이 책이 독서하는 이의 기분에 따라 마치 음식 메뉴 추천하듯 간단히 작품소개만을 해준다는 것. 책을 읽기전에 어떤 인상을 미리 주지는 않는다. 아마존 리뷰엔 'more than a list'라고 쓴게 있는데, 그렇다. 일종의 list이다. 하지만, 잘 만든 리스트로 독자를 이끌어주고 혹하여 읽게해줄 뿐 어떤 선입견이나 이미지를 미리 만들어놓지않아 매우 마음에 든다.
아, 나 리스트 만드는거 너무 좋아하는데,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고싶단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저자만큼 사심이 없을것 같지않다.
그리하여 추천사를 쓴 저널리스트 Susan Stamberg가 자신의 핑크소파에 눕듯 소파에 철퍼덕 붙어 이 책을 읽으면서,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였다. 최근 시큰둥신드롬에 걸려 (안중근 의사는 '하루도 책을 안읽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하셨는데 난 뭐 어디하나 불편한데 없이 끄떡없었다 ^^;;;;;) 당최 일주일에 책한권 겨우 읽은 (그렇지만, 샌섬의 [어둠의 불]은 정말 재미있었다. 책읽는 순간에는 매우...) 내가 당최 무슨 책을 앞으로 읽을지도 감도 안잡히는데 도움이 될까하여.

1001 Books for Every Mood: A Bibliophile's Guide to Unwinding, Misbehaving, Forgiving, Celebrating, Commiserating
저자의 선택의 원칙은 간단하다. 가급적 작가당 하나의 작품으로 정하려고 했으며,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의 경우에는 은근 강력 추천되기 때문에 여러인물들의 추천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간간히 퀴즈도 넣어주고 (은근 재밌다), 은근 멋진 책의 첫문장도 인용해준다 (미끼로 최고다).
시큰둥할때
약간 다운되었는데 확실하게 울어버리고 싶을때
약간 삐뚤어지고 싶을때 (하하하)
스릴이 넘치고 싶을때
충격요법이 필요할때
뭔가 지적인 것을 학습하고 싶을때
추리소설이 그리울때 (요 파트가 좀 적어서 섭섭)
등등
고전보다는 현대소설의 비중이 크다. 번역이 된 책도 그닥 많지않다....만, 아마존이나 예스24의 외서코너 소비자라면 그닥 장벽은 없다. 사놓고 까먹고 있었던 책도 다시 생각해냈고, 어떤 책은 다음에 꼭 사야겠다고 표시도 했다.
추천사 제목으로 'so many books, so little time' 이라고 했는데, 어쩜 이리 마음에 와닿는지. 게다가 그 책이 literature가 아니라 transportation이 되기 바란다는 말도 마음에 꼬옥 들었다 (그녀에겐 어릴적부터 책을 잡고 퍼져버리는 분홍소파가 있었다고 한다. 그건 마치 타임머신처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작품 속의 세상으로 데려다주는 것이었다).
난 책을 손에 잡으면 설레이고 (추천하는 카피문구에 회의적이면서도..움베르토 에코의 말, 'Books are not made to be believed, but to be subjected to inquiry' 정말 마음에 든다), 마음에 드는 인물의 감정에 따라 감정이 움직이고, 다 읽고나면 그것들이 내 안에서 공명하여 만들어낸 것들을 간직하기엔 버거워 글로 쏟아버리고 싶어진다. 책을 읽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고, 끝까지 읽어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때면 곱게 간직해야 할 책을 던져버리고 싶고, 책을 보는 것보단 누군가의 눈을 마주대하는 것을 바란다 (책을 읽다가 문득 강아지를 쳐다보면, 시선이 나를 보다가 책을 보다가 한다. 그럴때에는 책을 접는다. 책은 언제든 읽을 수 있지만 강아지의 이순간은 이때 뿐이니까). 인생을 살면서 독서란 아주 많은 취미나 재미거리 중의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매우 흥미진진하면서도 다양한 차원을 (물론, 그걸 읽는 사람이나 읽을때의 상태, 자세 등에 따라서 달라지는)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책을 읽어서 어떤 감정이 생기는게 아니라, 이 책의 제목처럼 어떤 감정에 빠졌을때 그걸 읽는 사람을 좌우하게 해주는 매우 뛰어난 행위라고.
칼비노는 'Reading is going toward something that is about to be, and no one yet knows what it will be (독서란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끈다)'고 말했지만, 가끔 요런 귀여운 리스트가 가득찬 책의 도움을 받으면, 앞으로 어떤 곳으로 가게될지 짐작가는 곳으로 이끌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