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심리학서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정도로 기억상실한 사람이지만 부단히 반복했던 피아노곡을 건반으로 눌렀던 기계적 기억을 잃지않은 사례를 읽은 적이 있다. 음악은 귀로도 기억하지만, 손가락으로도, 그리고 후각으로도 기억이 된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은, 청각이라는 하나의 감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Andre Gagnon은 뛰어난 뉴에이지 음악가들의 등장 속에서도, 그리고 엇비슷한 느낌의 곡중에서도 유난히 귀에 쏙 들린다. 오늘같이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운동도 하기 싫고, 뜨끈한 물에 몸을 담궜다가 딩굴거리고 싶다. 목욕을 할때면, 가능한 가벼운 책을 골라 책띠지를 벗겨 욕조에 들어가지만, 실상 마음이 번잡할 경우엔 목욕과 독서는 그닥 궁합이 맞지않는 것같다.

The Bath, Alfred Stevens, 1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