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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무식하게 재미란 기준으로 이 작품을 보자면, 내가 거품물고 ''재미만은 확실히 보장한다''고 기시 유스케의 [검은집]에는 조금 못미치게 흡입력있는 독서를 가능케해준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조금 미치지 못했던 재미 이상을 맨마지막의 오다 나오야의 즐거운 웃음이 넘치게 채워주고 있다.

폭풍이 부는 날 도쿄로 돌아오는 길 잡지사 기자인 고사카는 맨홀에 아이가 빠진 사건을 통해 초능력자인 한 소년, 신지를 만나게 된다. 일찌기 [에지]란 만화에서 ''사이코메트리''를 통해 물건에 남은 기억으로 범죄사건을 수사하는 것을 보았지만, 이 소년은 자신의 능력을 조절하거나 이상적인 방법으로 사용하는 만화 속 인물과 달리 불안해하고 불안정하다. 자신의 능력을 좋은 일에 쓰고 싶은 마음이 있는 그 소년과 달리, ''혼자 스스로 일을 해결할 수 없다면 그냥 지나친다''는 또 한명의 초능력자 소년, 나오야를 만나게 된다.

맨홀뚜껑을 벗겨놓은 것에 악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그 일을 저지른 인물들의 행보, 초능력에 대한 각기 상반된 두 능력자의 태도, 파혼한 옛약혼자인 사에코의 이름을 들먹이며 위협을 가해오는 이름모를 정체 등이 만날듯 말듯 평행선으로 전개되다가 결국 클라이막스인 한 점에서 폭발하듯 접점을 이룬다 (이런 형태는 어쩜 일본추리소설에서는 흔한 전개일지도 모르겠다. 증명시리즈로 유명한 ''모리무라 세이이치''나 기타 일본 고전추리물에서도 자주 마주치는 구성이다).

얼굴에 눈이 하나인 나라에 두 눈을 가진 이가 비정상적이듯, 초능력을 믿느니 마느니는 평범한 오감을 가진 이들이 판단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영역인지도 모른다. 초능력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이 작품 속, 신지의 부모, 화자인 기자와 이에 대한 아픔을 가진 선배, 그리고 초능력을 사용해 수사한 형사 무라다 가오루 (왠지 [춤추는 대수사선]의 무로이를 연상시키는 느낌에 무척이나 호감이 간다), 이렇게 세가지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믿는다''의 영역이 아닌 ''그저 거기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를 필요로 할 때 도와줄 뿐이다''라고 말하는 신지의 부모는 가장 이상적인 부모상이며 감동적이다. 내가 ''대자연''이라면 이렇게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이런 인물들을 가장 아꼈을지 모른다. 고사카와 그의 선배는 가장 평범한, 우리를 대변한다. 증거에 따라, 보이는 것에 따라, 믿고 싶은 것에 따라 위치가 변하는, 신념을 가진것 같지만 영향받기 쉬운 사람들. 그리고 철저히 객관적인 사실만을 간추려 판단을 내리는 이상적 탐정상인 무라다.

왠만한 소설이었다면 여기서 후자인 무라다가 탐정역을 하면서 사건을 파헤쳐나갔을지 모른다. 하지만, 작가가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은 건 범죄사건과 그에 대한 해결이 아니라 작가가 여러 작품을 통해 관심을 보여왔던 ''초능력''과 인간으로서의 ''양심''의 문제이다.

일찌기 방치되어 자신의 능력을 조절하기 못하고 접촉하는 모든 인물들의 생각과 감정을 스캔하는 나오야는, 두가지 타입의 인물에게만 마음을 열 수 있다. 단순무식하여 속에 있는 말을 다해버리는 타입 (사실 이 책을 읽고 있는 와중에 우리 조직에 들어온 한 인물에 대해 다른 이와 메신저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인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나는, 원래 속에 담아두지 않고 말하는 성격에 이러 저러 얘기를 하게 되었고, 상대방은 변덕스럽지만 내 그런 성격이 편하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스타일도 좋은 평가를 듣는 날이 있군''하는 생각이 들었다)과 속이 무지 착해서 겉과 같은 타입. 이러한 그였기에 그의 웃음은 정말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값지면서, 애잔한 느낌을 주며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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