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파친코 2

[도서] 파친코 2

이민진 저/이미정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 2권 먼저 읽고 별지에 리뷰를 먼저 써둔 상태에서 1권을 읽고 2권의 리뷰를 이어 쓰다보니 1권과 2권의 리뷰 내용이 일부 겹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2018년에 번역 되었을 당시에도 꽤 인기가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온라인 서점마다 번역서와 원서의 표지 사진을 메인에서 자주 접했던 탓에 표지사진만은 익숙했지만, 평소에 소설을 잘 읽지 않았기에 언젠가 읽겠지 하며 미루고.. 아니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올초 애플 TV에서 소설이 드라마화 되었다. 그것도 미국에서 말이다. 드라마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잠잠하던 원작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다 못해 판권 재계약이 무산되며 절판이 된다. 가끔 이렇게 뜸금 없이 뒷북치며 없어져야 찾게 되는 무언가가 있는데 이 책도 그러했다. 인기를 보아하니 어느 출판사가 되었든지 간에 다시 출간이 될 것 같긴 한데 꼭 이럴 땐 마냥 기다려지지가 않는다. 인기 만큼이나 먼저 드라마와 책을 본 분들의 리뷰 포스팅이 넘쳐나는 가운데 드라마가 시즌제로 방영된다는 소식이 있어 기다렸다 책을 먼저 읽을까 드라마를 먼저 볼까 계속 고민이 되었다. 결국 궁금증을 못 이기고 드라마를 먼저 봐버렸다. 기존 책에 대한 번역 논란이 있기도 했고, 원작이 영어로 된 원서라 원서를 읽을 계획이 있어 일단 원서를 구입해 두기는 했는데 아직 단기간에 나머지 이야기를 후다닥 읽어낼 만한 실력이 아니라 고민하던 차에 다른 출판사가 판권 계약을 따 냈고, 새로운 번역과 함께 8월에 재출간 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럼에도 기존 번역서의 중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구쳤다. 이넘에 궁금증은 그래도 버티질 못하고 결국 도서관에서 예약하고 한 달여를 기다린 끝에 안타깝게도 순번이 2권 먼저 와서 고민 끝에 2권부터 읽게 되었다.

 

파친코가 1910년부터 1989년까지 약 80년간의 한국 근대사를 배경을 4대에 걸친 (재일)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시즌1을 마친 드라마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책은 시간순으로 전개된다. 그 중 2권은 선자 가족의 1953년부터 1989년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책 앞날개에 적힌 1권의 줄거리와 이 책이 1953년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보아 일본이 패망하고 한국에서는 6.25 전쟁으로 한반도가 남북으로 나뉜 직후인 것 같다. 한수의 도움으로 선자는 엄마 양진과 함께 살게 된 듯 했다. (아직 1권을 읽진 않았지만, 드라마와 2권을 본 상황에서 추측해 보건데) 일제치하 속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른집과 다르게 부모의 사랑을 가득 받고 자란 선자가 고향 영도에서 한수와 만나 노아를 갖고 난처해진 상황에서 이삭을 만나 오사카에서 고난이 시작되는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상황이 그려진다. 즉, 1권이 1~2세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반면, 2권에서는 후손들인 3~4대 아들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손자 솔로몬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가끔씩 아직은 살아남은 여자들(엄마들) 양진, 경희, 선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아버지도 성격도 전혀 다른 노아와 모자수의 형제애와 천성이다. 한 사람은 배움을 통해서, 또 한 사람은 배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파친코’라는 사업을 통해 일찍 사회생활을 하며 그 모진 상황들을 겪으면서도 온통 신경은 어려운 가족들에게 가있다. 자신이 파친코를 통해 조금 더 벌면 어머니에게 가게를 사줄 수 있다는 모자수, 자신의 핏줄의 정체를 알게된 후 괴로워하다 결국 가족을 떠난 노아도 다시는 자신을 찾지 말라면서도 일해서 번 돈을 매달 집에 보내고, 매달 가족들 모르게 아버지 이삭의 무덤을 찾아간다. 그렇게 올 곧은 생각을 평생 가져갈 수 있었다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이 좀 다른 듯 하지만, 그 역시 일하던 영국계 회사에서 일본인에게 배신을 당하고 난 후 진짜 자신을 찾아간다. 자신의 아버지와 큰아버지처럼 말이다.

 

1권의 내용과 드라마의 차이점은 아직 모르겠지만, 2권은 드라마와 다른 설정이 좀 있었다. 솔로몬의 첫사랑이었던 하나 외에도 애인이 등장하는 점(드라마에서는 솔로몬에게 관심을 갖는 회사의 동료 여성이 있다.) 영국계 은행에서 솔로몬을 악용하고 배신하는 인물이 다르다는 점, 그리고 경희의 죽음에 관한 내용이다. 드라마에서는 선자의 형님인 경희가 선자의 보살핌 속에서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뜨는 것으로 설정되었는데, 소설 속에서 경희는 아직 살아있다. 책을 읽으며 자주 등장하지만, 비중이 너무 없는 경희는 이 소설에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항상 신경 쓰였던 인물이다. 불임으로 아이도 없지만, 한 가정을 책임지는 건 남자여야 한다는 신념을 원폭 피해로 지키지 못하며 오히려 짐이 되었던 남편 요셉에게 충실했고, 자신의 어머니는 아니지만 동서인 선자의 어머니 양진을 친어머니처럼 극진하게 보살핀다. 또한 조카인 노아와 모자수도 친자식 처럼 온 정성을 다해 보살핀다. 드라마에서 본 경희라는 인물은 남편 요셉을 따라 오사카로 오기전 북한에서 부유한 집안에서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며 곱게 자랐던 인물처럼 묘사된다. 그런 사람이 불만 한 마디 없이 모진 상황을 견디면서도 주위 사람에게 정성을 다한다. 그래서 경희가 어쩌면 이 소설 전체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기구한 삶을 살았다고 보아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다행이 옮긴이의 말에서 역자가 이런 경희의 삶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 소설 속 인물이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2권을 읽다보면 등장인물들 중 여성들의 고단한 삶을 강조하는 뉘앙스가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 당시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마치 물건짝처럼 인식하고 다루는 듯한 표현이 등장하듯 여자 역시 남자들에게 물건처럼 다뤄지는 듯한 눈살찌푸리게 하는 표현들도 참 많이 등장했다. 소설 속에서 저자가 여성의 인생은 고생길‘이라는 표현을 쓰며 각자의 사연으로 일찍 세상을 뜬 남편을 대신해 홀로 세상에 남은 여자들이 가정을 꾸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상황을 그것도 어쩔수 없이 살아야 하는 남의 나라에서 온갖 핍박을 받으며 버텨내야 하는 그들의 삶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다만, 끝을 달릴수록 등자인물 특히 양진과 선자 경희, 에츠코(에쓰코), 유미, 하나 등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가치관을 심지어 이들이 생의 마지막을 향해갈 정도로 연륜이 쌓인 나이가 된 후의 대화를 통해서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당시 사정과 시대가 그러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옮긴이의 말을 읽고 나서는 자신들만의 생각으로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해왔던 소설 속 남자들이 결국엔 모두 파친코의 일을 선택하는 과정을 보며 성별여하를 불문하고 재일외국인으로서 일본에서 살아가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 삶이 고단했던 것이라고 비로소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조선인으로서 일본에서 취직이 힘들다면 다른 회사를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볼 수 있지만, 그들이 그 과정을 쉽게 허락해 줄리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파친코일까?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소설 속에서 저자는 일본인들에게 있어 파친코는 야쿠자, 가난과 범죄의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핀볼 사업은 더럽다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패망한 일본이 그들을 내 쫓을 수도 그렇다고 반길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다른 사업을 조선인들에게 허가해 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조선인들에게 파친코라는 사업이 허락되는 건 이런식으로라도 비난하고 자신들이 여전히 우위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그들만의 핑계가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자신들을 마치 일본인인양 취급하는 조국으로도 돌아갈 수 없었던 선자 가족의 남자들이 결국 모두 파친코를 선택한 것은 이러한 환경과 상황 속에서 돈과 권력을 통해서라도 신분 상승을 가져다줄  수 있는 방법을 잡아야 했을 것이다. 그것이 당시 그들에겐 파친코였을 것이고. 그것만이 그 곳에서 그들에게 굽신 거리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이지 않았을까. 끝을 달릴수록 이해하기 힘든 등장인물들의 가치관 때문에 그만 읽을까 싶은 구간도 있었지만, 이야기를 마치고, 평소라면 싫어했을 내용과 맞지 않는 해설이 이번에는 이 소설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또한 옮긴이의 말을 보며 소설 속 내용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