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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분의 1은 비밀로

[도서] N분의 1은 비밀로

금성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거 우리끼리만 아는 건데...",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돼!!" 흔히 '비밀'하면 가장 많이 따라 다니는 말들이다. 어쩔땐 '비밀=공지사항'인 것 마냥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을 뿐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경우도 종종 본다. 그것도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실제 일상 생활에서 말이다. 이런 걸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이 이야기는 너와 내가 시작한 그 비밀에 대해 우리만 모르는 대환장 파티를 그리고 있다. 과연 내 몫인 N분의 1은 어디까지 줄어들 것인가??

 

올해 읽은 대부분의 소설의 배경이 무언가를 파는 곳이었던 점에 비하면 이 소설의 배경은 좀 새롭다. 바로 교도소이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교도관이다. 물론 수감자들도 거들긴 한다. 이러한 배경과 그들이 말하는 비밀의 주인공이 '돈'이라는 것. 이 이야기에 대해 딱 그 정도까지만 알고 있었다. 아마 영화 육사오(6/45)처럼 교도소 안에서 1등 로또 복권이라도 발견된건가.. 하는 가벼운 궁금증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주인공인 동갑내기 8급 교도관 기봉규와 허태구는 교도소 영치품 창고에서 영치품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수용자들의 영치품을 수감기간 동안 보관하다 출소시에 내어주는 역할이다. 여기에 덧붙여 저자는 영치창고에 대해 (전직) 대통령부터 노숙자까지 드나드는 곳이라 어떤 수용자가 어떤 물건을 맡길지 모른다고 설명한다. 어~ 이거 시작부터 좀 세다!! 이 곳이 결코 편한 곳이 아닌 이유는 출소하는 수감자들이 자신이 영치품들이 제대로 있지 않다며 교도관들을 횡령죄로 고소하겠다고 난리치는 일이 잦아 출소하는 날의 수용자가 교도소장보다 무섭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영치창고 양철지붕을 뚫을 것 처럼 퍼붓듯 비가 쏟아지던 어느날 봉규와 태구는 무슨 결의라도 하려는 듯 비장한 눈으로 문제의 캐리어 바라보고 있다. "이걸 어떻게 해야 좋을까?"(p.13) 이 둘이 원하는 건 같지만 문제의 캐리어 속 물건(?)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다. 교도관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은어 중 옷을 바꿔 입을 수도 있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즉, 교도관복에서 죄수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수용자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비꼰 말이다. 둘은 문제의 캐리어와 이 은어 사이에서 답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이다. 그러다 이내 창고 문을 걸어 잠그고 캐리어를 연다. 그 안에는 5만원 권 뭉치(100장 단위 묶음) 180개가 들어있다. 모두 합하면 현금 9억원이다. 아니 왜 이 곳에 그렇게 어마어마한 현금이 있냐고? 교도소에 수감될 때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일단 소지한 모든 것을 교도소에 맡겨야 하는데, 교도소로 오는 과정 또한 다양하다보니 자질구레한 소품부터 고가의 휴대폰의나 금붙이는 물론 공항에서 외국으로 도주하려다 잡혀오는 경우엔 고액의 달라 뭉치가 영치금(품)으로 맡겨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그 문제의 캐리어 속 9억은 이제 무주물(?)이 될 판이다. 그 캐리어의 주인인 전과 12범(사기, 절도 등) 김대식의 것으로 70대였던 그는 수감 중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되면서 그 캐리어를 돌려줄 곳이 없는 특별영치금(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치매기가 있었던 건지, 일부러 그런 건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기록에 의하면 김대식은 평소에 자신의 아들이 교도소장이고, 이 가방(안의 돈)은 아들에게 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기록상 그에겐 가족도 친적도 없다. 그렇게 봉규와 태구는 이 9억의 존재는 이제 자기들만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퇴근하면서 매일 몇 뭉치씩 밖으로 가지고 나간 후 정확히 절반으로 나누기로 하고 행동에 들어간다. 그도 그럴 것이 김대식의 말을 들었을 누군가도 말만 들었을 뿐 실물을 보거나 확인할 길이 없으니 믿거나 말거나 였을 것이다.

 

사실 말단 공무원에 서른아홉살인 그 둘의 형편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결혼은 했지만 맞벌이에 아직 아이는 없는 봉규. 혹시 모를 불안감에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료를 내가며 백수 처남까지 먹여살리는 것도 모자라 매번 사고를 치는 아버지의 변호사비와 빚쟁이에 시달린다. 그런 아버지 때문에 엄마는 진작에 도망을 갔고, 사촌집에서 온갖 구박을 받아가며 살아온 봉규는 결국 사라졌다 나타났다 사고쳤다를 반복 하는 아버지를 실종신고하기에 이르고 그렇게 부모 자식간 인연이 끝난 것 같은 상태로 아둥바둥 알뜰살뜰 살아가지만 늘 불안하다.

 

태구의 사연도 만만치 않다. 미혼인 그 역시 빚에 시달리고 있다. 그의 빚쟁이는 모교다. 이렇게 말하면 학자금 대출인가 싶겠지만, 하~ 참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다. 군 제대후 복학생이었던 태구는 과방에서 동기, 후배들과 함께 고기를 구워 먹다 쌈싸먹을 상추가 없어 상추를 구하겠다고 나선다. 사실은 거기에 짝사랑 미선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위해서였다. 아니 이게 웬걸 건물을 나오자 마자 농과대 건물 옆 비닐하우스에서 상추를 기적처럼 보게되고, 학교에서 키우는 거니 유기농이라 안성맞춤이겠다 싶어 산삼 캐듯 조심이 뽑아낸다. 짝사랑 미선이를 생각하며. 그런데, 양이 얼마 안되다 보니 그곳에 있는 상추를 모조리 뽑아버린 것이다. 마침 이를 목격한 농대생에게 발각이 되고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신세가 된다. 그도 그럴것이 태구가 뽑은 상추는 다름 아닌 8,500만원이 넘는 국비 지원을 받아 농과대에서 연구 중인 실험 대상이었다. 다행이 호적의 빨간 줄은 면했지만, 연구비는 전액 갚게 된 것이다. 그 중 아직도 3,000만원이 넘는 금액이 남아있다. 이러니 둘 다 (어쩌면) 임자 없는 9억에 눈이 돌아갈 법도 하다.

 

어쨌든 사연 많은 그 둘의 비밀 작전(?)은 결국 시작된다. 키만 컸지 어리버리한 면이 있는 태구는 공범이긴 하지만 일단 돈을 밖으로 반출 시키는 역할은 봉규가 총대를 매기로 하고 몇 뭉치씩 주머니에 그리고 더 위험이 느껴질 땐 속 옷 속에 넣어 옮기기 시작한다. 어쨌든 저 혼자 잘 되자고 저지른 일은 아니기에 모처럼 떵떵거리고 남편 노릇도 할 겸 봉규는 아내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 놓게 된다. 이제 비밀을 아는 사람이 둘에서 셋으로 늘었다. 학원을 운영 중인 그의 아내 역시 사소한(?) 문제가 생겨 돈이 필요하던 차에 쾌재를 부르게 되고, 급한 불이 꺼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인 건지 갑자기 불이 붙은 그 둘은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고, 방에서 잠에서 덜 깬 모습으로 갑자기 나타난 처남은 그게 모두 사실이냐며 자기가 꿈을 꾼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한다. 이제 비밀을 아는 사람이 또 한 명 늘었다. 그리고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백수인 처남은 공부 얘기 앞에선 주눅이 들지만, 돈 앞에서는 물불을 안가린다. 이제 자기에게도 한 몫 생겨 여자친구에게 떵떵 거릴 수 있다는 생각에 한 껏 사치를 하게 되고, 그렇게 또 한 명의 비밀 공유자가 생기게 된다.

 

이제 이 비밀 작전(?)의 공범은 2명에서 5명으로 늘었다. 그렇지만, 비밀이라는 것이 직접적으로 말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연치 않게 듣게 되거나 엿듣거나 하는 방식으로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소설 속 배경이 어디냐 하면 바로 교도소이다. 딱 이것들을 모두 행하기 최적화 된 곳! 그리고 나쁜 쪽으로는 비상하게 머리가 팍 팍 돌아가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칠 인간들이 아니다. 그렇게 기회를 포착한 이들은 또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실 확인에 들어가고 그렇게 이 작전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간다. 가담자 수 또한 그에 비례해 증가한다. 처음에 둘이 정확히 나누면 4억 5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들의 몫은 그렇게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줄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희한한 건 그렇게 비밀을 알게 된 사람들은 수감자이던 수감자가 아닌 일반인이던, 동료 교도관이건 간에 반응이 모두 똑 같다는 것이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한 봉규와 태구 둘 만 제외하고 똑같이 하는 말은 바로 '비밀 유지의 대가'였다. 마치 자신이 아주 큰 역할이라도 하는 것 마냥 그것도 아주 당당하다 못해 뻔뻔하게 말이다. 그렇게 유일하게 사건의 시작을 포함해 물건을 열심히 실어 나르던 봉규는 그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음에도(돈에 손을 댄 부분이 아닌 공범들 사이에서) 온갖 비난과 힐난에 한 편으로는 자신의 일이 발각될까 하는 두려움에 점점 심신이 피폐해져 간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만 하다. 가담자의 수가 많아져도 이 때까지는 N분의 1로 나누는 것이 묵시적 동의 사항이었으니까. 그러다 수감자 중 이 상황에 대해 눈치를 챈 어금니라 불리는 조폭 두목이 출소하면서 상황이 악화 된다. 덩어리들을 대동해 물리적 협박에 더해 아예 모든 돈을 자기에게 넘기라고 한다.

 

결국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어쨌든 봉규와 태구는 이제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초반에 가담했던 주변인들은 흥청망청 쓰던 카드값 매꾸느라 밤낮으로 알바를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 모든 상황이 진행되는 과정이 느슨하지 않으면서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열받는 상황임에도 너무 너무 재미있다. 말 그대로 '대환장 파티'다.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줄거리에서 결과도 없이 갑자기 이야기가 뛰어 버렸지만,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책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만났으면 한다. 일독을 추천하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 그 돈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진다. 그 돈이 진짜 주인에게 갔는지는 나도 소설 속 당사자도 모른다. 책을 읽어본다면 당사자도 모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결말이 역대급 대 반전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결말 마저 대환장 파티라고 해야될 지경이다. ㅎㅎ

 

어쨌든 이 이야기 진짜 진짜 재밌다. 이야기를 통한 저자의 풍자는 소설 속 늘어가는 가담자들의 뻔뻔한 행동을 통해 너무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만난 대반전에 놀란 입이 안 다물어지지만, 그 순간에도 리뷰를 쓰는 이 순간에도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것은 '비밀유지의 대가'를 요구하는 가담자들의 뻔뻔함이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만약에 발각되면 어떡하지?'하고 걱정하는 사람은 봉규와 태구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도 그렇고, 만약에 발각되거나 손해될 것 같으면 돌변하여 쏙 빠지는 모습을 보는 과정은 사회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주변의 누군가를 떠올리는 독자들이 분명 있을거라 생각이 된다. 혹시 스트레스 받거나 해서 실컷 웃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권해주고 싶다. 오랜만에 실컷 웃으며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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