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새빨간 이 책의 책등은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인간 실격을 읽고 빠져버린 다자이 오사무의 또다른 소설인 이 책은 인간 실격과 같은 결인 듯 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다자이 특유의 흘러가는 문장으로 가득하다. 한번 펼치면 아마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읽으면 우울해져서 견디기 힘들다는 다자이 오사무의 글. 이 책 역시 누군가에게 그럴지도 모르겠다. 다자이의 유려한 문장처럼 사양의 우울은 나도 모르게 스며드니까. 그러나 그리 깊은 우울은 아닐 것이다. 특유의 유머는 가끔 픽, 하는 웃음을 짓게도 하고 얼빠진 등장인물들의 행태는 어딘지 귀엽기까지 하다. 인간실격의 무시무시한 후기 탓에 다자이 세계를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우울하고 귀여운 사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