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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세트

[도서] 열하일기 세트

박지원 저/김혈조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중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부분이 호곡장중국의 장관이다. [열하일기]를 다시 읽으면서 특히 이부분을 필사하며 읽었다.

 

먼저 호곡장부분이다. 석문령을 넘어 요동 벌판에 들어서자 멀리 지평선만 보인다. 연암이 한바탕 통곡하기 좋은 곳이라고 하자 정진사가 그 연유를 묻는다.

 

 

천고의 영웅들이 잘 울고, 미인들이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하나, 기껏 소리 없는 눈물이 두어 줄기 옷깃에 굴러 떨어진 정도에 뷸과했지. (…) 사람들은 단지 인간의 칠정 중에서 오로지 슬픔만이 울음을 유발한다고 알고 있지, 칠정이 모두 울음을 자아내는 줄은 모르고 있네. 기쁨이 극에 달하면 울음이 날 만하고, 분노가 극에 치밀면 울음이 날 만하며, 즐거움이 극에 이르면 울음이 날 만하고, 사랑이 극에 달하면 울음이 날 만하며, 미움이 극에 달하면 울음이 날 만하고, 욕심이 극에 달해도 울음이 날 만한 걸세. 막히고 억눌린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버리는 데에는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더 빠른 방법이 없네.’

(도강록/7월초8갑신일 글 中) 

 

 

 

한바탕 통곡을 한다는 것, 그것은 바로 억눌린 가슴을 풀어헤치고 자유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다짐이 아닐까싶다. 그렇게 울줄 알았기에 연암의 사고가 열려있었고, 이런 글쓰기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가 여행을 다녀오면 주위에서 무엇이 좋았는지 묻는 것처럼, 중국에 연행사로 다녀오면 사람들이 중국의 장관이 무엇이냐고 물었던 것 같다. 연암은 이에 대해 일등 선비는 오랑캐에게서 볼 만한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말하고, 중간쯤 되는 선비는 군사를 몰고 가 중국천지를 말끔히 씻어낸 뒤에야 장관을 논할 수 있다고 말하겠지만, 연암은

 

 

나는 삼류 선비이다. 나는 중국의 장관을 이렇게 말하리라. 정말 장관은 깨진 기와 조각에 있었고, 정말 장관은 냄새나는 똥거름에 있었다고. 대저 깨진 기와 조각은 천하 사람들이 버리는 물건이다. 그러나 민간에서 담을 쌓을 때, 어깨높이 이상은 쪼개진 기왓장을 두 장씩 마주놓아 물결무늬를 만들고, 네 쪽을 안으로 합하여 동그라미 무늬를 만들며, 네 쪽을 밖으로 등을 대어 붙여 옛날 동전의 구멍모양을 만든다. 기와 조각이 서로 맛물려 만들어진 구멍들의 영롱한 빛이 안팎으로 마주 비친다. 깨진 기와 조각을 내버리지 않아, 천하의 문채가 여기 있게 되었다. (…) 똥오줌이란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물건이다. 그러나 이것이 밭에 거름으로 쓰일 때는 금싸라기처럼 아끼게 된다. 길에는 버린 재가 없고, 말똥을 줍는 자는 오쟁이를 둘러메고 말꼬리를 따라다닌다. 이렇게 모은 똥을 거름창고에다 쌓아 두는데, 혹은 네모 반듯하게 혹은 여덟 혹은 여섯 모가 나게 혹은 누각 모양으로 만든다. 똥거름을 쌓아 올린 맵시를 보아 천하의 문물제도는 벌써 여기에 있음을 볼 수 있다.’

(일신수필/정조4년 가을 715일 신묘일 글 中)

 

 

 

조선의 선비들이 명분뿐인 소중화를 외치며 숭명반청 의식에 사로잡혀 있고, 힘도 없으면서 북벌론을 앞세우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연암은 깨진 기와조각과 똥오줌에서 그들의 이용후생 정신을 읽고서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이 진실로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연암은 왜 당시의 선비들과 다른 생각을 하였을까?

 

그것은 명문가에 태어나고서도 벼슬길에 나아가는 것을 거부한 연암의 열린 사고와 세계관이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북벌과 중화사상에 젖어 그들의 문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당시의 선비들이 연암에겐 깨진 기와조각이나 똥오줌만도 못하게 생각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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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열하일기, 그것을 곁에 두면 시대가 말을 걸지요. 청과 조선의 고루한 관습과 시대에 뒤떨어진 문화 등이 말을 걸어와 답답해 지겠지요. 연암은 정말 난 사람입니다. 시대를 앞서 살아가는 사람.

    2019.02.16 10:50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연암을 통해 18세기의 조선과 청을 읽고 있는 셈입니다. ㅎ

      2019.02.23 15:35
  • 파워블로그 꼼쥐

    여기저기서 열하일기를 추천하는 글은 여러 번 본 듯한데 정식으로 열하일기를 읽어본 적이 없는 듯합니다. 부끄럽게도 말이죠. 초보 님은 필사까지 하면서 곁에 두고 읽으시는 듯한데..

    2019.02.16 17:3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일기체 부분은 전에 읽었는데 완역본은 처음 읽고 있습니다. 한번은 읽어봐야 할 것 같아서..

      2019.02.23 15:36
  • 파워블로그 산바람

    정말 꼭 읽어봐야 할 우리의 보물이라 생각했던 책인데 필사까지 하는 정성에 응원을 보냅니다.

    2019.02.16 20:0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감사합니다..^^

      2019.02.23 15:36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