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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론 君子論

[도서] 군자론 君子論

이한우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우리는 흔히 군자하면 조선시대 선비들을 먼저 떠올린다. 이는 유가(儒家)의 경전들이 성현들의 언행을 본받아 실천하는 인간상의 최고경지로써 군자(君子)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유가의 최고봉이라 일컫는 공자가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조선시대 선비들은 공자가 남긴 언행을 기록한 [논어]를 해석하면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인간이 되고자 했고, 군자야말로 그들이 지향하는 인간상이라 믿었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주자가 제창한 성리학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주자가 공자의 저술을 주석하면서 당시의 상황에 맞게 재해석한 것을 후대의 사람들이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공자가 말하는 군자는 과연 조선시대 선비들이 추구했던 군자와 동일한 인간상 이었을까?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인식해온 군자가 제대로 된 이해였는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조선시대 선비들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군자는 도덕성을 그 바탕에 두고 있다. 유가의 성인으로 꼽히는 공자가 말한 군자 역시 그러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는 [논어]를 비롯한 다른 고전들에 나타나는 공자가 남긴 수많은 언행의 기록을 통해 군자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공자가 말하는 군자는 반드시 일을 이치에 맞게 처리하는 사람, 즉 일이 되게 하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말을 할 때 구차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군자의 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그는 공자를 다시 읽고, 일이 되게 하는 군자를 지향하는 공자의 리더십을 살펴보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공자의 언행에서 일관되게 지향하는 것은 일이 되게 하는 곳을 향한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공자를 읽어온 것은 조선시대 선비들을 사로잡았던 성리학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공자를 도덕이라는 틀에 가둠으로써 우리는 그의 허상만을 보아왔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송나라의 주희가 공부했으나 벼슬하지 않은 유자(儒者) 즉 선비의 중요성을 말하고, 여기에 맹자의 호연지기가 더해진 까닭이라고 한다. 그 결과 공자가 말한 군자는 사라지고 선비는 일을 경시하고 말을 중시하는 사람이 되었으며, 우리는 공자를 오독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공자가 말한 군자란 일이 되게 하는 것을 최우선에 놓은 리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공자가 말하는 군자의 리더십을 [논어]에 나오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있다. <학이>편에 나오는 ‘일은 명민하게 하고 말은 신중하게 하라’는 민어사이신어언(敏於事而愼於言)이 그것이다. 일에 임하는 자세는 먼저 조심하고 두려워하는 마음가짐이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미루어 헤아려야 하며 시작은 신중하고 끝을 잘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말을 잘한다는 것은 허물이나 실수를 줄이는 것이며, 제대로 말하는 법이란 구차함이 없도록 말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공자는 반드시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도 구차함이고,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쓸데없이 추가하는 것도 구차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구차함은 모자람보다 지나침에서 생겨난다고 말했다. 오늘날 우리는 말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시작은 요란해도 끝은 흐지부지하고,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자는 시국토론회를 보면 말은 넘쳐나지만 일이 되게 하려는 토론인지 아니면 단지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것인지 아리송할 때가 대부분이라며, 이는 선비형 인물들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군자는 일이 되게 하지만 선비는 말만 앞세우기 때문에, 군자는 선비이지만 선비는 모두 군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자는 군자가 하는 모든 말은 공적인 말이고, 그런 공적인 말은 일이 되게 하는 말이라고 했다. 2500년 전에 했던 그의 언행이 오늘날 우리에게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일이 되게 하는 말이 아니라 그저 말을 위한 말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공자가 제시한 군자의 요건을 가지고 조선시대 군왕과 신하들을 살펴보기도 한다. 그리고 군자는 일이 되게 하는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대표적인 군자로 태종을 꼽는다. 반면에 세종과 성삼문은 분명 명군이고 절개를 가진 신하였지만 일을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평가한다. 태종은 세종의 시대에 걸림돌이 될 만한 것을 모두 제거하여 세종의 치세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허나 세종은 아들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훗날 계유정난의 빌미를 주었고, 성삼문은 우유부단으로 인하여 모두 죽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자는 일이 되게 하는 능력과 무관한 도덕적 리더십을 군자의 요건으로 삼지 않았다고 한다. 언뜻 보기에는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느껴지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은 [군자론]이다. 저자는 공자의 언행에 나타난 군자의 속성을 가지고 리더는 일하는 사람이고, 그런 리더가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공자가 말하는 군자상은 일(知事)과 사람(知人)에 밝은 사람이다. 그럼으로써 일이 되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군자상은 [논어]에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공자가 말하는 군자의 리더십에도 마음이 끌렸지만, [논어]를 읽는 또 다른 독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해서 새삼스럽게 [논어]를 다시금 읽어보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고, 가능하면 저자의 주석이 달린 [논어]도 읽어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읽을 책만 늘어나고 있다.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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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khori

    군자론 궁금했는데 충분히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유교를 통치를 위해 쓰고, 고도화를 통해 작은 차이를 분별하기 시작한 과정이 실효성이 떨어진 이유라는 생각이 듭니다. 태종과 세종의 평가를 보며 미래를 향해 일 한 사람의 차이를 생각합니다. 그래도 세종은 여러 활동이 그 토대위에 미래의 방향이 있다는 생각도 있긴 합니다. 잡스는 뛰어나지만 본인 이후의 준비가 아쉬워 보이고, 죽었지만 사마의를 세 번 이긴 제갈량을 더 높이 생각하는데 태종과 세종에도 비슷한 생각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020.02.17 08:0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미래를 보며 일한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태종이나 제갈량의 평가가 같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세종의 경우 계유정난을 방관했다고 말하네요. 수양대군이나 안평대군과 같은 장자가 아닌 자식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방치했다고요. 공자가 말한 군자와 유가가 말하는 군자가 다른 것은 작은 차이를 분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말 공감합니다^^

      2020.02.18 20:24
  • 파워블로그 시골아낙

    일은 명민하게 하고 말은 신중하게 하라, 리더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평소에 새겨야 할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드 '체르노빌'을 보면서 리더는 위기의 순간에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2020.02.17 08:50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일을 되게 하는 사람이 리더라는 말, 우리는 리더십이라는 말에 속아 잠시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ㅎ

      2020.02.18 20:25
  • 노란토끼

    이렇게 접근해도 되겠네요^^ 원문 논어 해설로 읽다가 포기했거든요.

    2020.02.17 18:4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쓰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른 것이 동양고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여러사람의 글을 읽어보며 그 차이를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2020.02.18 20:26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