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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읽기

[도서] 『주역』 읽기

임형석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주역]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보고 싶다는 바람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이런저런 책들을 보기도 하지만 막상 동양고전으로써 [주역] 자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은 만나지를 못했다. 물론 혼자서 하는 공부인지라 제대로 검색하지 못한 까닭도 있지만 대부분의 책들이 [주역]에서 취한 운명을 매개삼아 자기수양 혹은 계발을 위해 쓴 것이거나, 아니면 64궤에 대한 도식적인 설명에 그치곤 했다. [주역]이 점을 위한 책인지라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주역]이라는 동양고전에 대한 이해가 먼저 되어야 할텐데 하는 아쉬움은 항상 남아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만났다. [주역]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저자는 [주역]이 이제는 고전학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며, [주역] 가운데서도 원초적인 지층인 <역경(易經)>만을 당시의 문법과 의미로 읽겠다고 한다. 기대를 가지고서 책을 들여다보게 만들기 충분했다.

 

저자는 먼저 [주역]은 미래를 예측하려는 신비주의를 담고 있고, 단순명료한 원리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제공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많은 방식과 원리 중의 하나이며,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암송자들이 읊어온 기억을 문자로 정착시켰기에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고 말한다. 또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주역]에는 <역전(易傳)>과 같이 후세의 해석이 원래 있었던 양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시대가 다른 문헌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고 한다. 현존하는 [주역]은 <역경>과 <역전>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역전>이란 다른 경전과 마찬가지로 <역경>을 해석해 놓은 전(傳)일 뿐이라고 말하는 그는, <역경>이라 부르는 문헌이 그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해석이 덜 가미된 부분이기에 이 책에서는 그 부분만 독해하고 해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역경>이란 텍스트를 읽기에 앞서 준비과정으로 [주역]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높이고 있다. [주역]이란 책이름은 고대 관직의 이름에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흔히 <역경>의 형성 시기나 저자와 관련하여서는 ‘복희가 괘를 만들고 문왕이 괘사를 짓고 주공이 효사를 지었으며 공자가 십익을 지었다’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역경>의 형성 시기는 주나라가 패권을 잡은 기원전 11세기 이후의 산물로 볼 수 있는데, 주나라 초기보다는 이후이고 전국시대보다는 이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리고 전국시대가 끝날 무렵 <역전>이 <역경>에 합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역경>의 지은이는 전설과 달리 주나라 초기부터 존재한 점을 치는 관리들, 곧 서관집단으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그는, 당시의 <역경>은 점을 치기위한 교재로 편찬된 텍스트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점이란 미래예측이 본질이지만 고대 중국에서의 점은 예(禮), 즉 사회제도의 일종으로 제도화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참고로 <역전>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고 있다. 현재 [주역]에 수록된 <역전>은 모두 일곱 편으로 내전과 외전으로 분류한다. 내전은 <역경>과 함께 편집된 것으로 단전, 상전, 문언전이 있고, 외전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은 계사전,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이 있다. 전국시대 <역전>의 수는 더 많았으나 이 일곱 가지가 정전의 지위를 획득하여 [주역]에 수록되었다는 것이다. 이들 중 단전과, 상전, 그리고 계사전은 내용이 길어 각기 상편과 하편으로 나뉘었는데 이를 각각 헤아려 십익(十翼)이라 부른다고 한다.

 

<역경>의 기본단위는 괘(卦)이고 모두 64개가 있다. 각각의 괘는 양효와 음효의 조합으로 6개의 효(爻)로 이루어졌다. <역경>에는 원래 64개의 괘만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지금의 <역경>에는 말도 붙어있다. 괘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괘사(卦辭), 각각의 효를 대상으로 하는 효사(爻辭)가 그것이다. 따라서 괘사는 모두 64개가 있고, 효사는 384개이어야 하지만 실제 효사는 386개라고 한다. 이는 첫 번째 괘인 건(乾)괘의 마지막에 용구(用九), 두 번째 괘인 곤(坤)괘의 끄트머리에 용육(用六)이란 이름을 가진 효사가 하나씩 더 있어서이다. 여기서 구(九)는 양효를 의미하고 육(六)은 음효를 지칭한다. <역경>에서 괘의 서사법은 아래에서 위로 써 올라가는 방식이다. 하나의 괘는 하나 이상의 사건을 기록한 것이고 사건은 시간에 따라 하나씩 옮겨간다고 본다. 괘를 읽을 때는 효의 순서를 효율적으로 정해주기 위해 숫자를 붙여 부르는데, 맨 아래에 있는 첫 번째 효는 초(初)라 하고 순서대로 이(二), 삼(三), 사(四), 오(五)라 부르다 맨 위의 여섯 번째 효는 상(上)이라 불렀다. 이는 육이 음효를 나타내기 때문에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첫 번째 괘인 건괘의 효를 순서대로 읽는다면 초구, 구이, 구삼, 구사, 구오, 상구라 부르는데, 여기서 구(九)는 양효를 나타낸다. 음효일 때는 당연히 구(九)대신에 육(六)이 들어간다.

 

64괘의 각 괘 다음에는 말로 기술한 내용, 즉 괘사가 이어지는데 이 괘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64괘의 개별적인 괘 사이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64괘는 그 절반인 32괘의 짝으로 이해할 수가 있는데, 그 짝의 관계는 종괘(綜卦)와 착괘(錯卦) 두 가지 형태가 있다고 한다. 종괘는 위아래가 뒤집혀 있는 괘의 쌍이고, 착괘는 음양이 반대로 구성되어 있는 괘의 쌍이다. <역경>에서 종괘는 28개 짝, 곧 56괘이고 착괘는 4개 짝, 곧 8괘라고 한다. 그러나 6번째 짝인 태괘와 비괘, 9번째 짝인 수괘와 고괘, 마지막 32번째 짝인 기제괘와 미제괘는 종괘이지만 착괘로 보아도 되는 괘상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6번째 짝과 9번째 짝은 괘사나 효사의 비교에 따르면 종괘로 보아야 하지만, 마지막 32번째 짝은 착괘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역경>이 상경(上經) 30개의 괘와 하경(下經) 34개의 괘로 나뉘어 있고, 마지막 짝을 착괘로 보아야만 상경의 마지막 두 짝(14번째와 15번째 짝)과 하경의 마지막 두 짝(31번째 짝과 32번째 짝)이 착괘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저자는 <역경>을 상경과 하경으로 분리하여 상경에서는 첫 번째 괘인 건(乾)괘에서 30번째 괘인 이(離)괘까지, 그리고 하경에서는 31번째 괘인 함(咸)괘에서 마지막 64번째 괘인 미제(未濟)괘까지 각각의 괘에 대한 독해와 해설을 이어간다. 우리가 보는 [주역]관련 서적에 나와 있는 것이 대부분 계사전을 위주로 해설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저자는 고증역학의 관점에서 고전답게 읽고자 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주역]을 공부한다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은 것임을 새삼스럽게 실감한다. 조급해 하지 않고 많은 것을 알려하지 않고 그저 앞에 놓인 책을 읽어가면서 나만의 사유를 이어가려 다시금 마음먹는다. [주역]이 미래예측을 위한 점을 치는 책이지만 내가 그것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운명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자 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나를 바라보고 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것, 손자가 그토록 강조했던 지기(知己)를 위해서라도 꾸준히 공부를 해야겠다. 우연히 읽은 책이지만 올 들어 가장 좋은 선택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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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부자

    저는 나 자신도 이해하고 세상도 이해하고자 주역에 관심이 있었는데 너무 어려워서 엄두도 못내겠더라고요.
    원리를 이해해야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2021.01.12 11:09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저도 그래서 조급해하지 않고 읽으려 합니다. 옛 선인들도 수십년을 매달린게 [주역]이라고 하는데요....ㅎ

      2021.01.13 05:24
  • 스타블로거 goodchung

    동양고전중에 제일 어려운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 성취 기원합니다

    2021.01.12 11:4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감사합니다..^^

      2021.01.13 05:24
  • 스타블로거 연두

    리뷰만봐도 심오하네요. 저도 가지고있는 책인데 언제 시도할런지..
    리뷰잘봤습니다.

    2021.01.19 15:4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감사합니다..^^

      2021.01.22 08:09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