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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의 역사에세이

[도서] 하워드 진의 역사에세이

하워드 진 저/김한영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하워드 진은 노엄 촘스키와 더불어 미국의 실천적 지식인으로 손꼽힌다. 그는 2010년 1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반전, 평화, 인권운동에 평생을 바쳤다. 이 책 [하워드 진의 역사에세이]는 역사학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쓴 책이다. 책이 처음 출간된 지 50년이 넘게 흘렀지만 그가 던진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것은 그가 역사에 부여한 가장 큰 의미가 휴머니즘이었고, 역사는 아래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일관된 신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역사학자의 책무는 우리 시대의 중대한 인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연구라고 말하는 그는, 이 책을 쓴 의도에 대해 역사학자들이 사회적으로 유의미하고, 가치에 동기를 두고, 행동을 유발하는 역사저술에 더 높은 비중을 두도록 촉구하기 위해서 라고 말한다. 총3부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그는 1부와 3부에서 역사저술의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2부에서는 미국의 역사를 살펴보며 역사저술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지식은 권력의 한 형태이다. 그럼에도 우리 시대의 지식은 대부분 직접 거래되지 않고 사소하거나 은밀한 연구를 통해 사회 안정에 이바지 한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그러면서 학자들 스스로가 그동안 지켜온 규칙들을 제고하고 시대의 긴급한 문제들에 지적에너지를 쏟으라고 제안한다. 문화를 두둔하고 영속시키는 자가 아니라 비판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학자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역사학자들은 자세를 흩뜨리지 않고, 목소리를 유지하고, 감정을 절제하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현 상황에 대한 깊은 관심이 과거의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또한 전문분야에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논쟁에서 멀어지고 곤란을 모면하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무관심은 또 다른 왜곡을 낳고 단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역사는 본질적으로 사사로운 사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역사 저술은 항상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수동성을 강화할 수도 있고, 우리를 행동하게 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역사학자는 중립을 선택할 수 없다.’(70쪽) 따라서 역사학자는 역사저술을 통해 사람들을 휴머니즘의 방향으로 이끌고 그런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한 역사저술은 현실이 이 세계의 희생자들에게 얼마나 잔인한지를 더욱 분명하고, 폭 넓고, 날카롭게 지각하도록 해주며, 중립적이거나 시혜자인 척하는 정부의 위선을 폭로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지금까지 세상을 지배해온 것보다 더 나은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얼마 안 되는 과거의 순간들을 되불러내어 행동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사회나 다양한 이해가 충돌하는데 이른바 객관성은 중립의 가면이기에 비중립적인 사회에서 중립은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는 역사에세이는 미국이 독립하기 전부터 1960년대까지 이르는 동안 몇몇의 장면에 대한 그의 역사서술이다. 인종문제, 불평등문제, 자유주의와 팽창주의, 그리고 미국이 참전한 전쟁에 대한 역사에세이를 읽으면서 저자는 어떤 인식을 가지고 역사를 보며,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를 살펴볼 수 있다. 굳이 미국의 역사를 세세하게 알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에세이를 읽으면서 우리에게도 역사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구절들을 만나기도 했다.

 

‘역사는 항상 상류계급과 중간계급이 써왔으며, 아주 드물게만 하류계급의 불행한 현실을 힐끔 보듯 씌여졌다.’(116쪽)

 

‘복지국가를 향한 그 모든 빛 좋은 진보가 기본적인 역사적 불평등을 개조하는 데 거의 쓸모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할 때 우리는 보다 더 급진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게 된다.’(129쪽)

 

‘모든 시대에는 역사가 들추지 않는 밑면이 있다. 특권층이 남긴 기록에 의거해서 역사를 쓰기 때문이다.’(161쪽)

 

‘우리가 과거에 말을 거는 것은 지나간 사건의 전모를 시시콜콜하게 듣거나 좋았던 시절의 추억을 얻고자 함이 아니다. 우리는 현재의 문제에 지혜를 주는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183쪽)

 

‘급진적인 선동가의 출현을 상식적으로 설명하면 사회가 잘못되었음이 강조된다. 반면에 심리학적 설명들은 선동가에게 문제가 있음을 강조한다. (…) 결국 우리가 어느 설명을 선택하는가는 우리가 현 사회의 조건에 더 많은 급진주의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닌가에 달려있다.’(244-245쪽)

 

‘전통적으로 역사학자들은 당대 사건을 기록하기를 꺼린다. (…) 19세기가 과거인 것처럼 어제도 과거다. 사건이 일어난 지 일 년 후의 관점은 백년 후의 관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저 다를 뿐이다.’(267쪽)

 

‘역사는 우리가 너무 쉽게 잊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구체적으로, 십자군전쟁 같은 커다란 도덕적 전쟁이 일어나면 그 주체가 민족이든 혁명운동이든 간에 종종 군대가 잔혹행위를 저지른다는 사실을 말이다.’(366쪽)

 

저자는 역사란 기본적으로 과거에 관한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과거에 관한 진실은 과거에 일어난 모든 것일 수는 없다. 알려지지 않은 사건은 왜곡된 그림을 떠안게 되고, 세부적으로 알려진 사건도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되기 때문이다.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는 ‘역사에는 의미가 없지만, 우리는 역사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가 의미를 띠게 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실제의 과거는 우리가 존재하는 현재 상황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 종류의 의미는 우리 소관 밖이다. 이미 결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과거의 요점을 재현한 것은 우리가 지금 이 상황에서 하는 일에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우리의 소관이다. 그리고 과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방식은 여럿이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401쪽) 역사학자는 과거의 사건에 임의로 이런저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려는 의미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역사의 책임은 직접 행동을 할 때에만 의미를 띨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역사학자는 언제나 현재의 관심을 지향해야 한다. 현재와 연결될 때 비로소 과거에 대한 진실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역사 혹은 역사학자의 저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역사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며, 역사학자의 저술은 현재에 관심을 두고 과거의 진실을 통해 행동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라고. 그래서 저자는 역사저술이 ‘과거의 일에 적합하고 현재의 상황에 적합한 동시에 미래의 당위에 적합할 때 가장 진실하다’(58쪽)라고 말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우리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우리가 읽는 역사저술들은 과연 어떤 목적으로 쓰여졌으며, 우리에게 무엇이 과거의 진실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저자의 마지막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국가와 그 전쟁체제에서, 기업과 그들의 광포한 이윤추구 충동에서, 모든 국가에서, 으스대는 모든 권위자에게서, 모든 도그마에서 충성을 거둬들이기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 몸소 실천할 수 있다. 쉽진 않겠지만, 우리가 변화의 원인일 수 있고, 다가오는 세대에게 새로운 역사를 줄 수 있는 것이다.’(530쪽) 저자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오늘의 우리를 읽는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할지, 어느 장면에서 현재를 반추해보아야 할지 그 단초를 준다는 점에서 50년 전에 쓰여진 글이지만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리뷰 제목 '가치있는 역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이 책의 부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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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역사는 승리한 자들의 기록이다 라는 이야기군요. 승리에 취해 남기고 싶은 순간들.
    그 역사를 지나서 돌이켜보고 그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해야함도. 지금의 잣대로 들이대며 분석하는 건 오류일 수도 있겠구나... 다만, 잘못된 것들이 있다면 반복하지 말아얀다는.

    2022.03.13 22:19 댓글쓰기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