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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의 달인이 되는 법 : 우리말 어원 사전

[도서] 말과 글의 달인이 되는 법 : 우리말 어원 사전

조항범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요즘 말들을 듣다보면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많다. 인터넷상에 떠돌거나 은어로 사용하는 말, 혹은 축약한 말이어서 그럴 것이다. 물론 어느 시대이고 은어나 축약된 단어는 항상 있어왔지만 지금처럼 널리 사용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뜻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들도 있지만 더러는 굳이 그런 단어를 써야할까 하는 의아심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유행하는 말 말고, 본래 우리말임에도 우리가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쓰는 말이 많다. 우리는 그런 말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 [우리말 어원사전]은 국어학자인 저자가 우리가 자주 쓰는 말들의 어원에 대해 쓴 책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여 동안 모 신문에 우리말 어원에 관한 글을 연재했다는 그는, 연재한 글과 신문에서는 못다 한 이야기, 미진한 이야기들을 보태 책으로 내었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말들을 친족과 가족, 음식과 과일, 풀과 나무처럼 10개의 범주로 나눠 총 200개 단어에 대한 어원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는 흔히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어원을 바로잡은 것도 있고, 어원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은 여러 설을 소개하기도 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단어의 어원을 읽어가면서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단어, 혹은 잘못알고 있는 단어의 어원이었다.

 

가시버시는 부부를 뜻하는 말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여성비하 의식이 깔린, 부부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어원은 ‘가시밧’에서 온 말로 가시(아내)와 밧(남편)의 합성어이다. 여기서 아내를 뜻하는 단어가 앞에 온 까닭은 남성을 높이고 여성을 낮추는 전통사회의 엄격한 남존여비 의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놈’이라는 단어에서도 여성을 뜻하는 단어가 앞에 온 까닭은 동일하다고 한다.

 

놈팡이는 언뜻 독일어 룸펜에서 온 말이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고 우리말 놈과 팡이의 합성어라고 한다. 놈은 원래 남자 또는 사람을 지칭하는 평칭이었으나 16세기 이후 의미가치가 하락하여 비칭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는 여자를 뜻하는 년도 마찬가지이다. 팡이는 어디서 온 말인지 알기 어렵지만 비하의 의미를 띠는 말이라고 하니, 놈팡이는 놈보다 더 형편없는 놈이라는 의미를 지닌 셈이다. 흔히 우리가 쓰고 있는 놈팽이는 놈팡이가 역행동화에 의해 변한 말로, 표준어는 놈팡이라고 한다.

 

짬밥은 군대에서 쪄서 만든 밥을 뜻하는 찜밥에서 유래한 말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실은 한자어 잔반이 변한 말이고 한다. 잔반은 단어 그대로 먹고 남은 밥을 뜻하는데, 반을 고유어 밥으로 바꿔 잔밥으로, 이후 된소리화하여 짠밥을 거쳐 짬밥이 되었다. 이 말이 군대에 들어가 군대에서 먹는 밥이란 의미를 띠게 되었고, 다시 사회로 흘러들어 연륜을 뜻하는 의미까지 추가되었다고 한다.

 

도떼기는 가마떼기, 밭떼기와 같은 상거래 용어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여러 종류의 물건을 시끄럽고 어수선하게 사고파는 일을 뜻한다. 떼기는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사다’에서 온 말이고, 가마(옹기)떼기, 밭떼기라는 말에서 떼기의 정체가 쉽게 드러난다. 그러나 도떼기의 도는 돗자리를 뜻하는 ‘돗’에서 온 말로, 조선시대 선혜청의 창내장에서 객주들이 시골에서 올라온 상인들에게 물건을 팔 때 돗자리 째 떼어 판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어수선하고 시끄러울 때 도떼기시장 같다고 하는 말이 과히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부랴부랴는 황급히 서두르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이다. 그런데 어원이 재미있다. 불이 나면 본능적으로 ‘불이야! 불이야!’를 외치며 내달리듯 매우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을 지시하는 부사로 ‘부랴부랴’라는 단어가 굳어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불야불야’가 표준어였으나 불과의 유연성이 사라지면서 연철 표기된 ‘부랴부랴’가 표준어로 굳어졌다.

 

이처럼 저자가 알려주는 우리말의 어원을 따라가다 보면 의외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위에 소개한 단어 말고도 오지랖이나 말죽거리, 잔나비, 모과 등의 어원이 흥미로웠다. 말이란 생명체와 다름없다. 생성되어 변천의 과정을 겪고 급기야는 소멸되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대상이나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부정적인 의미가 추가되기도 하고, 때로는 어원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우리말에 대해 그 본뜻이 무엇이었는지 혹은 어떤 의미변화가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면 조금은 조심해서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천 냥 빚도 말 한마디로 갚는다는 속담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제대로 사용하는 우리말이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이 책은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그 미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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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학

    부랴부랴 방가방가!! 초보님 방가방가~

    2022.03.17 18:03 댓글쓰기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