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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운명

[도서] 노동자의 운명

고병권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철학자 고병권과 함께 읽는 북클럽 자본 시리즈 열한 번째 책 [노동자의 운명]은 마르크스 [자본] 1권의 마지막 편인 제7편 ‘자본의 축적과정’중 제23장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 읽기이다. 시리즈 열 번째 책이 재생산의 관점에서 자본의 정체를 폭로했다면, 이번 책은 축적과 더불어 나타나는 자본의 기본경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노동자의 운명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자본축적과 자본의 구성을 들고 있다. 그래서 [자본] 제23장에서 마르크스가 자본의 구성에 따른 일반법칙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시리즈에서는 [노동자의 운명]이란 제목으로 다룬다. 자본의 구성은 가변자본과 불변자본의 비율을 나타내는 가치구성, 생산수단의 양과 노동력의 양에 대한 비율을 나타내는 기술적 구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기술적 구성은 산업부문별 비교도 어렵고 사회전체 차원에서 합산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마르크스는 가치의 양적변화가 실물의 양적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전제아래 생산수단의 양과 노동력의 양을 가치의 비율로 비교하고, 이 가치구성을 유기적 구성이라고 했다. 여기서 노동력의 양은 인간재료의 양으로 환산된다. 따라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란 생산수단의 양과 인간재료의 양적비율을 보여준다. 마르크스가 자본의 유기적 구성을 강조한 이유는 이를 통해 사회적 총자본의 구성을 알 수 있고, 계급으로서의 노동자의 운명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마르크스는 자본의 구성이 변하지 않는(불변) 경우와 변하는 경우(고도화)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자본의 구성이 불변인 경우라 함은 일정양의 생산수단을 가동하는데 똑같은 노동량이 필요한 경우이다. 이 경우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증가속도는 자본의 증가속도에 비례한다. 따라서 자본이 증가하면 더 큰 노동력, 더 많은 노동자가 필요하게 된다. 즉 자본이 부를 늘리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상품으로 팔 수 있는 가난한 사람이 많아야 하고, 이는 자본관계에 예속되는 사람들이 확장됨을 의미한다. 이처럼 자본의 성장과 노동력의 확장은 나란히 갈 수밖에 없으며, 결국 자본의 축적원리란 프롤레타리아트의 증식원리와 같을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본구성이 불변인 경우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라면, 자본구성의 고도화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자리를 잡은 이후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자본주의의 사회적 토대가 구축된 상황에서 자본축적의 가장 강력한 지렛대는 사회적 노동생산성의 발전이다. 노동생산성이 증대한다는 것은 동일노동량으로 더 많은 생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동일한 생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더 적은 노동량이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생산수단의 양에 비해 노동량의 사용이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그럼으로써 자본의 구성이 변한다. 이러한 자본구성의 변화는 축적과 집중을 통해 이루어진다. 축적이 노동자들이 잉여가치를 생산하고 그 잉여가치를 자본으로 전환시켜 자본을 증대하는 것이라면, 집중은 자본가가 다른 자본을 수탈하여 자본을 증대하는 것이다. 신용과 경쟁은 자본 집중의 두 지렛대이다. 이처럼 총자본이 커질수록 가변자본의 상대적 비중이 줄어드는 자본고도화가 이루어지면 가변자본의 상대적 크기 감소가 노동인구의 절대적 증가로 보이는 시각적 기만이 일어난다고 한다. 자본이 상대적으로 과잉된 노동인구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겉보기에는 노동인구 자체가 너무 늘어서 자본이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시기나 국면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고, 개별기업이나 산업부문에 따라서는 주기성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이것이 사회 전반적으로 큰 틀에서 일어나는 변화라고 한다.

 

이렇게 대규모화된 자본은 총노동의 포괄적 조직화를 위한 출발점이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노동을 광범위하게 효과적으로 조직한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의 절약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노동생산성의 비약적 증가는 추가자본이 이전만큼의 고용효과가 없음을, 그리고 기존자본이 현재의 고용이 과잉임을 나타냄으로써 노동자 축출을 불러왔다. 임금노동자가 되지 못한 과잉 노동인구의 증가를 가져오게 만든 것이다. 이는 자본의 입장에서 필요노동력을 흡수하고 불필요한 노동력을 방출하기 위해서는 상대적 과잉인구, 즉 노동인구가 취업인구 규모보다 훨씬 더 커야한다는 사실에 부합되기도 한다. 마르크스는 맬서스의 인구론을 비판하면서 모든 시대에 관철되는 추상적인 인구법칙은 없으며, 모든 시대, 모든 생산양식은 그 시대, 그 생산양식에서 통용되는 고유의 인구법칙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자본구성이 고도화되면서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 과잉인구 상태 - 이는 자본의 축적상황에 따라 노동인구가 많아 보이기도 하고 적어보이기도 한다 - 가 만들어졌고, 노동인구 중 임금노동자보다 잉여노동자가 더 빨리 늘어난 것이 자본주의 시대의 인구론이라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잉여노동자를 자본주의 축적의 필연의 산물이자 축적을 위한 지렛대로 보았으며 산업예비군이라 불렀다. 개별자본가들에게 이들은 외부의 존재들이지만 총자본과는 자본관계에 속박되어 있는 자들이다.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착취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는 인간재료들인 셈이다. 또한 산업예비군의 존재는 노동력의 수급, 임금노동자의 노동강도, 그리고 임금을 조절하는 장치로 기능함으로써 자본축적에 기여한다.

 

산업예비군은 노동의 수요공급을 조절하는 장치인 동시에 수요공급의 법칙이 자본의 통제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장치라고 한다. 그래서 자본의 착취욕뿐만이 아니라 지배욕에도 부합하는 장치라고 마르크스는 말한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만남은 노동의 수요자와 공급자의 만남이 아니다. 자본은 노동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동시에 잉여노동자의 양산을 통해 공급도 늘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요공급법칙은 노동의 수요량과 공급량만 고려할 뿐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즉 자본은 산업예비군이라는 장치를 가지고 공급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정치적 법률이 주권자의 이해를 반영하는 것처럼 경제적 법칙은 자본의 이해를 반영하기에 노동의 수요공급법칙은 자본가 계급의 이익이 보장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또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서 잉여노동자들의 형태를 산업순환의 국면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세 가지 형태로 구분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비정규직이나 실업자처럼 고용상태가 불안정하거나 실업상태에 있는 유동적 형태, 농촌의 피폐화에 따른 농민들처럼 아직 노동자라 할 수는 없지만 언제든 노동자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적 형태, 인력시장의 일일 노동자처럼 단순노동을 행하는 정체적 형태가 그것이다. 여기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노숙자들처럼 구호대상에 속하는 사람이지만 그들 역시 자본의 축적과정에서 상대적 과잉잉구와 함께 생산된 사람들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이란 자본축적이 가속화될수록 상대적 과잉인구가 생산되고, 상대적 과잉인구의 생산은 빈민을 양산한다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부의 축적을 가속화하는 원리가 빈곤의 축적을 가속화하는 원리이며, 자본주의가 존속하는 한 노동자는 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고병권과 함께 읽는 [자본] 시리즈도 이제 마지막 한 권이 남았다. 마르크스의 [자본] 1권을 그의 해설과 함께 대체로 무난하게 읽어온 것 같다. 때로는 마르크스의 말인지 저자의 말인지 헷갈리기도 했지만, 그만큼 마르크스의 생각을 리얼하게 전달해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남은 열두 번 째 책을 읽고 나면 아마 [자본]을 다 읽은 것 같은 생각이 들 것 같다. 남은 한 권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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