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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길에 급하게 보자는 전화가 왔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급하게 형, 형님, 언니 이런 걸 찾는다는 말에 대한 해석은 "급한데 와서 좀 정리해 줘"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 그리고 실수라도 하면 엄마한테 일찍 태어나게 해 준 걸 고마워하라는 얼토당토않은 말이 나오기도 한다. 나쁜 놈들.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해서, 잠시 서점에 들렀다. 협력사 후배가 보고 싶다고 했던 책을 하나 사서 가방에 넣었다. 밖으로 나오니 날은 저물어 가고, 광장 벤치에 앉아 도시의 불빛 아래 읽던 책을 꺼내서 보고 있었다. 돌아보면 이게 문제였던 것 같다.

 

 왠 젊은 처자가 다가와 내 앞에 서더니 몸을 기울이며 질문을 한다. 이럴 일이 있을 턱이 없는데. 

 

 처자 : 종교를 믿으시나요?

 아저씨 : 아니요

 처자 : (꽁시랑 거리며 뭘 자꾸 물어본다)

 아저씨 : (책을 덮고, 개구진 생각이 나서) 글쎄요. 내가 종교는 없는데 들고 있는 성경책에서 두 가지 구절은 참 기억나는 거 같네요

 처자 :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뭐가요?

 아저씨 : 하나는 마태복음인가? 지나가는데 교회밖에 '힘들고 괴로운 자 다 나에게 오라" 이런 구절 있잖아요?

 처자 : 아 그 구절이요 (이러면서 그 구절은 완전하게 낭독해 줬다) 그런데 이 구절이 어떤대요?

 아저씨 : 아주 무섭더라고. 

 처자 : 아니 왜요?

 아저씨 :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지. 어차피 해석은 신이 해주는 것은 아니니까. 자기한테 오라는 것은 만나자는 이야기고, 만나러 가려면 죽어야 되잖아. 이게 목을 떼겠다는 소리인지 메달라는 소린지 하여튼 죽어야 되더라고. 상상만 해도 아주 무섭잖아.

 처자 : (약간 어버버) 아니.. 그걸 그렇게 해석하면 안 되고요!

 아저씨 : 그럼 어떻게 해? 글자 그대로 의미를 해석하는 건 내 머리가 하는데. 

 처자 : 그럼 다른 구절은요?

 아저씨 : 음.. 뿌린 대로 거두리라

 처자 : 그건 또 왜요?

 아저씨 : 내가 한 건 내가 책임진다는 말이잖아. 이 말을 그대로 해석하면 신이 날 도와주는 건 하나도 읎네. 그렇지?

 처자 : 아니 그걸 그렇게 해석하시는 분이 어디 있어요? (어이없어 웃다가 성경책을 떨어뜨렸다)

         그런데 교회 다니실 생각은 없어요?

 아저씨 : 딱 봐도 내가 두 배는 나이를 먹었을 거 같은데, 그런 소리 많이 들었지. 내 친구가 목사인데, 날 포교하겠다고 한 달간 노력하다가 '넌 안 되겠다'라고 하더라고. 그 정도면 됐지 뭘 또 해. 

 

 이런 이야기 중에 후배 녀석이 왔다. 젊은 처자가 자꾸 말을 거는데 약속이 있으니 좋은 저녁 시간 보내라고 하고 자리를 떴다. 무슨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자초지종을 알려주니 녀석 한참을 웃는다. 내가 한 마디 더했다. 요즘은 "도를 아십니까?"이런 사람은 없더라. 이 업종도 시장 점유율의 변동이 있는 것 같다. 시간이 더 있다면 "신은 왜 화를 내는가? 전지전능인데 그럴 줄 몰랐던 거 아닐까?", "신은 인간을 왜 벌하는가? 해준 건 암것도 없으면서, 대체 이유가 뭐야?", "신은 존재하는가 인간의 상상인가?", "종교 단체는 왜 돈을 열심히 걷는가?", "신은 하루 종일 하는 일이 뭔가?", "신은 무슨 일을 하는 존재인가?" 이런 답안 나오는 질문을 좀 더 할 수 있었는데. 

 

 오래전 심리학 박사과정에 다니던 지인이 사람들은 왜 점을 보는가? 가 궁금해서 점집에 갔더니, 기가 막히게 재미있고 이게 왜 가는 줄 알겠다며 박사과정 동기 수녀님께 한참 떠드는 모습을 봤다. 그 양반이 도를 아십니까의 궁극은 제사라고 하던데.. 거기까지 궁금해서 가보셨다고 자랑을 하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내가 심리학을 배우거나 조예가 깊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약속 장소에 가다 잠시 시간이 나면 노닥거리며 시간을 때우기도 했는데.. 한 번은 "도를 아십니까?"라고 묻길래 "도 좀 아시나 봐요?"라고 대꾸했더니 눈도 안 마주치고 쌩하니 뒤돌아가는 사람을 봤다. 그때 든 생각은 "아니 저 양반이 나를 동업자로 봤나?"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오늘도 사무실 근처에 "유월절~~#)(#*%#)"이라고 떠들며 다가오는 사람에게 한 마디 했다. "아니 지금 11월에 무슨 6월이야 아가씨. 이상기온이라 날이 따뜻해서 그래?"라고 한 마디 했더니 말을 못 하고 서있다. 잽싸게 사무실로 발을 옮겼다. 

 

 웬만하면 모르는 젊은 처자가 말을 걸면 대꾸를 하지 말아야 하나? 가끔 보면 우리나라 무속의 나라 같아.

 

#길거리 #처자 #대화 #종교 #나한테왜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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