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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도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소설의 존재에 대해서는 꽤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을 작정을 하지 못했던 데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었다. 먼저 가장 큰 이유는 이 난장이연작소설의 첫 작품인 칼날이 발표된 1975년은 내가 다섯 살이 되던 해였기 때문에 그 당시의 사회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내가 몸소 겪지도 못했던 사회문제를 다룬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지적 허영을 만족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이를 먹고 하나의 경제주체가 되어 밥벌이를 시작한 후로부터는 물질만능주의적인 자본주의에 젖어 내 삶과는 동떨어져 있는 불평등한 분배나 노동자들의 힘겨운 삶을 애써 외면하고자 했었기 때문에 이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내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EBS의 지식채널 e에서 다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만나게 되었다. 그 영상에서 작가 조세희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200쇄를 기록했지만, 지금의 상황은 처음 이 소설을 쓰던 때와 똑같아 보입니다.”

억압의 시대를 기록한 이 소설이 아직도 이 땅에서 읽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30여 년 전의 불행이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합니다.”

“200쇄 출간은 부끄러운 기록입니다.”

작가의 이러한 증언이 내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도록 강요하고 있었다.


 
 
 
 
 
 

이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급격한 산업화의 산통을 겪던 시절의 대한민국에서 불평등한 분배로 인해 착취 당해야 했던 노동자들의 힘겨운 삶과 그들만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시대를 몸소 겪지 않은 나도 책과 영상들로 많이 접해 익숙한 이야기이다. 누구나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이며, 그보다 더 강렬한 어조로 그 시대의 억압과 착취를 고발한 소설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억압의 시대를 관통하는 용감한 사회고발이라는 의미에서 이 소설이 가지는 의미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 소설의 의미는 그 배경보다는 소설 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된다.

 

먼저 이 소설의 전체적인 구조가 눈에 띈다. 12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단편소설집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한 편의 장편소설이라 해도 믿을 만큼 치밀한 구조를 갖고 있다. 과연 작가는 처음부터 12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한 편의 장편소설을 의도했을까?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먼저 소설집과 동명의 단편소설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의 난장이의 막내딸 영희의 삶의 궤적과 다른 단편소설 속에 등장하는 난장이의 막내딸 영희의 삶의 궤적이 들어 맞질 않는 느낌이다. 꼭 찍어서 여기는 이렇고 저기는 저러해서 모순되는 내용이 존재한다고 집어 낼 수는 없지만 시간과 인물의 구조가 약간 왜곡되어 있다는 느낌을 책을 읽는 내내 떨쳐 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편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한 편의 장편소설처럼 느껴질 만큼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다. 작가가 얼마나 공들여 소설의 구조를 설계했는지를 감탄의 눈길로 쳐다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소설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이러한 사회고발 성격의 소설들이 갖는 경직된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때로는 마치 동화 같은 형식을 취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어와 같은 유려한 표현들을 사용하고 있으며, 꿈을 꾸는 듯한 갑작스러운 장면전환이 있고, 애써 부연설명을 하지 않고 단문으로 문장을 이어가면서도 작가는 단호하게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고, 독자는 그로 인한 소외계층의 아픔을 가슴의 울림으로 느끼게 된다. 게다가, 소설의 언어가 아닌 그림것들을 사용한 파격적인 시도도 매우 획기적이다. (나는 그런 시도를 말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처음 접했고, 그 이전에 그런 시도가 있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분배의 문제는 자본주의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냈으며, 이미 공산주의가 몰락한 이 마당에 여전히 분배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불평등한 분배가 생계와 생존을 위협하던 시대는 지나갔으며, 최근의 노사분규를 보면서 여전히 평등한 분배를 외치는 이들은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고 나서 작가 조세희 선생의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억압의 시대를 기록한 이 소설이 아직도 이 땅에서 읽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30여 년 전의 불행이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합니다.”

정말 우리는 30여 년 전의 불행을 되풀이 하고만 있는 것일까? 누군가는 여전히 그 불행의 피해자가 되어 핍박 받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개인인가? 사회인가?

 

사람들은 사랑이 없는 욕망만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 한 사람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모릅니다. 이런 사람들만 사는 땅은 죽은 땅입니다.”

하긴!”

아저씨는 평생 동안 아무 일도 안 하셨습니까?”

일을 안 하다니? 일을 했지. 열심히 일했어. 우리 식구 모두가 열심히 일했네.”

그럼 무슨 나쁜 짓을 하신 적은 없으십니까? 법을 어긴 적 없으세요?”

없어.”

그렇다면 기도를 드리지 않으셨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지 않으셨어요.”

기도도 올렸지.”

그런데, 이게 뭡니까? 뭐가 잘못된 게 분명하죠? 불공평하지 않으세요? 이제 이 죽은 땅을 떠나야 됩니다.”

 

(BOOK : 2011-022-0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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