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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아트 트립

[도서] 이탈리아 아트 트립

김현성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나의 르네상스 사랑은 댜학교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예술가는 미켈란젤로이다.

대학 시절, 프랑스 문학과 예술이라는 제목의 교양 강의를 듣던 어느 봄날,

몇 백 명 수용이 가능한 과학관의 대형강의실, 그 약간은 어둑하고 서늘한 공간에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우는 크기의 빔프로젝트 화면에 가득 들어찼던 피에타의 화상을 아직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빔 프로젝트로 띄워진 화상일 뿐인데도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 후로 난 미켈란젤로와 르네상스, 피렌체, 메디치 가문 등에 대한 책을 잔뜩 읽어댔다.

언젠가는 피렌체에 가고 로마에 가서 꼭 피에타를 보리란 희망을 키우며.

그리고 몇 년 후, 나는 드디어 이탈리아에 가게 되었다.

비록 엄마랑 이모와 함께 등록한 패키지의 일원이긴 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첫 이탈리아 방문은 실망스럽고 행복했으며 아쉬웠다.

왜 실망스러웠냐면, 모처럼 바티칸까지 갔는데 하필이면 우리가 바티칸을 방문한 날이 추기경 서품식인지 뭔지를 하는 날이라 바티칸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간신히 천지창조를 볼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으나, 피에타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천지창조가 워낙 감명깊어서 그래도 설움과 회한은 그럭저럭 달랠 수 있었다는 게 위안이다.


그리고 피렌체.

내가 그 패키지 여행에서 가장 기다리던 도시.

사실 나는 피렌체에 가기 전에 걱정도 많이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막상 피렌체에 갔는데 실망하게 되면 어쩌지? 하지만 그런 걱정에도 기대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리고 피렌체는 그렇게 기대를 하고 갔음에도, 기대보다 더 좋았다.

정말 너무 좋았다. 해질녘 매직아워의 장밋빛과 황금빛이 은은하게 섞인 부드러운 황혼 속에 서 있는 산타마리아 델 피어레 성당과 그 성당을 바라보고 서 있자니 성당 꼭대기에서부터 천천히 푸른빛, 쪽빛, 보랏빛으로 짙게 물들어가는 밤하늘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다.

그리고 당일치기로 바로 피렌체를 떠나야 했기에 아쉬움이 한가득이었지만.


아무튼, 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사랑한다. 신에게서 인간에게로 향하기 시작한 그 사상도 좋고, 천재들의 도시였던 피렌체도 좋고, 문화와 예술이 꽃처럼 피어나던 시대 분위기도 좋다.


물론 이 책에서 메인 소재로 다룬 조토 역시, 그 프랑스 문학과 예술 강의를 시작으로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들은 미술사 또는 미술 관련 강의에서 여러 번 들은 이름이었다. 

르네상스의 선구자 같은 존재라 하니 좀 더 관심이 가기도 했고. 하지만 한국에서 조토에 관한 책을 읽거나 무언가를 배우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에 대해 책을 읽고 다큐멘터리를 보는 등 여러가지 정보를 찾아다니다 보면, 미켈란젤로, 다빈치, 라파엘로와 같은 예술가들이나 메디치 가문 등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쉽고 방대하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조토는 그 위상에 비해 너무나도 자료가 부족했다.

그러던 중 '조토 로드'라고 이름 붙인 길을 따라 순례하듯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미술사에 대해 이야기 해 주고, 조토에 대해 말해준다는 책이 있으니 두 번 볼 것도 없이 바로 신청할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사실 나는 여행기와 접목된 교양서 같은 것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편이다. 뭔가 여행 면으로도 교양 면으로도 수박 겉핥기란 편견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아름다운 도판들은 물론, 중세 고딕과 르네상스의 차이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그림에 대해서도 충분한 이야기를 해 주는 동시에, 문장 곳곳에 녹아있는 이탈리아의 풍광이 무척이나 서정적이면서 부드럽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조토 뿐 아니라 많은 예술가들과 역사 속 인물들에게, 작품들과 건축물들에게, 그리고 시대와 사람에게 한없는 애정을 가진 작가의 시선으로 르네상스 이탈리아와 르네상스의 예술을 보는 체험은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마음이 따뜻하고 풍족해지는 경험이었다.


마치 아시시에서 시작해 피렌체를 거쳐 파도바로 이어지는 여정을 함께 한 듯한 느낌이었고, 회사에 입사한 후 삶에 치이느라 잊고 있던 예전의 그 가슴 설렘을 다시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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