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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의 꿈

[도서] 기차의 꿈

데니스 존슨 저/김승욱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원제: Train Dream
지은이: 데니스 존슨Denis Johnson

옮긴이: 김승옥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년: 2020년 4월 1일 초판 발행



 내가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의 감상을 찾아보는 경우는 세 가지로 나뉜다.

1. 책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끓어오르는 덕심(!) 을 주체 못 할 때

2. 책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남들은 이걸 왜 읽나, 혹은 이 책을 정말 좋아하나 궁금해질 때

3. 이게 대체 뭔지 혼란스러울 때


솔직히 이 책은 3번이었다.


 이 책의 혼란함은 짙게 드러나는 마술적인 소재와 장면으로 인해 야기된다.

처음 책을 신청할 때, 신청 댓글에서도 썼듯이, 나는 보다 플로베르 풍의, 이를테면 순박한 마음(혹은 순진한 마음))과 같은 책을 생각했었다. 평이하고 사실적이며 단순하지만 아름답고 심금을 울리는.

 즉, 내가 기대했던 것은 20세기 재즈시대, 혹은 세계대전 시기를 배경으로 한 미국판 펠리시테의 삶 정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물론 순박한 마음에서 느꼈던 소박하고, 고단한 삶에 단순하고 충실하게 임하는 인물을 볼 때 얻게되는 역설적 숭고함과 감동을 주긴 했으나, 그 이상으로 '고딕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원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거주지였으나 화재로 인해 폐허가 된 고립된 계곡에 위치한 그레이니어의 집과 달밤에 나타나는 핏덩이를 달고 있는 늑대소녀, 아내의 유령과 환각.

 그 밖에도 이 소설에는 갖가지 그로테스크하고 환상적인 소재들이 등장한다. 중국인의 저주, 인디언의 마술적인 조언, 환각 또는 환시와 구분하기 힘든 체험들, 유령과 초자연적인 존재의 등장, 모든 역사를 담은 듯한 서커스 소년의 소리.

 고딕이라는 장르를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이렇게 '사실주의'를 기대하고 본 책에서 마주한 고딕은 어딘지 유독 당황스러운 면모가 있는 것 같다.


 이 소설의 주요 배경은 불에 타 재가 된 계곡이다. 황폐해진 계곡에서 그레이니어는 홀로 삶을 이어가고, 잿더미였던 계곡은 점차 다시 회복되어가지만 예전에 민가가 있던 때와는 자라나는 식물도, 살고 있는 짐승도 전혀 달라졌다. 이 계곡은 어딘지 죽음과 삶의 경계가 모호한 장소로 느껴져 읽는 내내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 엘레오노라에 나오는 계곡을 떠오르게 했다. 물론 엘레오노라의 계곡처럼 환상향같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둘을 뒤섞어 놓는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처음 들었던 감상은, 예전에는 정말 죽음이 삶과 밀접했구나, 도처에 죽음이 있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이라고 다를까? 지금도 세상은 여전히 살아가는 사람들과 죽어가는 사람들이 혼재하고 있다. 내가 죽음은 나와 거리가 먼 얘기라고 느낀다면, 혹은 피상적으로 느끼고 있다면 그저 죽음이라는 것이 예전보다 훨씬 더 가꿔지고 감춰지고 눈에 안 보이는 곳으로 숨었기 때문일 뿐인 것 아닐까? 비단 지금이 '코로나 시국'이라 전세계적으로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이 수치화되고 통계화되어 가시적으로 보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인류는, 혹은 나는, 어째서 이렇게 죽음에서 눈을 돌리게 되었을까? 

 나에게 이 소설은 삶과 죽음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글이었다.  

 


 소설의 길이는 비교적 짧다. 4x6판 사이즈의 작은 크기에 120페이지 정도 밖에 안 되는 책이다. 하지만 내용은 책의 배경만큼이나 광활하다. 마치 밀레의 만종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놀랄 정도로 작은 그림이었지만 그 그림 앞에 서는 순간 그림에 빨려들어가듯, 그림 속 세계가 확장되어 보이는 느낌. 만종 앞에서 드넓은 평야와 하늘이 눈 앞에 펼쳐지는 느낌을 받았듯, 이 책 또한 덮은 후에는 기나긴 인류의 역사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도 마지막 문장이 그러한 확장성을 더 심화시키는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제일 앞에 썼듯, 이 책은 처음 읽고 나면 좀 혼란스러운 기분이다. 한 번 읽는 걸론 충분치 않은 느낌. 그리고 책 날개나 여러 추천사에서도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 여운이 남고, 반복해서 읽을 수록 점점 더 깊어지는 책. 앞으로도 나는 적어도 두어번은 이 책을 더 읽지 않을까.

그리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단순하고 묵상적이며 아름답고 환상적이면서도 묵직한 책.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몇 가지 의문과 정리되지 않던 감상들에 조금 도움을 줄 서평을 찾았다. 나중에 소설을 한 번 더 읽고 다시 한 번 서평을 더 읽어볼 생각이다.


 YES24 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https://artsfuse.org/42610/fuse-book-review-denis-johnsons-beautiful-haunting-train-dreams/
http://blog.yes24.com/blog/blogMain.aspx?blogid=revie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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