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헌책, 예술이 되다
지은이: 홍승희
발행일: 2020년 6월 10일 초판 1쇄
워낙 이것저것 만들어 보는 것도 좋아하고 예쁜 책을 보는 것도 모으는 것도 좋아하던 나는 요즘 북아트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뭐부터 해야할 지 선뜻 손이 가질 않아 이런 저런 책들만 검색해보며 어디부터 시작해야할 지 감도 못 잡고 있던 차에 예스24 서평단 모집에 이 책이 올라온 걸 발견하고는 바로 신청했다!
책은 월요일에 도착했는데, 회사에 있는 중 책이 도착할 거라는 택배사의 문자를 받고 하루종일 설렜다.
드디어 나도 북아트라는 걸 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받아본 책은 심지어 한 권이 아니었다!
<빅허그>라는 책이 함께 왔는데, 너무 귀여운 표지에 처음에는 이 책이 동화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귀여운 그림이 있는 에세이집이었다.
동화처럼 귀여운 그림과 따뜻한 감성이 녹아든 책은 지치고 팍팍해진 사회인의 마음을 사르르 녹여주었다.
에세이 중에 보면 독일의 사진 작가를 만난 일화에서 작가 특유의 '뚱~함'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 대목을 읽었을 때 내심 나는 좀 놀랐다.
글만 읽었을 때는 굉장히 다정하고 정도 많고 유쾌활발한 사람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예상치 못한 뜻밖의 선물 한 권에 기분이 더 좋아진 나는 책을 살펴보았다.
책은 처음에 북아트의 기본 구조와 한국 대부분의 동화책 제본 구조 및 그 동화책을 뜯어내는 법부터 소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동화책을 활용한 북아트가 굉장히 많이 나왔던 것이다.
사실 나는 뭘 배우든 기초부터 배워야 하는 성격이다.
악기를 배울 때도 '좋아하는 음악 하나만 마스터' 같은 건 마음이 불편하다.
처음부터 자연스레 차곡차곡 배워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너무 쉬우면 금방 흥미가 떨어져버리는 까다로운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런 내게도 이 책은 상당히 마음이 편안하게 기초부터 알려주면서도,
어느 정도 도전해 볼 기분이 날 정도의 난이도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론 만드는 걸 좋아한다 뿐 곰손인 나에게는 '이것도 해 볼 만 한데?' 싶었던 것들은 다 좀 더 연습이 필요한 작품들이었다는 걸로 판명났지만.
아무튼, 이것저것 시도하다 결국 내가 해보려고 결심한 건 책갈피였다.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끝낼 체력도 시간도 없는 늙고 지친 직장인 독서가의 필수품,
바로 책갈피!
내가 직접 만든 책갈피를 꽂고 다니면 훨씬 책 읽을 맛이 나지 않을까?
내 마음을 끈 것은 특이 이 입체감이 살아있는 책갈피였다.
책 속 이미지 중에 이런 입체 책갈피를 꽂은 책들을 나란히 세워놓은 설정샷이 있는데,
마치 책장에 식물원을 차린 것 같았다!
꼭 가지고 다니며 사용할 용도가 아니라도, 서재 한 칸을 이런 책갈피를 꽂은 책으로 장식하면 서재가 식물원 같기도 하고 알록달록 예뻐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결정했으면 얌전히 책에 나온 예시를 따라 만들었으면 될텐데,
감자기 영감이 솟구친 나는 '꼭 식물원일 필요는 없잖아? 여름인데 수족관도 재밌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열심히 위에 붙일 금붕어를 만들었으나
장렬히 실패했다.
(그 금붕어는 지금 내 방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다. R.I.P Goldenfish)
결국 나는 노선을 틀기로 했다.
저렇게 입체감 있는 조형물은 아직 내 수준엔 이르다는 걸 잽싸게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건, 바로 모빌형 장식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건 싫으니, 좀 화려하고 멋진 걸로 하고 싶었다.
바로 이런 거.
특히 이 샘플 사진이 굉장히 내 마음을 끌었는데, 왜냐하면 바로 헌책의 낱장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 번 손에 들어온 모든 책을 끌어안고 무덤까지 가기로 굳게 맹세한 진시황형 애서가라면 많이들 내 마음을 알 것이다.
책을 훼손하는 것, 그건 어딘지 천인공노할 대역죄이자 마음에 오점을 남기는 범죄이면서도
동시에 어딘지 마음을 끄는 데가 있는 것이다.
그 훼손이 단순히 밥먹으며 책을 보다가 음식을 흘렸다거나, 실수로 물에 적셨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다분히 고의성이 있는 범죄(?)일 경우에.
예전 어떤 시인이 자기는 책을 뜯어갖고 다니며 카페에서 읽고 다 읽은 페이지는 버리고 나온다는 인터뷰를 한 걸 봤는데,
그 인터뷰는 내 마음 깊숙한 곳에 항상 자리잡게 되었다.
굉장히 힙하고 쿨하지만 나는 절대 할 수 없는 그런 행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이번에 헌책을 이용한 북아트 체험단에 선정되지 않았는가!
그 역할을 완수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용감하게 책을 골랐다.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부터 집에 있던 책으로, 1,2권과 뒷권(있는지도 모르겠지만)은 어디갔는지 달랑 3권 하나만 수십 년 째 책장에 꽂혀있던 책이었다.
엄마와 아빠에게 이 책은 이제 아무도 보지 않는 책이라는 걸 확인한 나는 희희낙락 책을 가져왔고,
떨리는 마음으로 칼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voila! 여기 그 결과물이 있다.
내 생에 처음으로 책장을 뜯어 만든 책갈피!
너무 맘에 든다,
하나의 커다란 결점을 발견했지만.
바로 모빌이 종이로 만들어진 데다가 너무 커서, 도저히 밖에 들고 다니며 사용할 수 없는 책갈피가 되었다는 것이다.
분명히 내 가방 안에 한 번만 들어가면 나올 때는 다 찌그러지고 우그러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첫 작품을 만든 데 의의가 있는 거니까!
이 책애는 책을 접어 인테리어 조명등을 만드는 법도 있는데, 북아트에 좀 더 익숙해지면 그걸 만들어 친구가 하는 가게에 선물할 예정이다!
그리고 조만간 동화책 쇼핑을 하러 가야지.
그 동화책으로는 팝업북을 만들 것이다.
앞으로도 할 게 굉장히 많이 남아 있어 너무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