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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 제국

[도서] 오스만 제국

오가사와라 히로유키 저/노경아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제목: 오스만 제국: 찬란한 600년의 기록
지은이: 오가사와라 히로유키
옮긴이: 노경아
출판사: 까치글방
2020년 7월 6일 초판 1쇄 발행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나는 어릴 적부터 이 나라 저 나라에 대한 역사서도 많이 읽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중앙 아프리카나 남아프리카 쪽은 워낙에 생소하고 국내에 책도 별로 없으니 예외로 둔다 해도,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이름의 나라들에 대해서는 그 나라의 세부적인 역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동양사, 유럽사처럼 어느 정도의 지역적 통사는 줄줄 읊진 못하더라도 대충 들으면 아, 그 내용 알아! 정도는 말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적어도 어릴 때는 그랬다.
하지만 좀 더 커서 생각해보니 내가 아는 것은 정말로 국지적인 역사일 뿐이었다.
세계가 서유럽 일부국가(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오스트리아 정도로 이루어진)와 러시아, 한국, 중국과 미국, 그리고 임진왜란 이후부터 나타난 약간의 일본으로 이루어진 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세계란 그게 끝이었던 것이다.
특히 이슬람은 내게 있어 약 천 년 전게 기독교 세계와 십자군 전쟁을 했고, 현대에는 IS 등 과격한 사상을 가진 이라크와 이란을 중심으로한 지역, 석유가 많이 나고 얼추 터키까지 연고가 닿은 문화권, 아라비안 나이트의 배경이란 정도가 그 지식의 다였다.

아무튼 사실 이슬람은 내게 큰 관심지역이 아닌 건 분명했다.
하지만 몇 년 전, 카렐 차페크의 <로봇>이란 희곡을 읽은 후 인공지능과 로봇 등에 대한 역사와 도덕적 담론에 관심을 갖게된 나는 초기형태의 로봇, 즉 자동인형 혹은 오토마타라고 불리는 기계장치들에 관심을 갖게 됐고, 관련 책들을 찾아보던 중에 중세 페르시아 시대의 알 자자리라는 과학자를 알게 되었다.
그가 만든 정교한 기계장치들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중세 이슬람의 과학과 관련된 서적을 읽던 나는 매우 놀랐다.
대충 사막 지역의 난폭함과 잔인함, 야만성과 화려한 궁전을 지닌 국가, 혹은 부족, 혹은 지역 정도로 어렴풋하게 생각했던 이슬람이, 동시대 유럽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생각해보면 당시 유럽은 지성과 소위 '문명'이라곤 정말 미약하고 희박하게 지니고 있던 지역이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훌륭한 문화를 일궈내고 있었던 게 아닌가.
이를 시작으로 나는 이슬람 문화권에 관심을 갖고 이런 저런 채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슬람에 대한 책은 내 예상보다 더 난해했다.
우선 이슬람이란 무엇인가, 라는 정의부터 시작하는 책들은 첫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대체로 모호해 안 그래도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은 내 이슬람에 대한 개념을 더욱 흐리게 만들었으며,
이라크나 이란, 터키 등 개별 국가에 대한 역사서는 대체로 근세 이후를 다루고 있었다.
과거의 이슬람 문화권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멋진 돔과 아라베스크 무늬가 가득한 궁궐이나 술탄들, (내게는 최근 새롭게 덧씌워진 이미지이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문명과 지성들에 대해 다루는 국내에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결국 나는 역사서를 포기하고 신화와 전설을 다룬 책들을 찾아봤지만(이런 책들, 특히 왕과 영웅들에 대한 전설을 다룬 책들은 의외로 관습이나 풍습, 생활상을 엿보기에 편리하다) 여전히 내게 이슬람은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여러 권의 책을 읽고 또 읽어 알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뭉뚱그려 '대충 이슬람'이라고 생각하며 알고 싶다고 찾아보던 역사가, 거의 '오스만 제국'으로 생각하면 맞아떨어진다는 것 뿐.

그 후 나는 오스만 제국에 대한 책도 얇게 나온 훑어보기용 총서에서부터 제법 두꺼운 역사서까지 다양하게 찾아봤으나, 남은 것은 생소한 술탄과 파샤들의 이름과 칼리프와 술탄에 대한 모호한 헷갈림,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왕들의 계보 뿐이었다.
사실상 내가 이제까지 이슬람이나 오스만 제국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던 게 있기나 할까 싶은 상태였던 것이다.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이 리뷰어 모집글을 보았고, 까치라는 네임밸류가 주는 안정감에 홀린 듯 신청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책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이 책은 600년 동안 이어진 오스만 제국사를 총 36대를 이어져온 술탄을 중심축으로 시기별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특히 가장 좋았던 것은, 시기별 오스만 제국의 지도를 함께 수록해 준 것이었다.
사실 나는 이슬람 사를 볼 때마다 '그래서 이 과거의 역사가 현재 어느 나라의 역사로 이어졌다는 거야?'라는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지도를 함께 보니 그 부분이 상당히 명확해졌다.
그리고 술탄이라는 확실한 중심축을 두고 역사를 따라가니 제국의 커다란 거시적 흐름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무엇보다 글도 편안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문체라, 나처럼 이슬람에 대해 갈피도 못 잡고 개념도 못 잡아 거대한 진입장벽에 가로막혔다는 느낌을 받는 초심자들에게는 정말 훌륭한 안내서 같은 역할을 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커다란 도움을 받았음은 두 말 할 것도 없고.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니, 오스만 제국은 유럽사를 배우며 중간중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엑스트라 이상 조연 미만의 역할로 끝나기엔 너무 대단한 국가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유럽권과의 교류와 서로 주고받은 영향도 내 생각 이상으로 굉장히 많았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오스만은 현대 중동(이라크나 이란으로 대변되는)과 비슷하게 굉장히 폐쇄적이고 배타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스만 제국에는 유럽의 상주 외교관이 머물기도 했고, 오스만 제국 측에서도 유럽에 종종 사절을 파견하고 서로 왕래가 제법 있었던 것이다.
특히 비교적 최근깨 이집트와 그리스까지 오스만 제국의 영향 하에 있었다는 사실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이 책을 처음 신청할 때까지만 해도 '이 책을 읽으면 대충 오스만 제국에 대해 알 수 있을 거고 그럼 다른 책을 더 찾아보지 않아도 얼추 궁금한 게 해소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일고난 후에는 그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히려 더 궁금한 게 많아지고 더 많은 책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이 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입문서로써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에 읽는 사람, 즉 나의 오스만에 대한 관심을 엄청나게 끌어냈기 때문이다.
이토록 매력적인 오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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