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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여름

[도서] 네 번째 여름

류현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소설 시작은
‘황금엉덩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성범죄 전담 검사 정해심이 위계에 의해 벌어진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성추행 사건을 조사하던 중 한 통의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치매로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가 좁은 욕조 안에서 한 할머니를 범하려 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검사인 정해심은 단순 사건이 아님을 직감하고, 감춰진 전모를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소설 속의 남해 어촌 마을 ‘앵강만’은 범죄와 욕망이 가득한 어두운 배경을 바탕으로 두고 있고, 상처 가득 안고 사는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내가 읽은 네 번째 여름은 미스터리 스릴러가 아니라 로맨스라 말하고 싶다.

#소년 소녀인 정만석과 고해심이 바닷속에서 서로 눈길을 주고 받으며 의식하는 모습들,
사투리를 대화에서 그대로 사용해 풋풋하고 꾸밈없이 좋아하는 마음을 툭툭 전달하는 말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었어도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변함없이 간직하는 주인공 남녀는
살인과 치정, 복수로 인해 마음속에만 머무는 첫사랑의 기억으로 잔잔하게 남는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영석이를 쓰레기 하용범의 자식이 아니라 정만석의 자식으로 설정했다면 조금 따뜻했을 텐데 바다를 사랑하고 바다밖에 몰랐던 소녀의 삶이 안타까웠다.

#무더운 여름!
나는 사연을 침묵으로 살아가야 했던 주인공들과 여름 밤 바다를 떠올리며,
한동안 바다 속의 정만석과 고해심의 문어무덤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네 번째 여름 스토리 안에서 사로잡힌 채.


???

#해심이가 만선이의 시선을 의식하며 기분 좋아하는 대목
“솔직히 옛날부터 만선이가 낼 보고 있는 거 다 알고 있었다 아이가. 그래서 일부러 물속에서 안 나오고 버텼던 거래이. 1초, 2초…… 내가 물 속에 있을 수록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만선이를 보는 게 재밌데. 그렇게 참다 보니 사람들이 내 보고 우리 동네 최고의 해녀라쿠대.”

#덕자가 해심이를 언니였을 때 바라본 모습. 질투와 선망의 대상이었던 해심이.
해심은 물 밖에 있을 때에도 물에서 막 나온 것처럼 촉촉하고 빛이 났다. 덕자는 그녀를 볼 때마다 넋이 나갔다. 해심의 눈은 살아 있는 물고기의 눈처럼 깨끗하고 선명했으며, 입술은 한 여름 백일홍처럼 눈에 띄는 선홍빛이었다. 그 눈을 보고 그 입이 말하는 걸 듣고 있으면 정신이 몽롱해져 취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해심이 웃기라도 하면 덕자의 가슴에서는 후드득 소리가 났다. 토란잎에 떨어지는 소나기처럼 맑은 웃음소리가 덕자의 마음에서 오랫동안 동글동글 굴러다녔다.

???

#덕자가 좋아한 과거 아름다운 소년 만선이. 무화과 향기가 진동하는 여름의 추억을 생각하며
만난 요양원의 노인 만선은 더 이상 꽃섬의 청년이 아님을 알게되는 대목

덕자는 할 수 없이 무화과 대신 복숭아를 사 들고 요양원으로 간다. 하지만 조금 후면 동정호 도련님을 만난다는 생각에 손거울을 꺼내보다 머리가 허연 노파를 발견하고 뜨악한다. 머리만 하얘진 게 아니다. 백내장이 와 눈도 수술했고, 이도 시원찮아 임플란트를 여섯 개나 박았다. 고해심이 옆에 있을 땐 연로한 그녀보다는 젊다는 생각에 쌩쌩한 척했지만 이젠 그마저도 되지 않는다. 갑자기 예순여섯이 아니라 아흔여섯이 돼버린 것처럼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그래도 요양원에 도착하니 갈팡질팡하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그도 더 이상 꽃섬의 청년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요양원의 풍경이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당 빨랫줄에 널린 누런 이불들, 한쪽에 놓인 보행 보조기구들과 지팡이.

???
#만선이 해심에게 직접 지은 시를 들려준 내용 중-

문어무덤으로 들어가 속삭였다.
하나, 둘, 셋, 넷밖에
못 셀 때부터 나를 보았다고,
내 애간장을 녹이려고
물속에서 숨을 참고 또 참았다고.
하나, 둘, 셋, 넷 …… 예순일곱
이제는 섬 최고의 해녀가 되었다고.

하나, 둘, 셋, 넷 …… 일곱
나는 물귀신 같은 그녀에게로
빠져들고, 또 빠져들고
하나, 둘, 셋, 넷 …… 서른하나
매일매일 그녀 속에서 죽었다 깨어난다.
그 여자, 내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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