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나쁘다의 개념이 있을때, 무조건 좋은쪽에 놓고 보는 것과 그 반대쪽에 놓고 보는 것과의 차이는 너무나 크다고 생각한다.
첫인상이 좋았던 사람이 뭔가 미흡한 일을 하면 <그럴수도 있지> 가 반대였던 사람이라면 <첫인상때부터 내 알아봤어> 가 된다.
이 책은 인터넷에 게재되던 만화이다. 작가후기의 말을 빌리면 책작업을 제안받았을때 거절할 심산이었다가, 전국의 중고등학교에 배포됨을 알고 수락한 경우로, 어떤 책임감 같은 약간은 부담감이 묻은 글과 그림을 그렸다는 데서 위안이 되었었다. 한쪽으로 치우친 감정으로는 하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말이다.
영호는 반공소년으로 웅변대회를 나가 상이란 상은 다 휩쓸어오는 집안의 웃음꽃이요 온 동네, 학교의 자랑스런 학생이었다. 군대에서 휴가 나온 형이 한숨을 왜 쉬는지, TV보시던 아버지가 법관이 되어 저런 나쁜 사람들 잡아가라는 말의 의미도 모른채 대학생이 되었다. 형 영진이와 동생 영호를 위해 누나는 산업체 부속고교에 들어가고 영호는 대학에서 서클선배들로부터 사상이나 시국에 관한 얘기를 듣지만 시큰둥하다. 반공소년의 심성이 굳건한 탓도 있었지만 누나의 앞길도 막고 들어온 대학에 부모님을 생각하면 섣불리 행동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느날 누나의 눈물을 보고 누나한테 욕을 먹고...
엄마 옥분은 부모님이 빨갱이였기에 그 자식으로 살아왔던 세월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지는 사람인데, 믿었던 아들 영호가 데모를 하다 붙잡혀갔다는 하숙집아주머니의 전화를 듣고는 아연실색한다. 권력앞에서는 빨갱이도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어느날 옥분은 아들구명에 앞장서며 어느새 주동세력의 앞잡이로 나선다.
박종철군 고문 사건, 이한열군 사망 사건 등이 터지고...
결국 보다 못한 국민 모두가 들고 일어선다. 100도씨에서 터져버린 것이다.
중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이 책을 대한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원래 시국이나 정국 이런 단어에 익숙칠 않고 나와는 별개인 단어로 늘상 생각되어지는 현실에서 이런 책은 나에겐 불편함 그 자체였다. 성격상 선물받은 책은 꼭 서평을 쓴다는 원칙아래 진즉 도서받던 날 다 읽었지만 당황스럽고 어찌할 바를 모르다 이제사 내 느낌을 올린다.
어른인 나도 아물가물한 시대사를 아이들이 잘 이해할까?
사고가 무르익는 아이들의 말랑말랑한 머릿속에 들어차게 될 정보가 주입식이다보니 더구나 옳고 그름을 아직 판별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겐 그 여파가 고스란히 각인될텐데. 이 때의 지식과 정신들이 가치관으로 자리잡아 평생을 갈 지도 모르는데. 모골이 송연해질밖에. 하나의 인격체가 완성되는 시기인데 말이다.
선생님의 관점이 곧 아이들의 관점이 되겠구나.(아찔하다)
어떤 선생님을 올바른 지식을 갖고 중립적인 자세로 임한다고 볼 수 있을까.
대체적으로 사고가 정립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보는 시기가 되었을때 종교를 선택하는 것과 어렸을때부터 무조건 다니는 것과의 차이점은 분명 있다고 본다. 자신의 선택이 아닌 습관이 되는 것이다. 사고가 굳어지는 시기에 정치적인 사안과 관계된 분야는 많은 염려가 동반되어야 함을 이 책을 읽음으로써 새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저런 사건들을 옹호하는게 아닌 올바로 심어주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새삼 더 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