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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

[도서] 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

무라야마 도시오 저/이자영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도쿄가 세련된 느낌에 늘 시시각각 변할 것 같다면 교토는 오래된, 하나부터 열까지 고스란히 그대로 간직한 채 항상 그 자리에 변함없는 모습으로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의 도시 같다. 그리고 그런 느낌과 어울리는 것이 '노포다.' (일본 표현으로는 '시니세'라고 한다)

 

[ 헤이안 천도 이래 에도 막부에서 메이지 시대까지 전란이 이어진 교토에서 수백 년에 걸쳐 영업을 계속해온 기업을 '노포'라고 부른다. ] p10~11

 

저자는 '교토에서 적어도 3대 이상 걸쳐서 이어오고 있는 가게 열 곳의 경영자를 인터뷰하고 관련 기록, 자료 등을 참조해(p12)' 가게에 얽힌 내력과 사연 등을 사진과 함께 담아낸다. 열 곳의 가게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이즈우(고등어 초밥)
  ▶ 고등어를 판매하기 위한 이동 경로,
      그로 인해 생겨난 고등어길(물류 아닌 문화전승의 통로 역할의 의미).
      그리고 무척이나 험난했던 길에 얽힌 비석.
      전통이 담긴 가게를 이어나가는 것에 대한 고민.

 
[ 바닷바람이 세차게 부는 와카사에서, 산간 마을인 구쓰키에서, 화려한 교토의 연회에서, 그리고 서민의 부엌에서 다양하게 모습을 바꾸며 계속 식탁에 올라온 고등어는 '이즈우'의 고등어 초밥으로 이제는 교토의 대표 음식이 되었다. ] p50

 

고등어 초밥이라 하니 몇년 전 제주에 갔을 때 보았던 싱싱한 '고등어 회'가 생각났다. 아빠가 무척 맛나게 드셨고 지금도 다시 한번 더 먹어보고 싶은 음식으로 떠올리는 걸 보면 꽤나 맛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만 해도 나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탓에 못 먹어봐서 그 맛이 더 궁금하고 꼭 한 번쯤 먹어보고 싶어진다. 물론 교토에 간다면 이즈우의 고등어 초밥도 꼭 먹어보고 싶지만. 고등어에 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였다.


2. 니시키유(목욕탕)
  ▶ 꽤 많았던 목욕탕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
      목욕탕이지만 다양한 이벤트를 여는 등, 즐길 수 있는 장으로 활용하는 모습
      탈의시 사용되는, 지금은 구하기도 힘든 '버들 바구니'가 단골손님의 것은 이름까지 적혀
      별도로 구비된 모습은 목욕탕의 오랜 역사가 엿보이는 듯 했다.

  
[ 사회에서는 입장이나 역할에 따라 얽매여 사는 사람들이라도 목욕탕에 오면 누구나 똑같이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편히 쉴 수 있다. ] p78

 

[ "이왕 태어났으니 재미있는 인생, 즐거운 인생을 살아야죠." ] p82

 

적극 공감되는 말이고 그리 살 수 있다면 더할나위없이 행복할 테다. 처음 그대로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자신도, 타인과도 마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지 않을까...?


3. 마쓰이 주조 주식회사(주류)
  ▶ 좋은 술을 담근다는 건, 술의 역할

 

[ 무엇보다 마시는 사람의 기쁨을 더하고 슬픔을 달래는 술이 가진 중요한 역할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p112

 

[ 술이 사람의 마음에 딱 붙어 기쁨이나 슬픔을 만들어내는 것은 거기에 수치나 화학식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만드는 이의 마음이 녹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 p114

 

술을 담그는 데에도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마음이, 정성이 가득 담기는 듯 하다.


4. 토카사이칸(중국 전통 베이징 요리)
  ▶ 이방인, 중국인, 중국 황제도 사로잡은 맛, 일본과 중국을 잇다,
      전통을 지켜올 수 있었던 이유.

 

[ "교토라는 마을은 보수적인 경향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부 배타적인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한 번 교토의 것이라고 여겨지면 자신을 지켜준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아마 조부 때도 그런 일이 있었겠지만 내 쪽에서 성심성의껏 상대에게 마음을 주고, 진심을 다하면, 교토의 것이라고 인정받게 됩니다. ...(이하생략)..." ]p137

 

교토라면 정말 그렇지 않을까, 보수적일 수도 있겠다...생각했는데 이 문장을 통해 '교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달리 생각해보면 낯선 타국에서 정착하며 겪었을 어려움이 떠오르기도 하고.


5. 도나미 츠메쇼(게스트하우스)
  ▶ 종교(불교)와 관련된 게스트하우스.
      화재로 소실된 절(히가시혼간지)을 복구하고자 만든 임시 숙소였던 곳.
      절의 재건에 참여한 청년, 도나미 쇼타로의 뜻을 이어받은 곳.

 

[ '신앙의 숙소'는 결코 옹색한 마을의 집합소가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열리고, 누구나 들를 수 있는 추억의 나무 벤치와 같은 온기가 전해져온다. ] p172

 

그런 나무 벤치에 앉아도 보고 싶고 편히 쉴 수 있을 듯 싶어 교토에 간다면 이곳에 머물러 봐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시설도 깔끔하고 관리자인 친절한 소장님도 만날 수 있을 테다.


6. 프랑수아 찻집(카페)
  ▶ 우여곡절이 많았던 곳, 공산주의 운동과 투쟁,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곳.

 

[ "눈부신 겉모습이 아니라 건물은 낡아도 좋으니 맛있는 걸 내놓을 것, 가게 안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할 것, 그리고 손님에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대하고 부담이 되지 않는 거리감을 유지하고 서비스를 할 것." ] p199

 

[ "자신을 소중히 여겨라" ] p200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는 것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른 길로 나아간다는 것에 대해 한 번쯤 되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든다.


7. 미나토야(사탕)
  ▶ 소설 속이든 어디서든 들어본 듯한 가게 이름, 대표 사탕인 유레이코소다테아메'에 얽힌 유래.

 

[ 죽은 엄마가 아이를 살리기 위해 밤마다 사탕 가게에 와서 사탕을 샀다고 하는 이야기 ] p209

 

[ 아이가 부모를 잃은 슬픔이나 부모가 아이를 찾아 헤매는 마음은 하나다. 유레이코소다테아메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는 부모와 자식의 인연은 죽음조차도 갈라놓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p225

 

생명을 이어주는 사탕 가게라니 참으로 매력적이지 않은가. 사탕에 얽힌 유래로 끈끈히 달콤히 계속 이어질 것만 같은 곳이다. 유레이코소다테아메는 어떤 맛일까? 느끼기에 단순한 사탕 맛은 아닐 것 같다.


8. 다마루인보텐(도장)
  ▶ 도장 전문 취급, 우후후 스탬프, 도장은 앞으로도 건재할 수 있을까?

 

[ 현실에서 '도장을 찍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면 '중요한 장면'이나 '인생의 한 고비'에서 사용하는 도장은 특별한 마음이 담긴 상징이라는 성격을 가지게 될 것이다. ] p250

 

외국인에게 동물그림 스탬프가 잘 팔리고 인기가 있다니 좀 신기했다. 여기 가서 우후후 스탬프도 동물그림 스탬프도 보고 도장도 하나 팔 수 있으면 넘 좋겠다. 갓 만들어도 오래된 느낌이 들 것 같다.


9. 마루젠(책)
  ▶ 외국의 사조를 엿볼 수 있는 공간, 가지이 모토지로의 레몬, 현대출판의 위기와 서점의 고민.

 

[ '큰 것이 작은 것을 도태하는 세계가 아니라 다양한 개성을 존중해 공존하는 사회' ] p279

 

한국이나 일본이나 출판계가 느끼는 위기와 고민은 같은 것 같다. 니시카와 점장의 말처럼 사회가 이루어지면 참 좋겠다.


10. 혼케오와리야(소바)
  ▶ 미국 유학, 사진 작가, 오와리야에서 느껴진 힘, 메밀, 신메뉴 개발.

 

[ "가게를 지켜주는 종업원들, 와주시는 손님, 지역 주민,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와주시는 손님들이 모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가게를 만들고 싶습니다." ] p301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접어두고 가업을 잇는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면을 무척 좋아하는 나로선 꼭 한 번 들러서 맛보고 싶은 가게다.

 

 

 

***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아졌다. 요즘 여행서, 여행 관련 에세이 등 다른 나라와 관련된 서적을 자주 접하다보니 점점 더 떠나보고픈 마음이 든다. 갈 수 있다면, 가게 된다면 아마도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랄까 더 눈에 들어온 책이었다. 처음엔 도쿄에 비해 많이 낯선 곳이었지만 이런저런 매체를 통해 자꾸 접하다보니 늘 궁금했던 도시였다.

 

교토에 갈 예정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면 좋겠고 맨앞에 인터뷰한 가게의 지도도 있어서 참고해 찾아가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오랜 전통을 잇고 사람의 마음을 잇는 가게를 직접 가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넘 신기하고 뿌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보자. 천년 교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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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난

    여기 다 가보려면 며칠 걸리겠는데요~ 요기만 돌아보아도 교토간 이유를 찾을수 있을 것 같아요.

    2019.04.07 10:0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그쵸? 읽다보니 정말 꼭 한 번쯤 가보고 싶어졌답니다. 어느 가게 한 곳 뺄 곳이 없네요. ^^;;

      2019.04.11 01:57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목욕탕 가고 싶어요 ㅎㅎ
    그러나, 어제 퇴근후 못 간 미용실에 가야해요.
    음식점은 3대를 간다는게 우리나라에는 많이 없는데, 그건 부모가 혼자 다 일하고 자식은 편하게만 키워서 내 직업은 내 대에서 끝낸다 식의 발로가 아닌가 싶어요. 부모가 얼마나 힘든 일을 하는지를 체험시켜야 공도 알고 자신의 판단에 의해 가승하지 싶은데...

    2019.04.07 13:4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아자아자님. 미용실 잘 다녀오셨어요? ^^ 어떤 머리 하셨을지 살짝쿵 궁금해지네요. ㅎㅎ 정말 우리나라는 해오던 일이 있고 가게가 있어도 고생스럽다면서 잘 물려주려고 하지 않는 편인데 일본에서는 오랜 세월동안 대를 이어 해왔다는 게 굉장해보였답니다.

      2019.04.11 01:59
  • 파워블로그 모모

    나이가 들면서 관광지도 좋지만 이렇게 옛것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많아졌어..^^
    목욕탕은 정말 오랜만에 듣는 단어야..사우나로 달라졌지만 그래도 왠지 어릴적
    갔던 목욕탕이 떠올라서 ..그립긴 하네.^^;;

    2019.04.08 10:0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맞아요. 언니. 정말 예전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었을 것 같아요. ^^;;;

      2019.04.1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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