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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내 마음 같은

[도서] 먼 내 마음 같은

장진영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먼 내 마음 같은 이,
먼 내 마음 같은 그대,
먼 내 마음 같은 당신,

 

먼 내 마음 같은 시.

 


시는 가까운 듯 멀다. 긴 시도 있지만 보통의 산문보다 짧고 대체로 시는 짧은 말들 속에 무수히 많은 뜻을 지니고 있어 몇 번을 다시 읽고 읊고 써보아도 그 안에 담겨있을 의미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 시를 쓰는 이들은 이 책을 알게해 준 무척 소중한 분이 들려준 말씀처럼 시에 대한 마음, '시심(詩心)'으로 가득한 게 아닐까?

 

가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시라 칭하기에도 부끄러운 글을 쓰게 되는데 보통의 글들과 달리 끄적이고 싶어 어느틈엔가 쓰고 있을 때가 있다. 형식이나 기타 등등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굳이 배우고픈 마음은 들지 않는다. 뭔가 형식에 맞는 글을, 더구나 시를 그리 쓰라 하면 더는 즐겁지 않아서 쓰지 못할 듯 싶기 때문이다. 또 시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거라 생각하는 탓이기도 하고.

 

'먼 내 마음 같은' 묘하게 끌리는 제목의 이 시집에 담긴 시도 마음을 꾹꾹 눌러담은 정성이 보인다. 시 하나 하나에 마음이 담기지 않은 게 어디 있을까. 하물며 그냥 노트나 인터넷에 끄적인 것도 아니고 아련한 제목을 단 곱디고운 책으로 세상에 나온 것인데...!

 

첫 시집을 내게 되고 두려움반 기대반 얼마나 두근두근 설레었을지, 아님 걱정되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여기에 실린 '시'들은 대체로 쉽게 읽힌다. 그중엔 웃음이 터져 나오는 시도 있다. 옮겨보면...

 


이름표 (p39)

 


몇십 년 만의 고교 동창모임에서
오랜 기억을 돕기 위해
모두가 이름표를 달았다

 

주제넘은 동기 놈이
초청된 은사님 명찰을 보고는
친구인 줄 잘못 알고

 

'병철이!! 오랜만이다'하면서
반갑게 손을 내민다

 

 

뒤에 벌어질 상황이 궁금해질만큼 재미진 시다. 이밖에도 몇 편 더 옮겨보면...

 


바람은 (p104)

 


바람이 솔잎을 스치면
솔바람 되고
강을 건너면
강바람 되겠지

 

바람은 모든 것을 스쳐 지날 뿐
그것에 닿으려 하지는 않는다

 

바람이 지나
들꽃이 한들거린다
그냥 지나친다

 

그대가
바람이어서
나도 바람이 되는 기쁨

 

지나온 길
날 스치고 간
바람은
오래된 너였을까

 

 

내가 좋아라하는 바람이 주인공이라 더 와닿은, 그러면서도 어딘가 익숙하기도 한, 좋은 느낌의 시다.

 


터널을 읽다 (p64~65)

 


모처럼 도서관에서 시집을 찾아 읽었다
잠깐씩 눈도 마음도 헛돌았다

 

잡념을 넘어
가슴을 파고드는 순간이 있기도 했으나

 

너무 쉽게 읽은 것 같고
미안한 감마저 든다
한 편을 쓰기 위해
시인은 얼마나 어둡고 아팠을까

 

내 글이 누군가에 읽힐 때
순간
그들의 마음을 멈추게 할
자신이 아직 없다

 

지금까지
너무 쉽게 시를 읽었듯
너무 쉽게 스치며 살았다

 

내가 그들과 함께 한 것은
순간이었다

 

 

문득 이 시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윤동주의 '쉽게 씌여진 시'라는 제목이 생각나게 하는 시다. 다른 누군가의 시와 시집을 대하며 시인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는, 그 마음이 훤히 보이는, 그래서 더 와닿는 시다.

 


***

 


나는 아직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다른 여타의 책도 그러하지만 특히 '시'와 그 시가 담긴 시집을 읽고 논한다는 게 참으로 어렵다. 어떤 시는 그냥 좋은데 뭐가 어떻게 좋은지 잘 모르겠고 어떤 시는 어디서 본 듯도 하고 너무 쉽게 읽혀 좀 별로같기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집에 대해 조심스레 적어보면...

 

마음을, 진심을 차곡차곡 담으러 무진장 애쓴 노력과 그랬을 시인의 모습과 삶이 엿보이는 듯했다. 그치만 내가 느낀 이걸 뭐라 표현하면 좋을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계속 고민되는데... 조금 더 자신의 안으로, 그러니까 내면으로 파고들어가셨으면 한다. 더 깊은 뭔가가 담겨있을 것만 같기에 꼬옥 더 깊숙이 들어가셔서 그 안에 담긴 걸 꺼내어 쓸 수 있다면, 그래서 다듬어지지않은, 투박한 그 어떤 것이라도 좋을 듯하다. 지금의 시들도 좋지만 더 마음에 와닿는, 시인이 가진 특유의 울림이 느껴지는 '시'를 만나고픈 욕심이 자꾸만 들어 그렇다.

 

먼 내 마음 같은, 근사한 시를 쓰는 멋진 님.
보다 더 가까이에서 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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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모모

    시 한 줄 읽고 생각을 하고 그 다음 줄 읽고 또 생각하고..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시는 적응이 안되. tv에서 간간히 소개되는 책(시 포함)을 보면 저런 시도 있구나 하면서 알게 되네. ^^

    2019.04.26 13:1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저도 아직 시집은 손에 착-하고 붙는 건 아니어요. 언니. ^^; 그래도 읽어보려는 노력은 하게 될 정도로 관심은 생겼어요. 이벤트로 만나본 책들의 도움도 한몫하겠지만요;;

      2019.04.26 17:12
  • 파워블로그 나난

    ㅋㅋㅋ이름표. 완전 뒷내용 궁금해진다는요. 이래서 이름표에는 직함을 꼭 적어야 하나봅니다.

    2019.04.26 13:3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ㅎㅎ 진짜 궁금하지요? 나난님. 빵 터졌다가 곧 궁금해졌답니다. 요런 시가 은근 재밌고 매력도 있는 것 같아요. ㅎㅎㅎ

      2019.04.26 17:12
  • 자스민

    하하하. 병철선생님 칭찬 받으셨네요. 그만큼 동안이시라는^^

    2019.04.26 22:0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아, 그렇게는 생각을 못 했는데! 정말 그렇네요. ㅎㅎ 자스민님은 역시 센스쟁이셔요~!! >_<bbb*~///

      2019.04.26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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