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

[도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

신동엽 저/김형수 편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계속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 든다. 힘주어 말했다가 작게 속삭이다가 다시 또 강하게 자신을, 목소리를, 생각을 들이민다.

 

받아달라고.
알아달라고.
여기 있다고.

 

어디선가 힘주어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지금까지 신동엽이라는 '시인'보다는 강렬한 울림과 확실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듯한 그의 시, '껍데기는 가라'를 더 잘 알아왔다. 국어시간에 마르고 닳도록 듣고 분석하고 또 외우기도 했으니까... 헌데 껍데기만 남은 느낌이다. 시 못지 않게 중요한 게 그 시를 쓴 시인일 터인데 시라는 껍데기만 남고 여태 시인은 사라져버린 것만 같다니! 까마득이 잊고 살았다니... ... .

 

 

이 책을 통해 시인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나니 시가, 시인의 목소리가 내게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익숙한 시는 조금 더 새롭게, 낯선 시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온다. 마음이 쓰이고 특히 와닿았던 시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담배연기처럼(p41~42)

 


들길에 떠가는 담배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갔네.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멀리 놓고
나는 바라보기만 했었네.

 

들길에 떠가는
담배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갔네.

 

위해주고 싶은 가족들은
많이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멀리 놓고 생각만 하다
말았네.

 

아, 못다한
이 안창에의 속상한
두레박질이여.

 

사랑해주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하늘은 너무 빨리
나를 손짓했네.

 

언제이던가
이 들길 지나갈 길손이여

 

그대 소매 속
향기로운 바람 드나들거든
아파 못다 한
어느 사내의 숨결이라고
가벼운 눈인사나,
보내다오.

 

 

이 시를 지은 시인이, 그의 안타까운 처지가 자꾸만 생각나는 시이다. 암튼 시로도 그의 목소리로도 생각으로도 잘 모르겠는,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선 해설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었는데 그에 대해 논하는 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그는 한 편 한 편의 작품을 잘 쓰는 일에 관심을 가졌던 좁은 의미의 시인이 아니라 하나의 문명비판적 기획자로서 한 시대의 문화적 준거 틀을 바꾸고 싶어했다. 즉 자기 고유의 사상을 가지고 미학적 실천에 임하는 광의의 시인이었던 것이다. p165~166

 

그가 살다간 시대가 그로 하여금 그리 살 수 밖에 없게 하였지만 자칫 그런 시대에 휩쓸릴 수도 있었으나 그는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관철하며 꿋꿋하게 살아나간 느낌을 받았다. 허나 죽음만은 결코 그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기에 씁쓸하고 애석할 따름이다.

 

자신의 목소리와 생각을 잃지 않는 것.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관철해나가는 것.
최선의 최선을 다한 곧음과 바름과 당당함으로...!

 


***

 

 

 

시와 그 시를 연상케하는 강경구, 김선두, 박동진, 박영근, 장현주, 최영 화가의 그림들을 보니 그림에 대해서 뭐가뭔지 잘 몰라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기묘하거나 기괴하거나 혹은 신비롭거나 몹시 생동감있게 묘사된 그림들이었는데 각각의 그림이 이 책, 시그림집의 매력을 한층 더 높여주는 느낌이 들었다. 시와 함께하는 그림, 그림과 함께하는 시, 앞으로도 많이 만나볼 수 있음 좋겠다. 더불어 그림에 대한 해설도 간략하게나마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테고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와 '금강'은 장문의 시라 일부분만 실린 점은 아쉽게 다가왔다. 언젠가 개정판이 나온다면 같이 실어주면 참 좋겠다.

 

 

 

가만히 귀기울여 보길...!
이야기하는 쟁기꾼인 그가 미처 못다한 말을 걸어올 것이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나난

    제목만 보고서는 농사꾼의 노래인가 하는 생각을....ㅎㅎㅎ시인 신동엽의 작품집이군요. 시그림집이라 하니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 흥미롭습니다.

    2019.09.26 19:3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ㅎㅎ 저도 제목은 낯설었는데 껍데기는 가라의 시인 신동엽의 시그림집이라고 하니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답니다. 그림과 함께여서 더 볼거리도 많지만 시를 꼭 한번 만나보면 좋을 것 같아요. ^^*

      2019.09.28 11:53
  • mira

    요즘 시 읽기 딱 좋은 계절이네요.

    2019.09.26 21:1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그치요? mira님. 정말 시 읽기 넘 좋은 계절입니다. 근데 아직은 일교차가 심해서 낮엔 좀 덥더라구요; ^^;;

      2019.09.28 11:53
  • 파워블로그 박공주

    오 그림과 시가 함께 하는 책이군요. 시가 땡기는 것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봅니다.
    좋은 가을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키미스님~~~^*^

    2019.09.27 07:4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좋은 말씀 넘 감사해요. 박공주님. 정말 선선해지니 시가 읽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ㅎㅎ 박공주님도 기분좋은 가을, 나날들 되셔요~*>_<*~///

      2019.09.28 11:55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