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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퇴근하겠습니다

[도서] 정시 퇴근하겠습니다

아케노 가에루코 저/김지연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한때 내 소원은 '칼퇴'였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뭘 몰라서, 어느 정도 익히고 난 뒤에는 일에 대한 책임감과 업무과다... 그리고 괜스레 눈치보느라 퇴근이 자꾸 늦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근무시간은 조금씩 서서히 늘어갔다.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열심히 하다보면 인정도 받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욕심에 기꺼이 뛰어들었는데 하다보니 '나'만 하고 있는 것 같았달까... 회사 구조상 맡은 직무, 직위에 따라 하는 일이 다르고 배분된다지만 업무가 몰려도 이렇게 몰릴 수 있는 걸까? 아무리 처리해도 일은 갑작스레 다시 생기고 그렇게 밀려드는 일에 도움도 못받고-혹자는 왜 도와달라고 하지 않냐고도 했지만, 도와주기는 쉬워도 도와달라고 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되려 일을 더해주지 않으면 고마운 거다;-근근히 끌어가다가... 결국, 어떤 계기가 도화선이 되어 완전히 놓아버렸다. 말끔하게...!

 

암튼 그런 직장생활이었지만 시간이 흘러 연차가 쌓이고 어떻게든 정시 퇴근을 하려 노력했었다. 가끔 나홀로 혹은 직원들 다같이 정시 퇴근에 성공한 적도 있지만 번번히 야근에 시달려야만 했는데-물론 스스로 자청해서 했던 적이 훨씬 많았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완벽주의'란 녀석 때문에-다시는 되풀이 하고 싶지 않은 그때 당시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이 소설의 제목이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밀레니얼 세대의 워라밸 사수기
<정시 퇴근하겠습니다>

 

 

인터넷 홈페이지(?!) 관련 회사인 넷 히어로즈 주식회사에서 평사원 디렉터로 근무하는 히가시야마 유이는 사내에서 정시 퇴근으로 유명한 '불성실함의 대명사'였다. 어릴 때 아버지를 회사와 일에 빼앗기다시피 한 그녀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퇴근 후 회사 근처 상하이 반점에 들러 맥주 한 잔과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이 삶의 낙이었다. 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정시 퇴근을 사수하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방해하는 인물들이 꽤 많다.(무려, 이 책의 목차와 대입되는 인물들이다!)


개근상녀, 미타니 가나코.
슈퍼 워킹맘, 시즈가타케 야에.
회사에 눌러사는 남자, 아즈마 도오루.
전도유망한 신입사원, 구루스 다이토.
일과 사랑에 빠진 사람, 다네다 고타로.

 

그리하여 어느날, 히가시야마 유이가 속한 팀은 의류 잡화 제조업체 호시지루시 공장 회사로부터 홈페이지 리뉴얼 프로젝트를 맡게 되고 가뜩이나 저예산 수주인데다 일이 계속 꼬여 야근을 하지 않고는, 아니 해도 납기일을 맞출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뿐만 아니라 자칫 회사에 손실을 끼칠 수도 있게 되어 유이, 그녀의 정시 퇴근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는데...!!

 

거기다 회사동료이자 일 중독인 유이의 전 남친-예전에 결혼까지 할 뻔 한-다네다 고타로와 얽힌 사연에 현 남친-이쪽은 지금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스와 다쿠미까지 가세하고 전 남친을 사이에 두고 본의아니게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던 후쿠나가 세이지(다네다 고타로가 절대 충성하며 근무했던 예전 회사의 사장이자 현 회사의 직속 상사다!)라는 인물까지 더해져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해진다. 여기에 예기치 못한 일로 신입사원 구루스와 일촉즉발인 상황까지 벌어지고 직장을 그만둔 뒤로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가끔 유이의 잡다한 일(이런저런 조사 등)을 돕고 있던 고타로의 남동생, 슈의 숨겨진 사연도 밝혀지는데...!!!

 

정시 퇴근을 위협하는 인물들과 일 사이에서,
다 같이 야근 VS  나홀로 정시 퇴근 VS 모두 함께 정시 퇴근?

 

과연 그녀의 선택은?

 


***

 


처음에는 직장생활이 왠지 너무 과장되어 표현된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헌데 저자가 마케팅 회사 등에서 직장생활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져서 그런지 읽어나가면서 차츰 감정이입이 되었고 옛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뭔가 남일 같지 않았다. 게다가 의외의 반전도 살짝 가미된 이 이야기는 정말 한번이라도 회사라는 '조직'에 몸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엄청 공감하며 몰입해서 읽게될 것이다!

 

어떤 부분에선 적나라하다못해 신랄해서 한숨과 헛웃음이 동시에 터져나오기도 했는데 어쩌면 벌어지는 상황들이, 사람들이 이리도 비슷할 수 있는지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물론 완전 똑같지는 않아도 그런 인물들(특히 후쿠나가와 아즈마 같은 인물)이 현실에서도 꽤 있는 편인가 보다. 그리고 일하면서는 미처 거기까지 깊게 생각지 못했던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에 대해 되짚어보게 된 시간이었다. 가장 공감가며 의미심장하게 읽혔던 문장들을 옮겨보면...

 

휴가는 필요하다. 누구나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지는 날이 있기 마련이니까. p40

 

유이는 아즈마를 보면서 이 사람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신뢰받은 경험이 한 번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156

 

유이는 지난 10년 동안 자기 일을 동료에게 떠맡긴 적이 없다.
하지만 매일 정시에 퇴근하려면 상사가 계획없이 떠넘기거나 업무 시간 외에 지시한 작업은 웬만큼 급한 일이 아닌 한 거절해야했다. 그래서 동료한테 일을 떠맡긴다는 오해를 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무작정 일을 맡다보면 끝이 없다.

 

거절하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도 불필요한 일을 줄이려 들지 않을 테니까. p156~157

 

"전 마음속 어딘가에서 가족과 동료를 위해서 진심으로 노력하면 사람은 변한다고 믿고 있었나봐요." p160

 

능력의 차이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비참하다.
사람은 그런 사실을 호락호락 받아들일만큼 강인하지 않다. p162

 

괴롭다. 어디에 있든 업무에서 해방될 수 없다. p236

 

잔뜩 쌓여 있는 업무와 빠듯한 스케줄이 자기를 덮칠 것만 같은 생각에 시달렸다. p236

 

"힘 앞에 무릎 꿇었다쳐요. 그래도 그게 잘못됐다는 걸 알면 꿇었던 무릎도 다시 펴는 게 진정한 미덕 아니에요?" p256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웃음과 재미, 감동을 선사하는 드라마같은 이야기였다. 아무리 녹록치 않은 세상이지만 '혼자 보다는 함께일 때' 의미가 있다는 걸 또 한번 깨닫게 해주었는데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니 언제 한번 꼭 만나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은둔형 외톨이 '슈'의 사연은 무척 마음이 아팠고 너무나 공감이 가서 특히 지금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 죽을 것 같이 힘든 사람들이 진정으로 꼬옥! 꼭 한번 만나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많은 것 같아도 그리 많지 않다. 언젠가는 끝날 시간, 미리 앞당길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것도 다름아닌 일 때문에.

 

유리 구슬처럼 깨지기 쉬운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서로 잘 다독여가며 혼자인 것 같아도 혼자가 아닌 세상,
모두 다 같이 꼬옥 정시 퇴근할 수 있기를...! 

 

그런 사회를 우리 모두 다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보게 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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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정시 퇴근은 로망이죠. 저는 근무할 때 정시 퇴근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한 일이었거든요. 하지만 요즘 정시 퇴근은 지혜인 듯합니다.

    2020.03.24 11:4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그치요? 나날이님. ^^; 정말 야근이 꼭 필요한 경우도, 직업도 있겠지만 되도록이면 정시 퇴근하는 게 생산성도 향상되고 여러모로 장점이 더 많을 것 같아요. 나날이님~ 오늘 하루도 건강조심하시고 즐겁게 잘 보내셔요~*^^

      2020.03.2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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