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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뒤편

[도서] 달의 뒤편

김명순,나혜석,김일엽,강경애,백국희 공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우리 어머니 시대만 해도 공부를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라도 가정도 형편이 여의치 않은데다 그 당시만 해도 여자는 글을 읽고 쓸 줄만 알면 된다는 식으로 기본적인 것-지금으로 치면 초등학교 정도?-만 깨치면 그 이상의 공부는 필요없는 것처럼 되어 집안 살림을 도맡아하고 남자 형제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취업의 길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듯 하다. 이처럼 어머니는, 여자는 배움에의 길이 멀고도 험난했는데 그 앞의 시대는 오죽 했을까?

 

나라를 빼앗기고 격변의 혼란스러웠던 전란의 시대에 시를 쓰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살다간, 살아낸 여성들이 있었다.

 

김명순, 나혜석, 김일엽, 강경애 그리고 백국희

 

낯선 그녀들의, 근대 여성시인의 시를 읽고 음미하고 끄적여볼 수 있는 필사시집으로 엮은 책을 만났다.

 

우리 현대시가 형성되었던 시기에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시인들의 작품을

연필로 종이에 꾹꾹 눌러 쓰는 필사 시집
<달의 뒤편>

 

 

푸른 달빛을 연상케하는 감각적인 표지를 넘기면 이들 여성시인의 60여편의 시가 시인과 시로 묶여있지 않고 뒤섞이어 펼쳐진다. 고운 색감을 입히기보단 둥근 달을 연상케하는 배경과 차분한 빛깔의 내지에 짧게는 한 페이지, 길게는 여섯 페이지에 걸쳐 제각각의 개성을 지닌 시들이 등장하는데 김명순과 김일엽의 시가 가장 많이 실렸고 그 다음으로 강경애, 나혜석, 백국희 순으로 실렸다.

 

다섯 명의 시인들의 '시'중 시인 마다 마음에 와닿았던 시를 골라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  '시계추를 쳐다보며'란 시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과 시계추를 사람의 일생에 대입해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게 하는데 '휴지'는 휴지를 편지로라도 착각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아 애틋해졌다.

 

 

 ▶ 어디선가 본 듯한 시인데 쉬우면서도 재밌다.

 

 

▶ 읽어나갈수록 밝아지는, 마음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게 하는 시인데 암울했던 당시 시대 상황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 한 구석이 아릿해진다.

 

 

 

 

▶ 단 두 편이 실린 시인의 시이지만 예사롭지 않은 울림이 느껴졌다.

 

 

▶ 리듬을 타는 듯한 운율과 진취적인 마음이 돋보이는 씩씩한 시다.

 


***

 


이 필사시집에 언급된 다섯 명의 여성 시인 중 단연 눈에 띄는, 꽤 유명한 인물은 '나혜석'인데 그 시대에선 얼마나 파격적인 인물이었을지 시만 봐도 짐작할 수 있을 듯 했다. 그리고 그외의 인물은 잘 모르지만 당시 시대 상황과 맞물려 한층 더 애잔하고 구슬프게 읽히는 시가 있는가하면 사뭇 밝은, 명랑한 기운의 시도 있고 언뜻 시조가 생각나는 시도 있었다.

 

또한 다섯 명 시인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여러 시들 중 한 구절씩 정성들여 쓴 강은교(스놉) 님의 멋진 캘리그라피가 인상적이었는데 많이 실리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어여쁜 그림이 담긴 곱디 고운 색감의 필사 시집을 더 좋아한다면 속지가 너무 깔끔한 나머지 왠지 조금 밋밋할 수도 있지만 바로 그 점이 남녀노소 누구나 들고 다니기에도 부담없고 조금 더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에 담긴 시를 읽고 음미하면서 끄적여보니 문득 여기 다섯 명의 여성 시인외에도 그 시대를 살다 간 여러 여성 시인들과 그들이 남겼을 시가 매우 몹시 많이 궁금해진다. 해서 앞으로 그 존재조차 모른 채 잊혀져 간 그녀들이 남긴 목소리가, 시가 이런 시집으로 혹은 또다른 책으로 엮여서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고 보다 더 널리 알려질 수 있길 정말 간절히 바래본다.

 

오늘 저녁, 누구의 방해도 없이
홀로 앉아 차분히 한 글자씩 읽고 쓰는 시간

 

뒷표지의 이 문구와도 같은 시간을 통해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낯선 시에게로 눈을 뜨고 그 시대를 살다 간 여성들의 삶을, 그네들의 사랑과 열정을 떠올려보며 한 글자, 또 한 글자씩 읽고 음미하고 끄적여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길...!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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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선구자적인 삶을 살아간 여성들이라고 새각되네요. 분들의 언어가, 아픈 삶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는 듯해 짠합니다.

    2020.04.05 23:2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정말 그렇답니다. 나날이님. 그들의 고단했을 삶이 엿보여 애틋하면서도 감정이 듬뿍 느껴지는 예사롭지 않은 시를 읽으며 또다른 여성 시인의 삶도 시도 궁금해졌어요. 나날이님~ 주말 잘 보내셨는 지요? 다가오는 한 주도 기분좋은 나날들 되시고 건강조심 또 조심하셔요~*^0^

      2020.04.05 23:51
  • 파워블로그 세상의중심예란

    나혜석을 빼면 다른 분들은 모두 생소하네요. 남성들의 권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찌르던 시대에 태어나 여권론을 설파했으니 얼마나 많은 미움을 받았을지... 상상도 못할 일이죠.. 자고로 사람은 시대를 잘 타고나야 한다는 말이 새삼 느껴지는 부분이에요. 울 완소 러블러블 키미스님~ 제가 소식이 늦었죠? 요즘 분산근무라서 사무실도 생소하고.. 길을 혼동해서 매일 한 정거장씩 미리 내리곤 해요..ㅠㅠ (워낙에 길치라서.. ) 오늘도 그랬다는...ㅡㅡ;; 무튼 코로나19로 인해 회사도 보통 난리가 아니네요.. 재택도 했다가 나눠진 여러 사무실 왔다갔다 했다가.. 좀처럼 안정이 되질 않아요.. 하루 속히 이 사태가 마무리 되길 바랄 뿐입니다.. 울 완소 러블러블 키미스님도 별탈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랄게요~ㅋ

    2020.04.06 08:5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에구우웅... 그야말로 혼란스러운 생활을 보내고 계시네요. 정말 요 코로나가 빨리 휙-하고 사라져야할텐데 넘 고생이 많으시네요. ㅠ.ㅠ;; 정말 울 완소 러블러블리 란♡님 말씀처럼 시대를 잘 타고나야되요. 얼마나 암울한 시기였을지... 헌데 또 이런 바이러스가 창궐할 거라곤... 흑;; 울 완소 러블러블리 란♡님~ 세상의중심예란님~♡♡ 모쪼록 건강조심 또 조심하시고 아자아자 파이팅입니닷~*>_<*~/// 바쁘신 와중에 소식 전해주셔서 정말 넘 감사드려요~*(__)(^0^)*~♡♡♡

      2020.04.06 16:44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