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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기억의 세계

[도서] 분리된 기억의 세계

고바야시 야스미 저/민경욱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기억은 참으로 신기하면서 매우 신비롭다. 몸은 여기에 있지만 순식간에 과거의 어느 지점으로 나를 데려다놓기도 하고 또 깡그리 잊어버리게도 하니까. 너무 많은 걸 기억하는 건 때론 무척 괴로운 일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만약 기억을 잃어버리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기억과 관련하여 기발하면서도 괜스레 소름끼치고 무서워지지만 소중한 울림을 전해주는 이야기를 만났다.

 

개별 지성을 잃어버린 인류의 뒤틀린 생존극
<분리된 기억의 세계>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날 여고생 유키 리노는 자신에게 이상이 생긴 걸 느낀다. 갑자기 기억을 할 수 없게된 것이다-!! 기억이 10분마다 필름처럼 끊기고 다시 재생되는 걸 반복하는데 아무리 기억해내려해도 그럴 수가 없어져버렸다. 추측컨대 아마도 인류는 핵과 관련되어 벌어진 모종의 일로 인해 10분간, 그러니까 단기기억만 할 수 있을 뿐 그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장기적으로 계속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대망각'이라 칭하고 그로부터 수십년 후 인류는 기억소실을 막고 보존하기 위해 기억을 장기보존할 수 있는 매체, 즉 장기기억 저장장치인 반도체 메모리를 만든다. '대망각' 이후 그 메모리칩은 태어날 때부터 쓰이며 그것 없이는 온전히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이야기는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최초 기억 소실 지점인 유키 리노와 그녀의 아버지, 유키 조지를 중심으로 어떻게 그런 일이 발생되었고 가정과 회사(원자력발전소), 사회에서 각각 이 사태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다루고 2부에서는 누구인지도 모를 이로부터의 회상을 통해 대망각 이후 쓰이게 된 메모리칩과 관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단편과도 같이 그려진다. 몹시 흥미로우면서도 때론 슬프고 꽤 오싹해지는 이야기들을... .

 

우연한 계기로 메모리가 바껴 여자의 기억은 남자의 몸에, 남자의 기억은 여자의 몸에 들어가거나 못난 아들의 몸에 다른 이의 기억 메모리를 삽입, 아들인양 시험을 대신 치르게 하면서 벌어지는 일과 쌍둥이 자매의 메모리가 반도체 회사의 실수로 각각의 기억이 아닌 한 사람의 기억이 자매에게 담긴다거나(다중인격의 탄생?!) 교통사고로 인해 가족을 잃을 위기에 처한 남자와 여자가 한 행동으로 인해 의외의 결과를 불러오고 어느 한 시청 공무원은 메모리칩 사용을 거부하는 공동체를 설득하려다 도우면서 그녀는 자신의 메모리칩을 여러 사람에게 옮겨쓰며 여러 사람의 몸을 제것마냥 쓰는데... 그리고 기억 메모리와 관련해 예상치 못했던 직업과 인물이 등장하는데...!!   

 

 

 


***

 


한때 거의 모든 것을 기억했다. 그러기 위해 메모도 열심히 했고. 그치만 도저히 안 되는 게 있었다. 뭔가를 하다가 다른 뭔가를 해야지 생각해놓고는 10초도 안 되어 내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나서 한참 기억을 더듬어 겨우 생각해내기도 하고 영영 잊어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주 깜박깜박하는 편인 나는 종종 스스로를 단기기억상실증이라 칭할 때가 많았는데 이 소설은 그런 단기기억과 장기기억 모두를 가진 나 혹은 우리의 이야기를 소름과 동시에 오싹하면서도 때론 끔찍할 정도로 잔인하게, 기막히게 잘 표현해낸다.

 

처음엔 뭐가 뭔지 잘 모를 내용이 자꾸만 반복되는 느낌에 꽤 혼란스럽고 살짝 답답했지만 점점 이해가 되면서-여전히 좀 아리송한 부분은 있지만-흥미롭게 펼쳐지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뭔가 이 소설 역시 반복해 읽을수록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친 부분을 다시금 발견하게될 지도 모르겠다. 특히 기억과 관련해서... 저자는 예상치 못했던 인물을 통해 의미심장하게 말한다.

 

...(중략)...실패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듯 했다.
실패한다 해도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p342

 

당신은 당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면 됩니다. p343

 

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전전긍긍하며 머릿속에 너무 많은 걸 담고 있으면 자칫 과부하가 걸리기 쉽다. 그런 상태에서는 일이든 휴식이든 그 무엇이든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조금, 아니 어쩌면 꽤 많이 비워도, 잊어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언제 어느때든 다시 시작하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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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난

    이번에 나온 책이군요. 제가 읽었던 책의 작가라서 살짝 궁금증도 들었지만 저와는 다른 결의 이야기라서 그냥 이런 책이 있구나 하면서 알고만 갑니다.ㅎㅎ

    2020.05.15 12:0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제목도 내용도 호기심을 자아내는 책이라 만나봤는데 꽤 혼란스러우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였어요. 나난님. 한번쯤 읽어볼 만 하답니다. ^^* 주말 잘 보내고 계시는 지요? 남은 주말도 즐겁고 행복하게 잘 보내셔요~*>_<*~///

      2020.05.17 14:03
  • 스타블로거 Joy

    로봇이 아닌 인간에게 메모리칩을 삽입한다는 설정이군요? 그런데 그 메모리칩이 바뀐다면..생각만으로도 많은 혼란이 예상되네요. 그럼에도 순간, 누군가의 메모리칩을 들여다보고 싶기도 하구요(아, 제껀 안되구요ㅎㅎ).

    2020.05.16 19:3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ㅎㅎㅎ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엄청난 혼란속으로 빠져들어갈 것 같아요. 거기다 무시무시한 범죄가 엄청 일어날 것 같구요. 이 책은 예전에 읽은 '왕과 서정시'라는 책도 떠올리게 했는데요, 정말 오싹 소름이 끼치는 이야기였답니다. 이런 일, 벌어지면 아니되어요;; Joy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시지요? 남은 주말도 여유롭게 만끽하시고 즐겁게 잘 보내셔요~*>.<*~///

      2020.05.17 14:04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