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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도서]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저/이선희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몇 년 혹은 그 이상이 지나도 슬픔은 고스란히 남아 떠나보낸 이를 생각나게 하며 내내 마음 한 구석을 허전하게 만든다. 슬픔을 비롯한 공허감, 애틋함, 그리움 그리고 사랑... 그 모든 감정들을 담담히 담아낸 이야기를 만났다.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절망과 슬픔, 

그 상실의 끝에서 만난 따뜻한 한 줄기 빛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준비에 열심이던 미소라는 노력과 달리 취업이 여의치가 않던 찰나 6개월 전까지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반도회관에서 일손이 부족해 도움을 요청하는 선배의 연락을 받는다. 워낙 친한 선배의 부탁이기도 하고 일이 잘 안 풀리기도 해서 미소라는 지금 하던 취업준비를 잠시 미뤄두고 꽤 익숙한(?) 일이라 할 수 있는 반도회관의 일을 돕기로 한다. 


사실 반도회관은 '세상의 소란스러움에서 격리된, 엄숙한 이별 의식을 치르는 장소(p96

)', 즉 '장례식장'이다.


6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 그녀는 왠지 이 곳이 익숙하면서도 불편함이랄까 그런 걸 느끼는데 그것은 그녀가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감정이 성가실 만큼 전해지거나 상대의 온몸에 깃들어 있는 생각을 느낀다. 살아 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도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영감(靈感)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p28


그런 그녀이기에 보통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심지어 보기까지 하는데 다시 일을 하게 되며 만난 장례 디렉터인 우루시바라와 스님 사토미 역시 예사롭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들과 함께 불운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임산부와 사랑만 듬뿍 받아도 모자랄 어린아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절대 놓을 수 없었던 안타까운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장례를 치르며 미소라는 뭔가를 깨닫게 되는데...!!


"그래도 추모식을 하나요?"


"문제는 남은 사람의 마음이니까." p28



"사람은 참 섬세한 동물이야.

 사소한 걸로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하지." p275



***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질 수 없는 주제의 이야기를 차분하면서도 따스하게 들려준다. 각각의 사연이 몹시 애틋하면서도 애처롭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잘 보내주는 것'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 느낌이 들었다. 저자도 그런 아픔을 겪었기 때문인 듯 한데 막상 그 순간이 닥치면 잘 보내주기가... 참 쉽지 않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 역시 다시금 떠나보낸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 중 내 안에 가장 깊숙이 각인되었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오래 전, 할머니의 장례식이 생각났다. 여전히 싫은 장소로 꼽는 곳이 병원과 장례식장인데 그때 그곳의 분위기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슬픔속에서도 참 따뜻했던 것 같다. 


조금 신기했던 게 가장 큰 특실에 빈소를 차렸는데 그날따라 늦게까지 손님이라곤 없이 썰렁해서 장례식장 직원들이 걱정 반 염려 반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었다. 슬퍼서 힘든데 그들의 영업 걱정까지 들어야 하다니 슬그머니 화가 나려고 하는데 마침 차가 고장이 나 늦게 온 친척들이 당도했고 그때서야 우르르 손님들이 물밀듯이 들어와 장례식장 안을 가득 채웠었다. 마치 할머니가 우리 가족들로만 힘들까봐 친척이 올 때까지 아무도 못 오게 한 것처럼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그 날은 밥 넘기기가 모래알 씹는 것처럼 힘들었는데 다음날부터는 나오는 밥이 맛있어 상이 끝날 때까지 한 그릇씩 뚝딱 비웠었다. 그치만 상을 다 치르고 난 뒤에 먹은 밥은 참 맛이 없었는데 문득 할머니가 상을 치르는 내내 같이 계셨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이렇듯 이 소설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슬픔과 함께 앞으로 얼마만큼 잘 보내줄 수 있는지, 그리고 잘 보내주어야 하는 지를 일깨워준다. 요만큼의 상상도 미리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아무래도 좀 어두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여도 한번쯤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 일본소설 특유의 잔잔한 감동과 함께 그 안에 담긴 따스한 위로를 느끼며 누군가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마음을 잘 다독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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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모모

    그러게 익숙해야하면서도 또 그러고 싶지 않는 것이 바로 이런건가봐...
    잘 지내고 있나? 요즘 잠잠하더니 다시 코로나가 기승이네

    2020.11.24 10:4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맞아요. 아무리 마음의 대비를 한다고는 해도 쉽지 않달까요;; 언니도 잘 지내고 계시지요? 그렇잖아도 코로나가 다시 기승이라 걱정이 되요. 언니~ 전 잘지내고 있답니다; 모쪼록 건강조심 또 조심하시고 이번 한 주도 파이팅하시고 기분좋게 잘 보내셔요~*>_<*~♡

      2020.11.24 13:55
  • 파워블로그 나난

    저도 감동적으로 읽었던 작품입니다. 죽은 자가 느껴진다는 것. 무섭지만 따스한 이야기였어요.

    2020.11.24 15:0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맞아요. 나난님. 무섭지만 따스한 이야기였답니다. ^^*

      2020.11.29 22:35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