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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

[도서] 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

함민복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가보지 못한 곳에의 동경, 설레임, 그리움은 아마 가지 못했기에 더 그런 것일 테다. 강화도, 역사서나 여행서, TV를 통해서는 벌써 몇 번이나 가본 듯도 한데 그닥 떠오르거나 기억에 남는 건 없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랬기에 강화도가, 설령 그곳이 다리로 연결되어 더이상 '섬'이 아닐지라도 왠지 궁금해졌다. 그곳은 어떤 곳일지, 내가 만난 책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홀로 먼 길을 가는 이에게 보내는 편지
<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

 


 

작은 텃밭과 고욤나무 한 그루,
여러 번 모습을 바꾸는 강화도 바다, 
거기에 떠 있던 섬들과 
뭍의 또 다른 섬들인 사람들,
그들이 쓴 아름다운 이야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강화도'의 이모저모를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시인인 저자가 내륙인 고향(충청도)을 떠나 강화도에 정착해 살아가며 보고 듣고 겪은 것들을 담담히 때론 힘주어 들려주는 이야기다. 저자가 '시인'이기에, '시인'이니까...라는 걸 의식하든 안하든 이 에세이는 조금 특별하게 다가왔다. 

 

묘한 운치가 느껴지는 사진과 무심하게 툭- 내뱉는 문장에 웃음이 팡-팡-하고 터지면서도 너무나도 섬세하기 그지없는 시어와도 같은 글과의 만남이라닛!!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투박함과 섬세함의 조화랄까. 예전에 읽은 시집의 리뷰도 차마 못하고 지나친 게 미안해질 정도로 딱 내 취향이다! (그러고 보면 글은 정말 마감이 써주는 걸지도?!) 

 

썩지 않으려는 의지가 배어있는 땅인지 사방에 소금물 울타리를 친 강화도에 다리 하나가 더 생겼다. 강 건너 '김포 신도시 건설 계획'이 발표되고 밀물처럼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해안선 도로를 질주하는 레미콘, 산을 깎아내리는 중장비 소리... ... . 
반면에 행락객들 폭죽 소리에 놀라 벌써 주5일 근무만 하는 부엉이 울음소리. p27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사뭇 진지하기 그지없는 문장에 끼어든 주5일 근무라니 차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섬에서 멀어지며 배는 또 하나의 섬이 됩니다.
섬에서 멀어진 만큼 배는 섬이 됩니다. 
섬은 섬이 하나이면 섬이 될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내 마음을 떠난 마음들. 그 마음들은 지금 어디서 항해를 하고 있을까, 
그 그리운 섬들은.
마음을 떠난 마음 배들은. p40

 

일부러 끊어서 옮긴 문장이지만 이 자체만으로도 넘 근사한 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각자의 맛만을 주장하지 않고 서로 맛을 나눠보탤 때, 맛은 배가되고 깊어지나 보다. p50

 

이밖에도 생각에 잠기는 혹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따로 시집을 내어도 좋을만한 문장들이 참 많았다.

 


***
 

 

뱃일, 마을사람들과의 일화, 꽃과 꽃비, 자연보호, 고향 그리고 고마운 사람들의 마음이 따스해지는 이야기들 중 몇몇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다. 동해로 놀러간 동생이 하루, 이틀이 지나도 바닷물이 그대로인 걸 보고 놀랐다는 이야기엔 나도 좀 놀랐다. 아무래도 서해보단 동해를 훨씬 더 많이 접했기 때문에 조수 간만의 차를 알고는 있어도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에 신기했다. 바다생물에 대한 지식이 총망라되어 있는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졌고 손님이 오면 반드시 대접한다는 강화도다운 음식 '밴댕이순무섞박지'는 넘 맛보고 싶어져 침이 꼴깍하고 넘어갔다. 

 

오래 전, 우연히 '눈물은 왜 짠가'라는 에세이로 처음 만나 몇몇 책을 만나본 함민복 시인. 에세이인데도 시집을 읽는 듯한 느낌은 여전했지만 느끼는 감정은 더 풍부하고 더 깊이 다가왔다. 겨울이 가기 전, 만나보면 좋겠다. 그리움에 가득 찬 '나'를 만날 테니...!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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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사랑님

    폭죽소리에 놀라 주5일 근무만 하는 부엉이 울음 소리... 아.. 상상이 됩니다. 저희 부모님 계시는 곳도 여름이면 해수욕장에서 어찌나 폭죽을 터뜨리는지 잠을 잘 수가 없답니다. 이책 서평단 신청하고 싶었었는데... 그래도 궁금함은 해소 되었답니다. 꼭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해요~^^

    2021.01.27 23:1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앗! 사랑님이시닷!! 그러셨군요. ^^ 저도 꼬옥 만나보고 싶었던 책이라 반가웠는데 읽어보니 넘 좋았답니다. 사랑님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듯해 기뻐요. 넘 좋은 말씀도 넘넘 많이 감사드려요~*(__)(^^)*~ 건강조심하시고 남은 한 주도 기분좋게 잘 보내셔요~*>_<*~///

      2021.01.28 02:30
  • 파워블로그 나난

    진짜 재미난 그러면서도 현실적인 표현이네요. 주5일 근무 부엉이라니. 함민복 시인은 저에게는 소중한 기억을 안겨준 시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섬에 가고 싶어질 것 같네요.

    2021.01.28 10:1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그치요? 뭔가 심각한데 재밌게 느껴졌답니다. 나난님 말씀처럼 강화도도 한번 가보고 싶어졌어요. 넘 좋은 말씀 항상 넘 많이 감사드려요~*(__)(^^)*~♡ 건강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셔요~~*^0^

      2021.01.30 18:29
  • 스타블로거 아름다운그녀

    함민복 시인의 시들을 좋아하는데 산문집이 나오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요.
    마음이 따스해지는 구절이 많은 책이군요.
    오래 전 강화도를 간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지라 저자의 산문집이 반갑더군요,
    ...맛은 배가되고 깊어진다는 구절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2021.01.28 23:0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키미스

      저도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님의 산문집이라 더 만나보고 싶었답니다. ^^ 인상깊은 구절이 참 많았는데 다 옮기질 못했어요; ^^;; 아름다운그녀님~ 넘 좋은 말씀 넘 감사드려요~*(__)(^^)*~ 건강조심하시고 기분좋은 주말 보내셔요~~*^0^

      2021.01.30 18:32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