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래가 나오는(!)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인지 고래를 떠올리게 되는 이야기에 왠지 저절로 관심이 가는데 우리나라의 가장 암울했던 시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가 연상되는, 부제 또한 '경성의 인어공주'인 네이버 웹툰을 만나보게 되었다.
1926년 전북 군산을 배경으로 어릴 때 푼돈에 팔려와 친일파인 여씨 가문 아가씨의 몸종으로 일하게된 수아는 성격은 괴팍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아가씨를 모시며 종종 바다에 가서 수영하는 걸 즐기는데 그러던 어느날, 바닷가에 갔다가 총상을 입고 쓰러져있는 사람, 의현을 발견하고 그를 구하게 된다. 딱 봐도 의심스러운 그는 독립운동을 하는 자로 수아는 그를 도와주게 되는데...!!
주인공인 수아가 독립운동가인 의현과 엮이게 되면서 정말 인어공주와 같은 상황이 되어 시대 상황과 함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고래별은 의현과 여러 인물들이 활동하는 근거지인 찻집으로 웹툰의 제목이기도 한데 이 웹툰을 컬러링으로 탄생시킨 책이 바로 지금부터 만나볼 <고래별 컬러링북>이다.
일제강점기 시대는 말만 들어도 암울하기 그지없는데 이 컬러링북의 첫장을 넘겨보면 몽환적인 분위기와 환상적인 그림으로 인해 그런 암울함이 확 사라지고 곧 깊디 깊은 바닷속으로 풍덩하고 빨려들듯이 빠져들게 된다. 특히 환상적인 건 인어공주 그림인데 너무나도 몽환적이라 계속해서 보고 또 보게 된달까? 어쩌면 이렇듯 멋지고 근사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한데 그런 그림에 직접 색을 입힐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처음엔 원화의 색 그대로 따라 칠해볼까도 싶었는데 아무리 생각하고 연구해도 그 느낌 그대로 살릴 자신이 없었다. 비슷하게 흉내내기보단 내가 입히고 싶은 색을 신나게 입혀보자 싶었는데 신비로운 원화가 주는 느낌은 아무래도 도저히 살리기 어렵지만 나만의 색을 입힐 수 있어서 무척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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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링은 정말 많은 재료가 필요하지 않고 큰 판형의 책자이지만 생각보다 가벼운 편이라 들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든 꺼내어 쓱쓱싹싹 칠하면 되기에 접하기가 쉬운데다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아서 좋은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마음 내키는대로 어느 한 부분만 칠해도 되고 덮어두었다가 언제든 꺼내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엄청난 매력이다. 그냥 아름다운 그림만 봐도 넘 좋다.
다채로운 색감이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과 잘하건 못하건 쓱싹쓱싹 쓱쓱 칠하다보니 늘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이란 걸 잠시 멈추고 어느 순간 컬러링을 완성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어 잠시동안만이라도 온전히 나에게, 나의 손끝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뭔가 힐링되는 느낌이어서 누군가 지금 이런저런 생각이 자꾸 들고 걱정과 불안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 산책과 함께 컬러링을 해보길 권하고 싶어졌다.
고래별이라는 웹툰은 초반만 봐도 내용이 꽤 무거운 편이지만 등장인물의 표정과 배경은 살아숨쉬듯 생동감이 느껴져서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림에 푹 빠져 매료될 것만 같았는데 이 웹툰을 재밌게 봤고 그런 그림을 두고두고 보며 소장하고픈 이라면 이 고래별 컬러링북을 꼬옥 만나보길 적극 권하고 싶다.
구성은 웹툰에 등장하는 장면들이지만 어쩐지 웹툰보다는 무겁지 않게 등장인물과 이야기를 생각하면서도 온전히 그림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설령 웹툰을 전혀 만나보지 않은 이라도 한번쯤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이 컬러링북을 접하기 전까지 고래별에 대해 몰랐었는데 웹툰을 알지 못해도 어렵지 않게 나만의 색을 입힐 수 있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컬러링북이 아닐 수 없다.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고래별.
컬러링북으로 지금 바로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