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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숍

[도서] 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저/조동섭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장편 소설 뮤직숍의 저자 레이철철 조이스는,

브리스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이어서 왕립 예술 아카데미에서 연기도

전공한 후에, 실제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드라마 작가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의 작가였다.

BBC 라디오 드라마 극 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하고, 2012년에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데뷔를 하면서  신인 작가 상을 수상하고,

맨부커상 후보에도 올랐다고 한다.

2017년 소개된 이 작품 역시 <더 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소설을 접해 보았을 때에

마치 뮤지컬이나 음악 영화를 보는 듯

굉장히 입체적인 구성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소설 뮤직숍은, 이미 오래전 2차 세계 대전의

상흔이 지나갔지만, 빠르게 발전하는 과도기의

시기에 한쪽에서는 여전히 경제적으로

위기가 있던 1988년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프랭크는, 작은 상점들이

모여있는 영국 항구 도시인 유니티스트리트에서,

작고 허름한 음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88 서울 올림픽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연도이기에, 우리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시대적 배경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 속 배경에는 80년대 초에

새롭게 개발된 음원 저장매체인 CD 음반이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와중에, 프랭크는

오로지 전통적인 엘피판 판매를 고집하고 있다!

인근 도심 번화가에 대형 쇼핑몰들이 들어서면서

허름한 골목 작은 상가들의 존폐가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주인공과 그 주변의 사랑스러운 이웃들의

이야기들이 너무나 따뜻하게 그려지고 있다.


 

경제적 변혁기가 컸던 80~90년대뿐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빠르게 변모하는 시장과

사회 속에서 옛 것들은 점차 잊히고

새로운 문물로 교체되면서 적응하느라 바쁜

현실이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사실 21세기가 된 지금은, 음악 역시 CD 매체가

아닌 디지털 파일로 저장을 하거나, 이제는

저장하고 보관할 필요도 없이 바로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어디에서나 손쉽게 들을 수 있으니,

마치 초고속 청룡열차를 탄 것처럼 멀미가 날 듯하다.

더구나 스마트폰으로 이제는 TV나 케이블,

심지어 영화도 보는 세상 속에서, 너무나 많은

번쩍이는 화면이 때로는 너무 피로하기도 하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고 있는 증거인지

모르겠지만, 무르익어가는 깊은 밤에

다시금 예전 향수 가득한 라디오의 DJ 목소리와

음악 선율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싶어진다.

소설 뮤직숍에서도 이렇게 빠르게 변모하는

시대적 흐름의 중심에 서있는 작은

음반가게 사장의 진솔한 사랑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이후에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온 따뜻한 향수와 점점 삭막해져가는

물질문명 속에서 놓고있던 휴머니즘을 찾는 듯하다.

 

 

뮤직숍 주인장인 프랭크는, 음반시장에서

CD의 판매량이 점점 늘고 있는 반면에

엘피판은 이제는 구시대의 화석이

되어가고 있지만, 어릴 적 어머니께 물려받은

음반들과 함께 나름의 확고한 신념을 지키고

오롯이 엘피만을 고집하고 있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CD 판매량으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 음반 도매상이나

중간 브로커들의 잦은 회유와 때론 협박에도

꿈쩍 않고 있기에, 점점 가게 매출은 떨어지고

하물며 새로운 엘피판은 더 이상 구입하기도

어려워지면서 주변의 다른 상점들과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타격도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처음 CD 음반을 접했던 나의 옛 경험에도

너무나 생소하고 신기하기만 했었다.

지금은 사라진 종로 뮤직랜드나 타워레코드

지하 매장에서, 헤드폰으로 새로 나온 CD

음반도 들어보고 만남의 장소로도 기다렸지만, 

음악을 제대로 들으려면 엘피판의

지직 거림도 하나의 악기처럼 소중하다면서

여전히 엘피판을 수집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중략...

프랭크의 어머니는 종종 말했다.

"엘피판이 중요한 이유는 아이처럼

세심하게 돌봐주어야 하기 때문이야."

_P. 26

 

뮤직숍의 주인공인 프랭크는 단순히

음반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음반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맞는 음반을 소개도 해준다.

그리고 살아가는 인생사의 이야기처럼 해박한

음악의 역사 이야기도 정겹게 전달해준다.

그렇기에 음악을 직접 들으면서 소설을

읽어보는 듯하게, 본문 챕터 상단이나

이야기 중간중간 해당 음반에 대한

짤막한 소개도 들어있고, 화자인 프랭크가

손님과 상담을 하면서 나누는 흥미로운

음악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어보게 된다.

유튜브를 살짝 검색해보았더니, 소설 속에

소개된 음악들을 플레이 리스트로 묶어놓은

페이지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음반 가게를 찾는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마음을 달래기 위한 소통의 창구로

음악을 골라보고 다독여주는 상담사의 역할도

하면서 나름의 단골이 하나 둘 늘어가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가끔은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주거나 실연의 아픔을 잊게 해주는

가장 좋았던 방법은, 나의 마음을

그대로 달래주는 듯한 음악을 듣는 것이었다.


 

어느 날 음반 가게 앞에 녹색 코트를 입은

미모의 여인이 나타나면서, 잔잔했던

프랭크의 마음에도 커다란 파문이 일게 된다.

마치 우리 응팔 시대의 주택가 이웃들처럼,

동시대의 영국의 소도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정이 넘치는 이웃들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프램크 뿐만 아니라, 마치 한 가족처럼 허물없이

편하게 지내고 있는 이웃들 역시,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진  묘령의 여인에 대해 설왕설래 궁금증을

더해가면서 조용하던 거리가 술렁이게 된다.

뮤직숍 음반가게 주변의 상점 이웃들 역시,

꽤나 독특한 이력의 인물들이었다.

늘 무언가 고장 내기 일쑤인 주인공 프랭크의

음반가게 종업원인 키트를 비롯해서,

모히칸 머리를 하고 온몸에 가득 타투를 한

타투숍 여사장인 모드, 전직 성직자였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고 종교 선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앤서니 신부와 가업을 물려받아서

장의사를 운영하는 쌍둥이 윌리엄스 형제,

그리고 폴란드 빵 가게를 운영하는 노박 등.

 

배경과 사연들이 가득한 인물들이, 부동산 개발로

상점에서 내몰리는 상황 속에서도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정겹게 지내고 있는 유니티스트리트였다.


 

뮤직숍 이야기 속에서 프랭크가 소개해 주는

음악들은, 어릴 적 들어보았던 고전 팝이나

재즈도 있었고 잘 알려진 클래식 곡도 있었는데,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흥미롭게 연결하면서

소개해 주고 있기에 새로운 재미도 더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가

사실은 베토벤이 제목을 정한 게 아니라고 한다.

단지 어느 음악 평론가가 음악을 들으면서

'호수에 잠긴 달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어요.'라고

비유를 하면서 그 이후로 달과 호수를 떠올리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음악사도

주인공인 프랭크가 대화를 하면서 소개해 주고

있어서, 하나의 장편소설 속에 흥미로운 음악 역사

인문학 여행도 흥미롭게 할 수 있는 묘미도 있었다.

 

그 와중에 점차 마음을 뺏기게 되는 녹색 코트의

그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채 궁금증만

더해가는데 조금씩 얼어붙어있던 사랑의 불씨는

점점 커져가고만 있는 걸 스스로도 느끼게 된다.


 

안락하고 편안한 환경이라는 명목하에

자행되는 지역 개발로, 손때와 땀이 스며있는

고향에서 떠밀려 떠나야 하는 상점 주민들.

잊혀가는 옛것을 미련하리만큼 붙잡고 있는

프랭크에게 이웃들 역시 새로운 변화에

순응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다독이기도 한다.

언제나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먼저 만져보고 싶고,

편하고 손이 덜 가는 안락함에 길들여져가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데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가슴 따뜻해지는 로맨틱 스토리였다.

뮤직숍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훈훈한 인간미가

넘치는 재미있는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었는데,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는 엘피판을 매개체로 해서,

과거의 아픔을 힐링하는 음악의 여행과

사랑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잘 엮어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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