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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소총을 차고 마을을 시찰하는 IZ 대원들은 하나같이 즐거운 마음에 웃고 있었다. 오늘은 지도자께서 일부 대원들의 결혼을 주선해주시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와합 마을의 여성들과 기존 대원들의 결혼이 주선되기로 한 것이다. 

 

-너희 둘 왜 복장이 그 모양이지? 무슬림 여성들은 모두 차도르를 착용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듣지 못했다는 거냐?

 

-그게 아니라 오늘은 신랑감을 만나러 오는 길이니 좀 더 예쁘게 보이려고 히잡을 해 본 거예요.

 

우마르의 날 선 반응에도 주눅 들지 않고 마을 처녀 나비아와 하이파는 들뜬 기색이 역력한 채 답했다. 어제 있었던 로와다 부인과 하이얌이 겪은 일이 소문이 날만도 했는데 그 둘은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지브릴은 이번에는 일이 커질 수도 있겠다 싶어 잽싸게 달려와 말렸다. 

 

-우마르, 바로 가서 갈아입고 오라고 하겠습니다. 

 

-이미 가르침은 충분히 알리고 가르침에 익숙해질 시간도 충분했네. 저들은 율법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배우자가 될 사람을 만나러 오는 길에 음탕한 차림을 하고 찾아온 더러운 것들이네. 이미 무슬림의 본분을 저버린 것들이란 말일세. 

 

사람 좋던 나씨르 마저 이리 말했다. 지브릴이 그들을 감싸려 들 시간도 없이 우마르는 소총으로 나비아와 하이파를 위협해 무릎 꿇렸다.

 

-꿇어. 이 음탕한 것들아!

 

-왜 이러세요. 저희는 그저 신랑감을 예쁜 모습으로 만나려던 것뿐이에요.

 

그들이 무릎을 꿇으며 하는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우마르는 소총에 걸친 끈을 옆구리에 밀어두고는 권총을 꺼내 하이파의 정수리에 겨누자마자 쏘았다. 권총의 충격에 하이파의 몸이 살짝 튕겨지고는 쓰러지자 나비아는 놀라 소리쳤다. 그녀의 두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고 온 얼굴에 경악의 빛이 비쳤다. 우마르는 소리치고 있는 나비아의 정수리에도 바로 권총을 가져다 대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으아아아악! 

 

총을 맞고 쓰러지는 나비아와 하이파의 모습을 보고 신랑감을 만나려고 IZ 막사로 찾아들던 마을 처녀들이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거나 도망 가려 했다. 그 순간 나씨르가 소리쳤다. 

 

-이들은 무슬림의 본분을 잊은 배도자와 다름없는 것들이라 처형한 것이다. 너희는 혼란을 야기하지 말고 어서 배우자를 찾는 길에 들어서라. 가르침은 선하게 전해질 때 따르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도망가려던 마을 처녀들도 주저앉았던 처녀들도 모두 겁에 질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소총을 든 대원들이 길을 재촉하자 숨죽이고 순순히 길을 따라갔다.

 

 

 

신부감이 될 마을 처녀들이 모인 자리에서 앞서있는 미나, 모나 자매와 하나, 자라는 지브릴과 어릴 때부터 같이 커온 남매 같은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 뒤를 보고 지브릴은 놀라고 당황스럽고 서글픈 마음이 깊이 들었다. 제법 모여있는 마을 처녀들 사이로 자밀라와 라일라 자매가 서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자밀라라고 믿었던 자밀라가 그녀의 여동생을 이끌고 신랑감을 찾으러 와있다. 지브릴은 애석해 할 수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모두 그녀의 아버지의 선택이지 않은가? 아버지가 딸을 결혼시키고자 하는데 자신이 나서서 사랑을 운운하면서 결혼하겠다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행동은 사람들에게 자밀라와 자신이 사통하고 있었으며 무슬림의 율법을 어기고 있었다고 오해하도록 만들 수 있다. 압둘라 씨의 딸 라니아의 죽음처럼 사람들의 오해는 아브라힘 씨 가문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가 되어 자밀라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대원들이 그녀들의 맞은편에 서자 IZ의 지도자 아부바르크는 잠시 짧은 말을 이었다.

 

-너희들에게도 자라면서 살아오면서 각자의 사연이 있을 것이나 이제는 짝을 이루는 사람과 가정이라는 작은 연합 속에서 그 연합에 합당한 사연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성실과 진실 그리고 신앙이 빠진 연합이어선 안되는 것이다. 남편이 되는 자는 아내를 지배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하라. 그리고 서로 베풂과 수혜를 그 연합 속에서 실천하며 세상으로 확대하여라. 그것이 무슬림의 본분을 지키는 결혼생활일 것이다.

 

그리 말하고는 마을 처녀들과 대원들을 서있는 그대로 무작위라고 할 수 있는 주선을 했다. 그러다 자밀라를 보고는 아부바르크가 물었다.

 

-니가 아브라힘 씨의 맞딸이냐? 

 

-네.

 

-아브라힘 씨와 압둘라 씨의 부탁으로 너는 압둘라 씨의 장자 무자히드와 결혼하도록 되었다. 알겠느냐?

 

-네.

 

자밀라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미 이러리라고 아버지인 아브라힘 씨로부터 언질을 받은 모양이었다. 결혼 주선자리에는 기존의 대원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마을 출신 대원들은 축하하며 하객 행세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아부바르크는 하객들인 마을 출신대원 들 중 무자히드를 불렀다. 무자히드도 자밀라처럼 무표정하게 주선자리로 나섰다. 

 

자밀라 앞에 웃으며 서있던 맹렬한 IZ 대원 이스마일은 자밀라의 여동생 라일라와 짝이 되었다. 그렇게 대원들에겐 한가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지브릴만이 이 한가한 하루가 자신을 더 괴롭게 하는 하루임을 깨닫고 있었다. 나비아와 하이파의 죽음을 애도하는 만큼 자신을 충만케 하던 이슬람의 정신이 죽어가는 것 같았다.

 

 

10 

 

다음 날 전 대원들이 소집되었다. 와합 마을과 지단 마을 경계로에서 나씨르가 나서서 대원들을 독려했다. 

 

-오늘은 여러분들의 노고를 풀어줄 헌신할 여성들을 초청하고 배도자들인 시아파를 섬멸하는 전투를 치를 것입니다. 모두 단호하게 자신의 본분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는 모두가 지단 마을로 쳐들어 갔다. 처음엔 대원들을 보고 지단 마을 사람들은 긴장하는 정도의 모습일 뿐이었다. 하지만 우마르, 하싼, 가파리 ,누르, 이스마일 등 베테랑 전사들이 선봉으로 각 가정에 쳐들어가 소녀들을 끌고 나오자 그녀들의 아버지들이 모두 막아섰다.

 

-내 딸은 안된다. 이놈들아! 

 

'팡! 팡! 팡!' 이곳 저곳에서 격발음이 들렸다. 자신의 딸들을 성노예로 내주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아버지들을 IZ대원들은 망설임 없이 쏴죽이고 있었다. 그리고는 어리고 젊은 여성들을 일부 대원들이 따로 격리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그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마을 뒤편 사막에 끌고 갔다.

 

-이게 무슨 일인가? 무자히드. 우리 종파는 다르더라도 무슬림이라는데는 서로 동의하지 않았나? 이게 같은 무슬림에게 할 짓인가? 

 

지단 마을의 청년 라시드가 자신을 끌고 가는 대원들 중 무자히드의 얼굴을 알아보고 한탄했다. 무자히드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막의 언덕 아래 지단 마을 사람들을 세우고는 나씨르가 말했다. 

 

-너희는 배도자들이다.

 

-아니요. 우리 시아파 사람들은 당신들과 종파만 다를 뿐 충직한 무슬림들이요. 단 한순간도 배도한 적이 없소.

 

'팡!' 우마르가 나씨르의 말을 끊은 지단 마을 사람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살려 주세요. 우리가 무슨 악행을 했다고 이러시오. 우리 지단 마을은 시아파로 종파가 다르다고 해도 와합 마을과 별 충돌없이 잘 살아왔어요. 오해가 있다면 풀면 되지 않습니까?

 

-오해가 아니다. 경전에 이르기를 배도자에겐 죽음뿐이라고 했다. 오늘 우리는 무슬림의 본분을 다하여 너희를 섬멸할 것이다.

 

그 말이 끝나자 지단 마을 사람들이 격분해 외쳤다. 

 

-이런 게 무슬림의 본분이라고? 언제부터 무슬림의 본분이 민가의 아녀자들을 빼앗고 양민을 학살하는 것이란 말이냐? 너희는 어찌 그런 범죄에 무슬림의 본분을 논한다는 말이냐!

 

-살려주게 지브릴. 자네는 이런 악을 행하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지브릴은 자신을 알아본 지단 마을 어르신 다우드 씨를 바라봤다. 그리고 애써 무표정하려 했다. 

 

-격발하라.

 

나씨르의 명령이 떨어지자 지단 마을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이 가해졌다. 모래 언덕 위에서 무자히드는 언덕 아래의 지단 사람들이 아닌 허공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지브릴은 자신이 방아쇠를 당기고 있기는 한데 도대체 누구를 쏘고 있는 것인지 무엇을 겨냥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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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가끔 아프리카나 아랍의 종파간 갈등을 TV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이하라님이 잘 묘사해 주셨네요. 이하라님의 창작물이지만 이야기 속 세상이 허구 같지 않게 느껴지네요...

    2021.11.12 03:1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이하라

      성노예로 삼을 여성들을 납치하며 저항하는 가족들을 살해하고 종파간의 갈등으로 전원 몰살해 버리는 기사가 자주 보이던 해가 있었지요. 그 역사를 소설로 묘사한 것일뿐이라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2021.11.12 09:38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