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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린 왕자

[eBook] 애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원저/최현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생각하면 너무도 다행스럽다. 애린 왕자 오디오북을 듣지 않았다면 나는 이런 기회를 갖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를 몇 해의 간격을 두고 몇 차례나 읽었었다. 물론 완독하지 못한 채 건너 뛴 날들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러다 올해 다시 읽은 어린 왕자는 지난 날의 감상과는 다른 깊이를 안겨 주었다. 하지만 나는 저자가 마련한 깊이 중 많은 부분을 헤아리지 못한 채 그저 읽어내려 간 것이구나 하는 걸 이 경상도 사투리 버전의 애린 왕자를 통해 알게 되었다. 

 

경상도는 내게 고향보다도 더 긴 기간을 함께한 땅이다. 하지만 사투리를 흉내낸다고 해도 사투리의 속내까지 알아내기에는 아직도 괴리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런 폭과 깊이를 문학과 함께 하는 사투리로 대하니 깊이가 메워진 듯, 폭이 좁혀진 듯한 착각을 갖게 했다. 

 

사투리로 듣는 애린 왕자는 그 어느 번역본으로 대하는 어린왕자 보다도 살가웠고 친밀했다. 구간구간에서 나는 활자로는 다가설 수 없던 인물들과 상황들의 이면에 가닿는 것만 같았다. 다만 애린 왕자가 지구를 떠나는 26장에서는 절제되던 문장들이 제재가 풀린 듯하고 감정이 과잉된 것 같은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것은 번역되면서의 해이함이 아니라 저자 자신이 어린 왕자의 이 별과의 이별에 격앙된 정서로 적어내려 간 탓이라는 걸 알 것만 같았다. 

 

그 어느 번역서 보다도 더 깊이 어린 왕자 속 등장 인물 하나하나가 살갑게 다가왔고 그 누구 하나 나의 내면에 있지 않은 인물은 없다고 느껴졌다. 그건 아마도 내가 심하게 어른이 된 탓이기도 할 것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에만 의미를 두던 나였기에 보이는 모든 것을 잃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본서의 주제의식과는 달리 어린시절 보이는 것에 주목했더라면 나는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행간을 모두 아우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보이지 않는 것에만 의미를 두다가 뒤늦게 보이는 것들도 중요함을 깨우친 어리석음이 보이는 것들에만 주목하다 찾아드는 후회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걸 깨우치기도 했다. 

 

활자로 대할 때 보다 더 깊은 감상이 들었다. 활자로 대하는 어린 왕자는 머리에 각성을 주었다면 음성으로 대하는 애린 왕자는 마음 깊이에서 울렸다. 역자 자신이 낭독을 했다는데 성우 출신인 것인지 연기자 출신이기라도 했던 것인지 너무도 감동을 주는 낭독이었다. 

 

경상도 사투리 버전의 애린 왕자를 선택할 때 부터 계획한 것이지만 다시 한 번 전라도 사투리 버전 에린 왕자도 들어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사투리로 듣는 어린 왕자에게서야 비로소 마음까지 와닿는 이야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분들도 활자본보다는 낭독본을 선택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 이야기로 다가서는 깊이도 폭도 활자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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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march

    애린왕자가 경상도 사투리로 쓴거였군요. '저는 마음이 아리다'라는 의미로 생각했어요.
    제가 읽어드리면 완벽한 '애린 왕자'일텐데요.^^ 낭독으로 만나는 기분은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는데, 이하라님 말씀 들으니 한번 시도해보고싶어집니다.

    2022.11.09 01:4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이하라

      마음이 아린 것도 사실이라 경상도 말로 하면 더 함의가 있게 전달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책으로 사투리 버전을 읽으신 분들의 대체적인 감상은 재밌다 이시던데 저는 낭독본으로 접하다보니 재밌는 게 아니라 많이 아렸습니다. 감상의 깊이가 활자하고는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이건 꼭 들어보실 이유가 되지않을까 싶어요.^^ 고향이 경상도시군요. 저도 경상도에 산지가 고향보다 더 오래되었네요. 그래서 경상도 사투리 버전이 더 진하게 다가왔나 봅니다.^^

      2022.11.09 06:41
  • 파워블로그 산바람

    사투리가 주는 고향의 맛은 어느 맛 못지 않게 많은 정서를 자극한다 생각합니다.
    글 재밌게 읽고 갑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2022.11.09 18:1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이하라

      한국의 모든 곳이 거시적 시야로 보면 고향 같습니다.
      한국의 어느 지방언어라도 깊은 정서를 전달해 주는 듯해요.
      산바람님께서도 편안한 밤 되세요.^^

      2022.11.09 18:56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사투리로 재해석한 어린왕자군요.
    정감 가득한 어린왕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기회되면 경상도 사투리의 <애린왕자> 들어볼께요.^^

    2022.11.09 21:01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이하라

      네. 꼭 들어보셨으면 합니다. 그저 사투리로 낭독할뿐 다른 게 없어야 맞는 걸텐데 저에겐 다가오는 정서가 너무 확연히 달랐습니다. 꼭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2022.11.09 21:1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