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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도서] 채식주의자

한강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한강 작가의 작품은 읽는데 체력도 정신력도 감정도 많이 든다. 읽고 나면 일종의 정서적 탈진 상태가 오고, 내 문해력으로 소화가 안 되는 작품에 글을 얼마간이라도 덧붙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내개 한강 작가의 작품은 완독도 감상도 특별히 어려운 존재였다. 아름답지만 어려운 시어처럼 나풀거리며 마음에 깊이 꽂히는 작가의 언어들...

 

개정판의 구성을 보니 2004-5년에 발표된 작품들이 묶여있다. 새삼스럽게 지금이 2022년이구나 하고 은밀하게 화들짝 놀란다. 더 이상 성장도 발전도 어려운 번다하기만 한 일상을 살지만, 그래도 시간을 걸어온 것은 무언가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다시 읽어 본다.

 

아주 오래전부터 채식주의자였고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하는 지인들이 많아서, ‘생명이 있었던 것을 차마 먹을 수 없었다는 느낌이 무엇인지는 안다. 생명이 없었던 식재료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을 생각은 전혀 없다.

 

누구나 각자의 이유로 선택한 일에 자기 이해관계나 피해 없이 시비를 거는 일은 부당하고 비겁한 일이다. 다만 나이가 좀 더 들어서일까. 영혜가 그토록 폭력적인 이유로 깊은 상처를 입은 것만이 안타깝고 아프다.

 

처음 읽을 때는 남편의 캐릭터가 몹시 미웠다가 다시 만나니, 나의 비겁함만 투영된다. ‘적당함을 선택하는 일이 나에게도 얼마나 무수히 많았던가. 때론 계산을 하기도 했지만 살다 보니 정말 그 정도의 선택을 할 체력과 정신력 밖에 남지 않았을 때도 많았다.

 

매일 내가 책임지고 모든 결정을 해야 하는 일상이 이어지는 누구나 선택을 회피할 수 없는 누구나 적당함을 점차 의지하게도 된다. 결혼이라고 늘 이상적이고 고귀한 본래적 가치를 지닌 선택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현실에서 그런 결혼을 본 적도 없다. 결혼은 타협이라는 기술로 마무리된 계약이다.

 

그러니 남편의 입장에서는 식재료에 관해 타협할 수 없다고 하는 영혜가 도리어 갑자기 낯설어졌을 수도 있다. 수많은 시간 타협하는 선택으로 일군 협력이 그들의 일상을 이루어온 본질일 지도 모른다. 어색한 쪽은 놀란 쪽은 남편이 맞다. 서글프게도...

 

한편 영혜는 억눌리고 감추던 자아가 계기를 만나 처음으로 촉발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비로소 스스로 무언가를 자신의 의지와 의견으로 선택하고자 하는 첫 비행인 것이다. 영혜의 몽고반점은 영혜가 성체로 성장한 적이 없다는 증거처럼도 보인다.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는 시행착오를 거쳐 단련된다. 그런 점에서 연습 없이 결단의 형태로 닥친 변화는 힘들고 괴롭다. 그 대상이 자신이건 타인이건... 함께 살아가며 타인과 조율하며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성장이고 어른이 되는 것이라 믿는다.

 

그건 단지 인간끼리의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은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해, 다른 생명체와도 함께 어울려 사는 방법을 몰라 지금 이 지경에 이르렀을 것이다. 막 자아를 인식한 어린아이가 표현을 할 줄 몰라 힘 조절을 몰라 여러 실수를 하고 때론 치명적인 해악을 끼치는 장면이 인류 문명과도 같다.

 

유치한 인간 중심주의... 한 때는 생존을 위해 이기적 선택을 했더라도, 지구의 가장 거대한 단일종이 되고, 지구 자체를 폭파시킬 무기까지 갖춘 지금 역시도, 제 생존 도모를 위해 남은 다른 생명을 해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얼마나 웃긴 비논리이고 비겁한 발상인가.

 

티핑포인트의 시간은 멀어지지 않고 더 다가오고 있다. 정말 6번째 생물 소멸, 대멸종의 시기에 접어들었다면... 애쓰고 노력하는 힘을 어디서 왜 어떻게 찾아야할까... 암담하고 힘겨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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