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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느 정도는 내 잘못이다. 내가 어떤 문제를 직접 해결했고, 인생에 관해 얼마나 진지한지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으니 엄마가 나의 능력치를 알턱이 없다. 장담하건데 엄마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는 꽤 괜찮은 인간이다. 내 미래는 순탄할 것이므로 이렇게 몇 번쯤 우당탕 싸우는 것도 다 추억이 될 거라 믿는다. 침대에 걸터 앉자마자 문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밥그릇이었다.. (-13-)


순정과 유리는 번갈아 가며 204번의 신상을 읊었다. 온의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애인데 200번 확진자였던 그 애 할머니한테 옮았다는 것, 그 할머니는 다단계 사업에 빠져 대전에 있는 교육센터에 갔다가 코로나에 걸린 것도 모자라 딸과 사위, 손자들에게까지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겼다는 것이었다. 유리는 노인네가 나이 먹었으면 집에 앉아서 TV나 볼 일이지 왜 쓸데없이 처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 피해나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고, 순정은 200번 확진 날짜와 204번 확진 날짜가 맞지 않는다며 도대체가 '시청 알리미' 문자는 믿을 수 없다고 했다. (-73-)


높은 굽에 단단하게 박혔던 굳은 사이 맥을 못 춘다. 이젠 맨발로 걸어도 아프지 않다. 주기적으로 자르던 오피스룩은 필요 없어졌고, 연비꽝인 사륜차도 굴리지 않아 카드값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회의도 줌으로 하니까 머리만 빗고 앉으면 될 일이다. 세수를 ㄹ안 한 적도 있다.'적당히 더러워도 죽지 않더라. 재택근무, 참 좋은 것. (-113-)


이들이 90년대 영화를 주제로 한 소설을 모아 책을 냈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주말이나 시험이 끝나고 나면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에 들러 영화를 고르는 것이 낙이었다. 나만 그랬을 리 없다.이 책의 작가들이 그랬을 것이고, 동년배 대부분이 그러했을 것이다. 보고 싶었던 목록과 신작 테이프, 사장님 추천 영화 사이에서 골라온 비디오 테이프를 데크에 넣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182-)


비디오 테이프 하나 빌리는데 1500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새로나온 신작은 빨리 빌리고,빨리 보고, 빨리 반납하였고, 구간은 3분의 1 가격으로, 500원에 빌려서 늦게 반납하여도 크게 혼나지 않았다. 지금처럼 넷플릭스가 없었던 그 시절,비디오 테크에 영화테이프를 밀어 넣었던 우리의 군상이다. 그 잊혀진 군상을 깨워즌 책, <굿바이 마이빌런>이다. 여기서 빌런이란 데블,즉 악마로 불리고 있으며, 다섯편의 비디오 영화 <델마와 루이스>, <트루먼 쇼>, <개 같은 날의 오후>, <셋잇오프>, <해피엔드>에는 그 나름대로의 빌런이 존재하고 있다.셋잇오프 빼고 네 편은 다 본 영화들이다.


이 영화에서는 영화 속 장면,스토리에 코로나 팬데믹 속에 하루를 보내는 우리의 잂상이 있었다. 소위 <델마와 루이스>영화에서 우리가 느꼈던 자유로움, 세상이 만들어 놓은 규칙에서 벗어나고 싶은 인간의 싶리와 저항이 감춰져 있었으며,나의 일상이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트루먼쇼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코로아 확진이 되면 ,확진자의 동선이 다 파악되면서, 그 사람이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죄를 지은 것처럼 숨을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삶이 그려지고 있었다.영화 해피엔딩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는 행복을 목적으로 한다.하지만 우리는 그 행복에 집착할 수록 행복에서 멀어지는 역설적인 상황과 마주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 선택과 결정에 있어서 갈림길에 놓여지게 되었다. 즉 굿바이 마이빌런은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에게 불행이나 불편함으로 나타낫지만, 시선이나 관점으로 볼 때, 마냥 나쁜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불편한 뒤에 감춰진 우리의 욕구와 핑계꺼리, 하나를 잃어버리는 하나를 얻을 수 있다는 보편적인 진리 또한 코로나 팬데믹도 예외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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