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다시 만나자
도시에 사는 가로수들 중 벚나무만큼 고단한 삶을 사는 나무가 또 있을지. 그렇지 않아도 도심의 공해 때문에 숨 쉬기 힘든데 진딧물, 깍지벌레, 하늘소까지 수많은 곤충이 벚나무에 찾아든다. 바로 수피 안에 흐르는 맛난 수액 때문이다. 꽃이 피지 않는 계절에 벚나무를 보면 얼마나 시달렸는지 몸 전체가 상처투성이다. 어디 그뿐일까. 행여 가지라도 잘리면 그 자리가 좀체 아물지 않아 회복도 더디다(그래서 벚나무를 키울 때는 함부로 전정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1년 내내 고단한 삶을 사는 벚나무는 매해 봄 그 지난한 세월을 보상받으려는 듯 상처 난 가지가 하나도 보이지 않을 만큼 온몸을 꽃으로 치장한다. 병충해와 싸우느라 만신창이가 된 몸이지만, 그 누구도 상처 자국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완벽하게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다.
240~241쪽,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우종영作)> 中
딱 일주일만이다. 주말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에 아침을 먹자마자 봄꽃수집가와 서둘러 산책을 다녀오는 길에 벚나무가 짐을 싸고 있는 걸 발견했다. 떠나는 티를 팍팍 내기라도 하는 걸까, 봄꽃수집가는 벚나무가 여기저기 흘려놓은 것들을 주워 호주머니에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 나무 줄기 한 편에 소복히 피어있는 벚꽃이 신기했던지 한참을 바라보고 있길래 한마디 농담을 던졌다. "애기 벚꽃이 늦잠을 자서 엄마 벚나무가 깜빡 두고 갔나봐!"
돌아오는 길에 벚나무의 자리를 대신하여 봄 기운의 바통을 이어받은 철쭉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이 봄을 계속 부탁해!" 집에 들어와서 간식을 먹으며 그림책 한 권을 집어들었다. 벚나무에는 벚꽃만 있는 게 아니라 버찌도 있음을 알려주는 <버찌 잼 토스트(문지나作)>, 오늘 같은 날 아이와 함께 보고 읽으면 참 괜찮은 그림책이다. 지난 해 작성한 서평(버찌 잼 토스트 리뷰 잠시 보기)을 다시 읽어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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