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 #2
솔직히 말해서, 도시 자체는 못생겼다. (중략) 가령 '비둘기도 없고 나무도 없고 공원도 없어서 새들의 날개 치는 소리도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도 들을 수 없는 도시, 요컨대 중성적인 장소'일 뿐인 이 도시를 어떻게 설명하면 상상할 수 있을까?
『페스트』 중에서
카뮈는 『페스트』에서 오랑을 이렇게 묘사했(었나 싶지만 그랬던 것이)다. 역병의 중심지가 되는 곳이라서 극적으로 썼겠거니 했는데, <카뮈>를 통해 당시 카뮈의 사정을 엿볼 수 있었다. 1950년에 「모노타우로스 또는 오랑에서 잠시」가 소책자로 출간되었을 때는 오랑 시민들의 항의 편지가 출판사로 쇄도했다고 한다. 『페스트』의 배경이자 『이방인』의 대부분을 쓴 곳이기도 한 그곳을 어째서 카뮈는 그토록 비판적으로 대했을까. 책에 따르면 당시 직업도 없이 병든 몸으로 처가에 얹혀살던 그와 장모 사이에 불화가 심했고, 그의 울화가 작품 속에 반영된 것이다.
또한 카뮈는 전통, 역사, 문화가 없는 도시들, 게다가 자연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도시들에서 보내는 시간을 잘 견디지 못했다고 한다. 유한한 인간과 상대적으로 무한에 가까운 자연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나가는 삶을 추구하고자 했던 그였기에, 저자의 표현처럼 도시를 벗어나 바다에 이른 카뮈의 목소리가 더욱 생기 넘치게 들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방인』의 결정적 장면 중 하나인 바닷가 살인 사건의 배경이 된 부이스빌 해변을 사진으로나마 거닐어 본다. 친구들과 함께 놀러간 바닷가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아랍인 일행과 싸움을 벌이다가 그들 가운데 한 명을 권총으로 쏴 죽인다. 실제로 이 해변에서 카뮈의 친구(피에르 갈랭도)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인들과 아랍인들 사이에 벌어진 시비에서 그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한다. 묘하게도 작렬하는 태양과 그 아래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만물의 생(生과 사(死)를 둘 다 품고 있는 이미지로 보이기도 한다.
오랑 부이스빌 해변(사진 출처 : 본서 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