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방 #2
만화 마니아의 내공이 느껴지는 포스예요.
옛날부터 만화방을 좋아했어요. 애니메이션도 좋아하는데, 연기도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공부했죠.
아! 드라마 <선덕여왕> '비담' 캐릭터도 만화에서 영감을 받았죠?
일본 만화 『배가본드』와 한국 코믹 무협 『열혈강호』의 캐릭터를 많이 참고했어요. 만화가 지닌 철학이 저는 참 좋아요. 캐릭터들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풍부한 표현도 마음에 들고요. 만화컷을 보며 앵글 공부도 합니다. '이 앵글, 이 호흡, 이 풀숏··· 이걸 영화로 그대로 옮겨서 찍으면 어떨까' 늘 생각하죠.
(274~275쪽, 「단골 만화방」 중에서)
본인을 상징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단골 만화방'을 꼽은 배우가 있다. 2009년에 방영된 드라마 『선덕여왕』을 통해 그를 처음 알게 되었다. 때로는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또 때로는 섬뜩할 정도로 살기(殺氣) 넘치는 냉혈한처럼 희·비극성을 모두 지닌 '비담'역을 연기했던 그는 바로 김남길 배우다. 한밤중 동굴 입구에서 덕만과 유신을 만나게 되는 비담의 첫 등장씬에서 마치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외모, 특히 매서운 듯 무심한 듯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만드는 그의 눈빛이 아직까지도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배우의 방>을 통해 그가 만화로 연기를 공부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무협만화 『열혈강호』와 일본의 『슬램덩크』를 만든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배가본드』, 두 작품 모두 무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김남길 배우가 비담이라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 많은 영감을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비담과 덕만의 러브 스토리다. 비담과 유신 그리고 덕만의 삼각관계 속에서 역사는 유유히 흐르고, 그 역사 속에서 세 사람은 저마다의 길을 걸어간다. 드라마 OST 가운데 가수 예송이 부른 「바람꽃」은 그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곡이다. 세 사람 중에서도 비담의 마음처럼 느껴져서 지금까지 나 혼자 비담의 테마곡이라 부르며 아이유가 부른 버전과 번갈아서 듣곤 한다.
(···)
보지않아도 보여서
듣지않아도 들려서
그대 숨결에 다시 살아난 바람꽃처럼
가고싶어도 못 가는
안고싶어도 못 안는
그대 손끝이 내맘에 닿으니
(···)
바람에 실려 흩어져 날리며
그대 마음에 흩어져 날리며
「바람꽃」 노랫말 중에서
[출처 : 바람꽃_아이유, https://youtu.be/lRm-IW3Hg6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