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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도서] 야성의 부름

잭 런던 저/권택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야성을 들어보개

<야성의 부름>을 읽고

 

 

  이번에 설국열차가 멈춰선 곳은 알래스카다. 때마침 근처 해변가에 다다른 배의 갑판 위에는 한껏 달뜬 사람들과 그들 틈바구니에서 난생 처음 보는 눈 때문에 흥분한 그가 보인다. 그의 이름은 '벅', 아버지 엘모는 세인트버나드, 어머니 셰프는 스코틀랜드 셰퍼드이다. 그렇다. 벅은 개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잭 런던이 직접 겪었던 1897년 클론다이크 골드러쉬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야성의 부름>의 주인공이 바로 벅이다. 흥미롭게도 견(犬)지적 시점으로 바라본 견생(犬生) 이야기라는 점에서 볼 때 미국에 벅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김훈 작가가 쓴 『개』의 주인공인 '보리'가 있다. 벅과 보리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사람과 함께 지내며 길들여진 개라는 닮은 점이 있으나, 견공의 내공이 쌓일수록 각기 다른 길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야성의 부름에 반응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인생이란 꼭두각시 같은 것임을 증명하듯이 옛 선율이 벅의 몸 안에서 솟구쳤고 그는 다시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갔다. 인간들이 북극에서 황금을 발견했기 때문에, 마누엘이 아내와 자신을 빼닮은 자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정도로 임금이 적었기 때문에 그는 그렇게 원시적인 모습으로 되돌아갔다.(35~36쪽)

 

  벅이 미국 남부 대저택에서 안락한 일상을 누린 것도, 온통 얼어붙고 추운 북극으로 갑자기 강제 소환된 것도 인간의 욕망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의 다정한 이웃으로 살아온 조상들처럼 벅은 저자가 소설에서 직접 언급한 '문명화된 개'였다. 본능적으로 함정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야생동물과 달리 문명화된 개는 결코 함정에 빠지거나 두려움을 느낄 일이 없기에, 벅은 북극으로 대변되는 원시 세계에서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자신을 따스하게 쓰다듬던 사람의 손에 곤봉이 쥐어져 있고 주위 동물들의 부러움 섞인 환대가 썰매개들의 송곳니에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현실을 목격한 벅은 생존을 위해 변화하고 적응해야만 한다는 것을 직감한다. 남의 음식을 훔치거나 구덩이를 파서 잠자리를 고르는 법을 터득하고, 썰매를 끌 때는 어떻게 달려야하는지 자기보다 뛰어난 동료들을 보고 배우면서 과거의 벅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나가며 빠르게 '발전(아니 퇴보)'해 나간다.

  슬기로운 북극생활을 통한 경험치와 벅의 본능이 그에게 내재된 야성을 깨우는 동안에도 벅의 마음속에는 인간을 향한 사랑과 우정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손턴의 등장은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점차 사그라지는 감정에 다시 불을 지펴주는 계기가 된다. 둘의 행복한 동행 길에 어느날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며 야성의 볼륨을 점점 높이는 늑대 무리가 나타난다. 과연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벅은 문명과 야성의 부름 사이에서 어떠한 선택을 내릴 것인가? 저자가 독자에게 던지고 싶었던 물음은 아닐까? 역설적이게도 문명화 될수록 야만성을 드러낸 역사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오늘날 역시 정신보다 물질을 중시하는 풍조가 만연한 가운데 우리는 야성과 야만을 구분할 줄 알아야한다. <야성의 부름>에서 벅이 이렇게 으르렁 대는 것 같다. 무질서하고 무분별하게 끓어넘치는 야만이 아니라 자연의 질서를 따르며 변화에 적응하고자 하는 의지, 곧 야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아울러 그것은 생존, 즉 살아 있음을 일깨우는 힘이자 사는 동안 환희의 순간에 함께 찾아온다는 사실을 잊지말라고.

 

삶에는 그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어떤 정점을 나타내는 환희가 있다. 그런 것이 살아 있음의 역설이다. 그 환희는 살아 있기에 찾아오지만 살아 있음을 완전히 망각할 때에야 찾아온다.(5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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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march

    벅에게 감정이입이 되어서 문명의 세계에서 야생의 순간으로 떨어진 순간 가슴 아프기도하고 화가 났어요. 최근에 뮤지컬로도 만났던 웃는남자의 그웬플렌도 그런 인물이었어요.개인의 욕심으로 한 인간의 삶이 엉망진창이 되었죠. 하지만,또 적응해나갈 수밖에 없는건가봐요. 벅이 야생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나가는 것을 보며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응원하게 되더라구요.다시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흙속에저바람속에님 덕분에 제가 썼던 리뷰를 읽어보고 왔네요.^^

    2022.07.24 19:3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ne518


    이걸 보니 《마당을 나간 암탉》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본래 개도 사냥하고 들에서 살았는데, 사람이 길들이고 이젠 사람과 살게 됐네요 그래도 사냥하는 본능이 많이 남은 개도 있군요 그런 개는 무섭기도 합니다 벅은 야성으로 돌아갈 듯하네요


    희선

    2022.07.26 02:50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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