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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http://m.ch.yes24.com/Article/View/4784
이 노래는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부치지 못한 한 통의 편지
「부치지 못한 편지」 中

2010년 7월 29일 자정, 각 음원 사이트에서 일제히 DJ DOC(이하 ‘DOC’)의 정규 7집 앨범 <풍류>의 수록곡들이 공개되었습니다. 6집 <Sex And Love, Happiness> 이후 무려 5년 8개월 만의 신보인 이 앨범은 발매되자마자 각종 순위 1위를 탈환하고 전 곡이 인기순위 40위 안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지요. 나이키와 델리 토이즈와 손잡고 선보인 결성 15주년 한정판은 한정 수량 1,000장이 출시되자마자 출시 당일 점심 무렵에 모두 품절 되었습니다.(슬프게도 한발 늦었던 저는 못 샀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4집이나 5집에 비해서는 조금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그런 평을 하는 사람들조차 이번 앨범을 이미 구매해서 들어 본 사람들이 대부분이지요. YouTube에 공개된 타이틀곡 「나 이런 사람이야」 뮤직비디오는 공개 이틀 만에 4만 히트를 훌쩍 넘었습니다. 5년 8개월 만의 새 앨범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모니터 앞에 앉아 음원이 공개되기를 기다리는 가운데 세상에 나왔습니다.

저 역시 그 많은 사람들 중 하나였습니다. 걱정과 설렘과 추억과 기대가 두서없이 섞인 채로 랩톱 앞에 앉아 시계가 12시를 넘어가기를 기다렸지요. 사실 저조차도 인지 못 했습니다만, <절친노트>에 김장훈의 친구 자격으로 나왔던 이하늘이 ‘곧 새 앨범이 나온다’는 말을 한 순간부터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두근거리던 마음은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의 게스트로 DOC가 나온다는 예고편을 보고 난 뒤에는 미친 듯이 설레기 시작하더군요.

뭐랄까, 흡사 네 시에 올 어린 왕자를 기다리며 세 시부터 행복해하는 여우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햇수로 6년의 기다림을 보상받게 되는 순간이 마침내 눈앞에 와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새삼 깨달았던 겁니다. 아, 나도 이 사람들의 팬이었구나 하고 말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이 사람들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만약 이런 말도 못 한다면 아무 말도 못 한다면 그런 나라 민주국가 아니에요
「삐걱삐걱」 中

벌써 10년 전 이야기입니다. 저는 대형 음반 매장에서 한참 CD를 고르던 중이었습니다. 지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줄 아는 자의식 과잉의 고등학생이었던 제게 DOC는 그냥 뽕댄스를 양산하는 흔한 댄스그룹 중 하나이자, 툭 하면 사람을 쳐서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양아치들일 뿐이었습니다. 패닉과 신해철에 미쳐 있었던 그때, 제 쇼핑 목록에 DOC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따라 이상하게 새로 나온 DOC의 신보가 자꾸 눈에 밟히는 겁니다.

앨범 커버부터가 좀 남달랐습니다. 그냥 잘 노는 날라리들인 줄 알았던 그네들이 어둑어둑한 곳에서 정수리에 떨어지는 핀 조명을 받고 한껏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아닙니까. 백미는 역시 뭐니뭐니해도 떡 하니 붙어 있던 ‘18세 미만 청취불가’ 딱지였습니다. 아시잖아요. 질풍노도의 고삐리에게 ‘18세 미만 청취불가’란 딱지는 ‘이거 사라’는 부추김과 같다는 걸요. 나이보다 들어 보이는 얼굴의 소유자였던 저는 무난히 앨범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DOC의 정규 5집 <The life... DOC Blues 5%>였습니다.

그때까지 한 번도 DOC 앨범을 돈 주고 사 본 적이 없던 제게 DOC의 5집은 충격이었습니다. 단순히 클럽 넘버들을 잘 찍어내는 날라리들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 바짝 날이 선 목소리로 세상에 대해 독설을 퍼부어 대고 있는 게 아닙니까. 물론 그때도 오버그라운드에서 사회비판을 하는 노래들은 많았습니다만, 대체로 특정 대상이 아닌 사회 현상에 대한, 비유에 가까운 노랫말들로 일관한 덕분에 화살을 쏘아도 맞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느슨한 노래들이었습니다.

그나마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 「시대유감」, 패닉의 「벌레」 정도가 가장 멀리 나간 노래들이었던 시절, DOC는 아예 비판의 대상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적시해서 차마 칼럼에 옮겨 적을 수 없을 수위의 욕설을 퍼부어 댔습니다. 그것도 교사처럼 권력의 중심에서 멀리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권력의 메커니즘을 겨냥해서 말입니다. 누구를 얼마나 씹었는지 일일이 다 옮길 수 없으나 아래에 조금만 옮겨 적어 보겠습니다.

옐로우 저널리즘 (‘써라 씹어라 날려대라. 그 똑똑한, 그 잘 난 머리 펜 잘 굴려라…… 너희에게 펜, 종이가 있다면, 내겐 내 한 맺힌 Voice와 MIC가 있다. 에라이 씨X아, 집어 쳐라 닥X라. X까라 가라 저리 꺼X라.’)

검열제도 (‘와라 가라 봐라. 가사 바꿔라. 이래라 저래라 지지지 지X하지 마라……. 이름만 바뀐 청소년 보호법, 말하자면 그건 니네 검열제도 보호법’. 이상 「L.I.E」 中.)

경찰 (‘무시무시한, 정말 살벌한 조폭 형님들과 짭X들과 형님 동생하며 뒤를 봐준다며? 그런지도 꽤 오래 됐대며?…… 새가 날아든다. 짭X가 날아든다. 문제야 문제, 우리나라 경제, X같은 짭X와 꼰대가 문제’. 「포조리」 中.)

황금만능주의 (‘끊길 줄도 모르고 니 주머니 속에서 계속 나오는 돈. 에라 막 써라. 막 살아. 그래, 너 잘났다…… 돈에 사람이 죽네 사네. 말이 되네. 돈 돈 돈에 사랑을 하네 마네. 얘기 되네’. 「부익부 빈익빈」 中.)

고위 공직자와 재벌그룹의 밀월관계가 드러난 옷로비 사건 (‘미안합니다. 제가 몸이 아파서. 누구 말이 맞는 건지 나는 모르겠어. 옷 로비 뒤에 분명히 더 큰 무언가가 있겠지. 그리 난리 치는 거지. 니들 사고 치고서 그거 애써 감추려고 Show 하는 거 아니었어?’. 「알쏭달쏭」 中.)

물론 4집 <4th Album>의 「삐걱삐걱」이나 「뱃놀이 (Boat Song)」과 같은 트랙들이 이미 있었습니다만, 그건 정말 앨범을 돈 주고 샀어야 아는 일이었지요. 「여름 이야기」 라거나 「머피의 법칙」, 「미녀와 야수 (OK? OK!)」로만 DOC를 인식했던 당시의 저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호기심에 찾아본 4집의 트랙들을 확인한 뒤 충격은 더 커졌습니다. 아니, 어째서 이 그룹이 이런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지?

그래, 내가 원래 그래. 그래서 뭐 어쩔래
「나 이런 사람이야」 中

모를 수 밖에요. 그런 노래들은 방송을 탈 수 없었고, ‘문화 대통령’ 서태지가 하는 사회비판은 진지하게 소비되어도 ‘사람 치는 양아치’ DOC가 하는 사회비판은 노이즈 마케팅을 목적으로 한 얄팍한 상술이라고 말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장 <The life... DOC Blues 5%>가 발매되었을 때 언론의 반응이 어땠냐 하면 이랬습니다.

국가공권력을 온갖 욕설과 비속어로 조롱하고 있는 이 가사는 창작의 자유를 넘어선 방종과 만용이다. 이런 노래를 불러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남기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서울신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걸러지지 않은 욕설의 노래로 관심을 모으려고 한다면, 이는 창의력 빈곤으로 달리 경쟁력을 가질 자신감이 모자라기 때문이라는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문화일보)

과거 70∼80년대 불온한 시대에 저항하는 가사들로 방송금지곡이 됐던 것에 비한다면 최근의 노랫말들은 상업적인 노림수가 보이는 저질 가사가 대부분이다.(경향신문)

그러나 이들은 폭행이나 음주운전 등으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는데다 “이상하게 싸울 일이 자주 생긴다”고 말할 만큼 ‘앙팡 테리블(위험한 아이들)’이다. 이번 음반의 욕설은 이들의 일상이 투영된 것에 다름없다.(동아일보)

상업적 노림수, 창의력 빈곤, 방종과 만용, 저질 가사와 같은 단어들이 보여주듯, DOC의 통렬한 사회 비판은 한편으로는 격렬한 저항과 비판에 부딪혔습니다. 모든 언론이 다 이런 반응만 보여준 건 아니었습니다. 문화일보 우승현 기자 같은 DOC의 옹호자들도 있었지요. 하지만, 여전히 양아치들의 얄팍한 술수쯤으로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경찰은 (이하늘의 주장에 따르면) 앨범 발매 직전 DOC에게 가사를 보여 달라며 사전 검열을 시도했고, 어느 시민단체는 공적인 루트를 통해 DOC에게 명예훼손의 죄를 물었지요.

이런 DOC의 행보는 어린 제가 보기에도 참 신기했습니다. 이상하게 자꾸만 적을 늘리는 것 같았거든요. 앨범 발매 직전까지 DOC 멤버들은 각종 사회적 물의를 빚었습니다. 무면허 음주운전에 접촉사고 뺑소니, 술집 폭력 사건과 같이 어느 하나도 작은 게 없었지요. 오늘날의 기준으로 봐도 가수 생명을 끝낼 수 있을 만큼 큰 사고들이잖습니까.

보통 이 정도의 사고를 친 사람들은 대중이 외면할 때 얌전히 고개를 숙이고 대중에게 관용을 구합니다. 그런데 DOC는 가장 궁지에 몰려 있던 순간, 고개를 숙이는 대신 날카롭게 이빨을 드러내며 작정하고 세상을 향한 독설을 내뱉은 겁니다. 왜 이런 선택을 했던 걸까 저는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러던 중 DOC가 가졌던 몇 번의 인터뷰 기사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린 가방끈이 짧다. 단순, 무식하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했을 뿐이다. 지난 2년간 음반사와의 갈등으로 빚도 많이 지고, 정말 어려웠다. 처음부터 ‘18세 이하 청취불가’라는 딱지를 음반에 붙였다. 예상했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에 대해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했을 뿐이다. 랩은 감정과 메시지를 가장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말한 대로 우린 단순하고 무식하다. 그냥 우리는 우리대로 놔두고, 그분(반대자)들은 우리 노래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한국일보)

“우린 저항이나 진보가 뭔지 모른다. 그저 제도권이 우릴 누르니까 버팅기는 거다. 자기 비하일까? 고백하건대 우린 단순 무식 스타일이다. 문제가 된 곡을 안 넣었으면 훨씬 더 잘 팔렸을 것이다.”(문화일보)

마치 이런 논쟁은 이미 예상했다는 것처럼,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느끼는 대로 표현했을 뿐이라는 담담한 DOC의 대답에서 전 깨달았던 겁니다. 아, 이 인간들 자기 스스로를 포장하는 법도 모를뿐더러 포장할 의도도 없구나. 그냥 있는 그대로 놀고 싶을 때면 놀고, 욕하고 싶은 게 생기면 욕하고, 사고 치면 사고치는 대로 사는구나. 대중에게 보여지는 직업을 가진 연예인이라는 자의식은커녕, 남의 시선에 신경 쓰는 한국 사회 보편의 조심성조차 없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냥, 정말 그런 사람들이구나. 그 순간, 전 DOC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내 인생을 실어, 거짓된 얘긴 싫어. 우린 원래 Ghetto, 때문에 그런 것쯤은 이겨낼 수 있어
「Alive」 中

물론 DOC를 사랑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때로 이들은 솔직함이 도에 지나쳐서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지 못하기도 했고, 여전히 잊을 만하면 사회면에 등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생겨내는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DOC를 마냥 사랑만 할 수 있는 노릇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그 피해자의 명단 중에서는 제 친구의 지인도 있었으니 말 다 했지요. 정치적 공정성을 지키고 싶어하는 동시에 몇 차례 인터넷 검색만 거치면 관련 사건의 연대기를 써내려 갈 수 있는 사람들의 팬질을 하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절정은 2004년도, Baby VOX의 2pac 음원 사용을 둘러싼 DR 뮤직과 이하늘과의 공방이었습니다. DOC 팬도, Baby VOX의 팬도, 2pac의 팬도, 심지어 그 누구의 팬도 아닌 사람들까지도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라 상세 설명은 피해 가겠습니다.(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한겨레21> 515호에 사건 관련 사실들이 비교적 상세히 정리된 기사가 있습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던 DOC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었습니다. 본인조차 훗날 ‘내 단어 선택이 문제’였다고 회고할 정도로 위태로운 단어 선정은 두고두고 DOC를 따라다녔습니다.

어떨 때는 솔직한 것이 꼭 미덕만은 아닙니다. 제아무리 팬질을 하더라도 그런 발언까지 이해하고 넘어간다는 건 불가능하더군요. 그래서 어느 순간 DOC를 향한 제 팬질은 여타의 팬질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띠게 되었습니다. 저는 DOC를 옹호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이 좋다고 말하는 선에서 타협했습니다. 본인들이 스스로의 이미지를 포장할 의사가 없는데 굳이 제가 나서서 그들을 ‘알고 보면 착한 사람들’정도로 애써 포장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포장하려는 것 또한 제가 DOC가 저지른 많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를 합리화하기 위한, 지극히 자의적인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지요.

김창렬이 ‘아이 분유 값 벌려고 나왔다’며 <불량아빠 클럽>에 모습을 드러내고, 정재용이 <재용이의 순결한 19>를 진행하기 시작할 때, 이하늘이 <놀러와>의 골방 브라더스로 나와서 뜬금없는 예능 행보를 시작했을 때 어떤 이들은 ‘이 사고뭉치들이 이미지 세탁을 위해 의도적으로 선한 척, 귀여운 척을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이것이 저들의 진짜 모습이다. 그동안 이 사람들의 행적이 악의적으로 부풀려지고 과장된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저요? 저는 그냥 아무 생각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유해져서 예능에 출연하는 DOC에 대해, 제가 어느 한 가지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무심하게 있을 수 있었던 건 그중 어느 것도 완벽한 진실은 아닐 거라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연예인이라는 것이 아주 제한된 이미지들만이 증폭되어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직업인지라, 종종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연예인에 대한 인상이 실제의 그들의 전부일 거라 단언하고 싶어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남에게 보여지는 직업이라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고, 자본주의 사회하에서 연예인들은 예술가인 동시에 상품 그 자체로 거래되기 때문에 자신은 지불한 상품에 대한 평을 할 자격을 획득하는 소비자라는 인식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젊은 시절 이미지 관리보다는 내키는 대로 자기 검열 없이 살았던 DOC에게는 참 여러 가지 이미지가 있습니다. 죽여주는 그루브를 가진 뽕댄스 본좌, 말로만이 아니라 삶으로 힙합을 살았던 힙합퍼들, 거짓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 알고 보면 자기 때문에 누가 피해 보는 거 싫어하는 소심하고 여린 사람들과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의 반대편에는 입만 열면 욕설을 남발하고, 고등학생 멤버가 있던 여성 댄스 그룹에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욕설을 내뱉었으며, 툭하면 시비가 붙어서 싸우고 다녔고, 무면허 음주 뺑소니 사고를 저지른 망나니들이란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지요.

사람들은 DOC를 싫어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혹은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이런 다양한 면모 중 한두 가지 정도를 취사선택해서 DOC를 정의 내립니다. 그러나 그중 어떤 것도 DOC의 진짜 모습은 아닐 겁니다. 아마 그 많은 이미지들 가운데 그 어디쯤에 DOC가 서 있겠지요. 그들의 삶을 근거리에서 지켜볼 기회가 없던 저에게, 그들이 진짜 어떤 사람들인지에 명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리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재능만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들 자체가 어떤 존재라고 단언하는 건 그냥 자기 위안을 위한 거짓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ㅡ다행히도ㅡ일찌감치 그들에 대해 어떤 한 가지 명쾌하게 떨어지는 판단을 내리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제가 그들에 대해 믿었던 단 한 가지는 제가 이들과 사랑에 빠진 고삐리였을 때 깨달았던 바로 그것, 이들이 내뱉는 독설과 치고 다니는 사건 사고, 그리고 동시에 보여주는 가족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남에게 피해 끼치는 게 싫은 소심하고 여린 성정 같은 그 모든 요소가 모순될지언정 하나같이 진실일 거란 거였습니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이 교집합을 이루는 어느 지점쯤에 그들이 있을 거라고 추측할 뿐이지요.


넌 내 인생의 반을 함께 해 준 친구, 어두웠던 내 인생을 밝혀 준 전구
「In to the rain」 中

한 차례 들어 보지도 않고 일단 <풍류>의 음원 결제를 지르면서, 저는 그들의 팬으로 살았던 지난 10년을 쭉 돌아봤습니다. 그 사이에 김창렬은 애 아버지가 되었고, 이하늘은 이빨 빠진 사자라 불리는 마흔이 되었으며, 저는 생각지도 못하게 펜대를 굴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세상은 그들을 나쁜 놈이라고 손가락질하다가 어느 순간 ‘알고 보니 착한 놈’으로 포장하기 시작했고요. DOC 5집을 ‘상업적인 노림수가 보이는 저질 가사’라는 말로 비판했던 그 신문은 7년 후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중 65위에 <The life... DOC Blues 5%>를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DOC는 그 모든 것들이 다 오해라고 말합니다.

“지금 부담스러운 건 옛날 모습이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요즘 들어 이상하게 착하게 포장되고, 원래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우리가 몰랐다, 이런 식으로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그게 더 부담스럽다. 난 똑같은데 자기 편한 대로 욕하다가 칭찬하다가.” (‘나는 나쁜 놈이 아니야. 그렇다고 착한 놈은 더욱 아니야.’ - <프리미어> 허지웅 기자)

저 또한 그들이 어떤 식으로 포장이 되거나 비난을 받거나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들은 충분히 찬사를 받을 만했고, 동시에 충분히 비난을 받을 만했으니까요. 예능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이 단순한 밥벌이를 위한 가식의 나열이 아니라 생각했고,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들이 정말로 유해져서 예전과는 다르게 세상에 대해 마냥 긍정적으로 볼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제게 DOC는 마치 수년간 적조해서 만나지 못하더라도 어쩐지 하나도 안 변했을 거 같은 고등학교 동창 같았습니다. 그들이 한참 거칠던 시절과 제 질풍노도의 사춘기는 묘하게 겹쳐 있었고, 그랬기에 그들도 저도 변해가는 세상에 맞춰 조금씩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졌을지언정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그 믿음과 기다림에 대한 보답인 것마냥, <풍류>는 각종 차트의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 이런 사람이야」는 「Run to You」에 비견될 정도의 트랙은 아닐지언정, DOC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한 가장 경쾌하고 솔직한 자술서인 동시에 죽여주는 그루브를 지닌 클럽 트랙이지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4집이나 5집에 비해서는 실망스럽다고 하지만, 평균 연령 38.7세에 여전히 듣는 사람의 심장을 벌떡거리게 할 수 있는 힙합 그룹이 어디 흔합니까?

누군가는 이번 앨범에는 사회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없고, 방송 심의 통과를 위해 타이틀곡 Clean 버전을 만들었다며 이들이 많이 물러졌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최근 갑자기 이슈가 되고 있는 9번 트랙 「부치지 못한 편지」와 SBS 인기가요 출연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이들이 여전히 사고뭉치 이슈메이커라고 말합니다. 제 눈에는 그냥 늘 똑같은 DOC입니다. 사람들과 더불어 놀고 싶어하고 여전히 끝장나게 놀 줄 아는, 그러는 동시에 눈에 거슬리는 게 있으면 이야기를 하고야 마는, 제가 지난 10년간 알아 온 그 DOC 말입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팬들이 설레며 기다렸던 것처럼, DOC에게도 이번 앨범은 설레는 작업이었을 겁니다. 30일 새벽에 방송된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DOC는 설렘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급기야 이하늘은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고 하면 지금인 거 같다. 사실 무대 올라오면서 (느낀 건데) 나는 늘 무대에 서는 것을 너무 당연한 일이고 항상 (무대가) 내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슴이 떨려보고 설레보기는 몇 년 만에 처음인 것 같다. 행복한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자꾸 뭉클뭉클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지요. ‘내가 그랬던 것만큼 저들도 많이 설레며 이 순간을 기다렸구나’ 싶어서 보는 제가 다 울컥하게 되더군요.

저에게도 이번 앨범 <풍류>가 이들의 베스트는 아닙니다. 어쩌면 이들은 다시는 <The life... DOC Blues 5%>와 같은 명반을 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도 그것대로 괜찮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매 앨범마다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저 건재함을 증명하며 팬과 아티스트로 서로에게 기대어 나이 먹는 것도 즐겁고 설레는 일 아니겠습니까? 나이 40에 10대~20대 방청객들을 열광시켜 홀린 듯이 점프를 하게 만드는 DOC와 같은 팀은, 조로증에 걸린 한국 대중음악계에 그 존재만으로도 행복해 할 일입니다.

<승승장구>에서 팀의 리더 이하늘은 “길면 3년, 짧으면 2년. 그보다 더 일찍(팀 해산)일 수도 있다. 그 남은 시간 동안 후회 없이 즐겁게 놀았으면 좋겠다. 그 정도 기간이면 됐다.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저로서도 그들이 한 팀으로서 활동할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DOC가 남아 있는 시간만큼은 DOC답게 제대로 놀아 줬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기간이 그들의 예상보다 더 길었으면 좋겠고요. 그것이 제 생의 절반가량을 함께해 준 DOC에게 팬으로서 바라는 부탁입니다.

하루만 면도를 걸러도 염소수염이 숭숭 돋아나는 징그러운 남자 팬을 DOC 멤버들이 반겨할까 하는 의문은 있지만,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여태껏 꺼내 본 적 없는 그들에 대한 애정과 감사를 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나의 지난 10년을 함께해줘서, 그리고 여전히 건재해 줘서 고마워요, DOC. 당신들이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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