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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http://m.ch.yes24.com/Article/View/26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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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제대로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고전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왜 고전을 찾아 읽을까? 고전은 단순히 오래된 소설이기 때문에 가치를 갖는 게 아니다. 그 안에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삶의 지혜를 담고 있고 인간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이 담고 있기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사람들은 고전을 읽으면서 위대한 작가들의 사상을 접하고, 그들의 통찰력에 감탄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러한 다양한 이유로 오랜 세월이 흘러도 고전은 그 빛이 바래지 않고 꾸준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이다. 세르반테스의 명작 『돈키호테』 역시 마찬가지이다.

 

프랑스의 문예비평가 생트 뵈브는 “ 『돈키호테』 는 인류의 바이블” 이라는 평가를 내렸고, 역시 프랑스의 문예비평가이자 사회인류학자인 르네 지라르도 “ 『돈키호테』  이후에 쓰인 소설은 돈키호테를 다시 쓰는 것이거나, 그 일부를 쓰는 것” 이라는 극찬을 내렸다. 이렇게 고전 중에서도 걸작으로 손꼽히는 『돈키호테』지만 지나치게 희화화된 이미지 혹은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주인공 돈키호테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교수이자 5년여에 걸쳐 『돈키호테』를 번역한 안영옥 교수는 그런 인식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돈키호테를 제대로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안영옥 교수는 돈키호테를 주제로 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노래 ‘impossible dream’의 일부분을 들려주었다.

 

“Impossible Dream의 가사에도 나오듯, 돈키호테는 현실과 이상의 불일치, 이상주의자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좌절하게 되는 그러한 개념으로 인식되어서 다양한 양식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죠.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입니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이상주의자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좌절하는 이 이야기가 돈키호테의 모든 것이 되어버렸을 정도로 작품이 유명해졌죠. 그런데 이것만이 다가 아닙니다. 이것도 성공의 역설이랄까요? 이 하나만을 돈키호테의 대표적인 사상으로 생각하다보니까 다른 것에 대한 관심을 전혀 갖질 못하고, 너무 많은 변용과 차용을 거쳤어요. 심지어 일본의 애니메이션에서 돈키호테는 악당중의 악당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중략)

이렇게 돈키호테에 대해 제대로 짚어주지 못하면 계속 변형되어 엉뚱하고 부정적인 모습으로 나아갈 거 같아요. 우리 일반인들한테 돈키호테라고 하면 괴짜, 정상의 궤도에서 벗어난 사람과 같이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으로 많이 인식하고 있죠. 돈키호테는 그런 하나의 이미지 혹은 부정적인 면을 갖는 사람이 아니에요. 오늘 이 시간을 통해서 돈키호테의 진가를 느끼고 가시길 바랍니다. ”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

 

이어 본격적으로 『돈키호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와 작품이 쓰인 시대적 상황에 대해서도 간략한 설명이 이어졌다. 세르반테스는 스페인이 대 제국의 영광을 누렸던 까를로스 1세부터 영광의 뒤안길로 접어들던 펠리페 3세까지의 시절을 모두 경험하면서 특별한 삶을 살았다. 세르반테스가 살던 펠레페 2세 시절은 국가에 의해 종교를 강요받았고 종교재판을 통해 철저한 삶의 투쟁이 요구되던 시기였다. 종교재판을 통해 수많은 유대인들이 고통을 겪었고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했다. 세르반테스 역시 개종한 유대인으로서 고난과 역경으로 뒤덮인 굴곡진 삶을 살았다. 당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광우문학이 발전하게 되었는데, 광우문학이란 겉으로는 웃음을 주지만 그 안에는 사회비판, 인간성 말살에 대한 비판을 담은 문학을 뜻한다. 돈키호테 역시 이러한 광우문학의 형식을 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책 속 주인공 돈키호테가 정신이 이상해진 이유는 너무나 많은 기사 소설을 읽었기 때문이에요. 작가인 세르반테스 역시 많은 기사 소설을 읽고 자신도 그들처럼 모험을 하고 싶다는 야망을 가졌을 거라고 보고 있죠. 군대에 자원한 이유도 기사소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있어요. 그 당시 대부분의 기사소설에서는 기독교인과 지중해의 터키, 즉 이슬람인들과 대항해서  콘스탄티노플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요. 그 싸움에 참여한 사람들이 콘스탄티노플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으로 항상 끝을 맺죠. 세르반테스 역시 그러한 야망으로 인해 군대에 자원한 게 아닐까, 책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몸소 겪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예상을 하고 있어요.”

 

안영옥 교수는 세르반테스의 삶과 주인공 돈키호테의 삶이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 세르반테스가 직접 겪은 다양한 삶의 경험이 소설에 잘 녹여져 이야기를 덧붙였다. 실제 세르반테스가 세금징수원을 하면서 스페인의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니고, 그 지역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돈키호테』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세르반테스와 당시의 상황을 알아본 뒤 본격적으로 『돈키호테』 작품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먼저 『돈키호테』의 작품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한 뒤, 기존의 다른 기사 소설과 돈키호테의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반적인 기사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은 엘리트 계급이거나 왕족이에요. 그리고 귀부인을 두고 있고 사랑하는 귀부인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모험을 떠나고 거인, 괴물과 같은 것들과 싸우죠. 싸우는 대상 역시 다른 왕국의 왕이고, 기사가 머무는 곳은 궁전이 대부분이에요. 기존 기사 소설이 어땠는지 또한 이 작품에 잘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세르반테스는 이러한 것들을 다르게 작품에 등장시켜요. 일단 주인공은 이달고예요. 이달고는 이달기아라는 스페인의 하급귀족을 뜻해요. 다른 기사처럼 엘리트 계급이거나 왕족이 아니에요. 그리고 가난하죠, 당시 법전에 보면 가난한 사람은 기사가 될 수 없다고 나와 있어요. 게다가 개종한 유대인이고, 광인이죠. 광인도 기사가 될 수 없어요. 기사 서임식 역시 장난스럽게 이루어졌어요. 법전에는 광인이 제 정신이 되었다고 해도, 장난으로 기사 서임식을 받은 사람은 기사가 될 수 없다고 나와 있어요. 이렇게 작품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돈키호테는 기사가 될 수 없는 조건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런데 세르반테스는 이런 사람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결국 돈키호테는 모험을 떠나는 기사가 되죠.”

 

이처럼 세르반테스는 기존 기사 소설들의 권위를 실추시키기 위하여 기존 기사 소설에 나온 주인공이나 사물들을 놀림거리로 만들었다. 작품의 집필 의도에 대해 세르반테스는 “기사 소설을 공격하기 위한 것, 이세상과 속인들 사이에서 기사소설이 차고 넘치며 권위를 갖는 것을 무너뜨리기 위한 데 목적이 있는 것” 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학작품에서 진리를 감추는 가면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패러디이다. 이는 시대가 강요하던 양심에 맞서 작가의 양심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책략이며 실제 의도를 숨긴 위장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진실이 『돈키호테』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것 이다. 이에 안영옥 교수는 작가가 이야기 하지 않은 것을 찾기 위해 비판적인 인식으로 작품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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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가 꿈꾸는 존재와 사회

 

이어 책의 일부를 인용하여 진짜 돈키호테의 모습에 대한 심도 있는 강연이 이어졌다.

 

“돈키호테가 책 속에서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라는 말을 해요. 이 작품에 보면 돈키호테는 정말 자기가 누구인지 알기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어요. 자기의 삶의 의미와 자기 존재의 의미를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죠. (중략) 돈키호테는 등장인물인 자기가 자신에게 일을 지시해요. 자기가 원하는 바를 실천하기 위해 그 신념으로 자신을 창조하죠. ‘각자 인간은 자기 행위의 자신이다’라는 말을 하면서, 가문이나 배경으로 인간이 창조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하는 행위로 인해 자신이 창조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돈키호테는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창조적으로 행동했을 뿐 아니라, 인간이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노예로 잡힌 사람들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며 그들을 풀어주려고 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행위를 제지하는 신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들의 고약한 행위를 보는 게 아니라 그들의 고통에 눈을 돌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로서 도와는 것이 기사의 임무란 말이다. 그 일의 결과에 대해서는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중략) 가엾은 자들을 도우며, 쓰러진 다들을 일으켜 세워 주고, 도움이 필요한 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을 그대들은 노상강도라고 부르는가 아, 비열한 인간들!’  - 『돈키호테』
 


이렇듯 돈키호테는 우스꽝스러운 미치광이가 아니라,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누구보다 용감히 부정에 맞서는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안영옥 교수는 우리 모두 이와 같은 돈키호테의 모습을 닮아가는 ‘끼 호테화’가 되어 삶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어 마지막으로 작품에 담긴 세르반테스의 사상(곧 돈키호테의 사상)과 그가 꿈꾼 사회를 언급하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세르반테스는 자신의 분신인 돈키호테를 통해 아무리 인간 존재를 불가능하게 위협하는 외압이 있다 하더라도 인간은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 그리고 불합리한 규정을 강요하는 사회에 절대 굴복하지 말아야 하고 오히려 그러한 체제나 규정에 저항하고 그것을 강요하는 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어요. (중략) 그럼 돈키호테가 꿈꾸는 존재와 사회는 무엇일까요? 돈키호테는 웃음이라는 코드 뒤에 감추어진 이야기 하지 않은 바를 읽어내야 돼요. 먼저 우리 의식을 개조하여 소유지향적인 삶이 아니라 존재 지향적인 삶을 추구할 것을 얘기하고 있어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의 존재에 대해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거죠. 또 다른 측면으로는 사회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걸 얘기하고 있어요. 공유의 사람, 국가의 의무, 정치가 정치답고 종교가 종교다운 모습을 가져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는 혁신적인 생각을 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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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1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저/안영옥 역 | 열린책들
성서 다음으로 지구 상에서 가장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책,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의 『돈키호테』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돈키호테』에 담긴 세르반테스의 문체와 정신을 고스란히 한국어로 번역하고자 고려대학교 스페인어문학과 안영옥 교수는 5년의 고증과 스페인에서의 답사를 거쳐 국내에서는 만나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한국어판 『돈키호테』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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