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1 : 만나기는 한나절이었지만/ 잊기에는 평생도 모자랐다 그리움: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사랑: 오래 함께 마주 앉아서/ 바라보는 것/ 말이 없어도 눈으로 가슴으로/ 말을 하는 것/ 보일 듯 말 듯 얼굴에/ 웃음 머금는 것/ 그러다가 끝내는 눈물이 돌아/ 고개 떨구기도 하는 것.
11월: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그런 사람으로: 그 사람 하나가/ 세상의 전부일 때 있었습니다/ 그 사람 하나로 세상이 가득하고/ 세상이 따뜻하고/ 그 사람 하나로/ 세상이 빛나던 때 있었습니다/ 그 사람 하나로 비바람 거센 날도/ 겁나지 않던 때 있었습니다/ 나도 때로 그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빈방: 우리가 정녕 만난 일이나 있었을까?/ 우리가 정녕 사랑한 일이나 있었을까?/ 그만 한바탕 꿈을/ 꾼 것 같은 마음/ 우리가 정말 눈 마주친 일이나 있었을까?/ 우리가 정말 손잡은 일이나 있었을까?/ 누군가로부터 솜씨 좋게/ 속아 넘어갔다는 느낌/ 아무리 돌아보아도 아무것도/ 너와 나 사이 남겨진 것이 없어서/ 다만 새하얀 기억의 길만/ 멀리 외롭게 뻗어 있을 뿐/ 나 오늘 너를 이렇게/ 생각하며 힘들어함을/ 나의 방은 기억해주겠지/ 빈방이 고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