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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흑역사

[도서] 세금의 흑역사

마이클 킨,조엘 슬렘로드 공저/홍석윤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예전 JTBC에서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교수가 가상화폐를 두고 논쟁을 벌인 적 있다. 유시민 작가는 가상화폐를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재승 교수는 잡초는 뽑고 거름은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부분은 '비트코인'이 '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가 아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인가, 떨어질 것인가도 아니다. 주목해야 한 부분은 '행정 하는 입장'에서의 '탈 중앙화'가 어떻게 보이는지다. 2,500년 전 수메르 점토판에는 세금 영수증이 기록됐다. 최초의 문명부터 지금까지 '중앙집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것이다. 수렵과 채집을 하던 사피엔스가 정착하기로 결심한 이후 '중앙집권'은 필수불가결했다. 인간은 정착하면서 '사유재산'을 쌓기 시작하고 재산이 쌓이면 반대로 '도적'이 생겼다. 대게 농경민족들은 '전쟁'을 통해 노예와 농토를 확장했다. 전쟁은 국가의 농토를 확장하고 노동력을 확보하는 가장 진보하기 수월한 방식이었다. 반대로 타민족으로부터 그것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도 생겼다. 분산된 힘을 중앙으로 모으면 역시 통제하기 쉽다. 따뜻한 햇볕이 볼록렌즈를 통해 모이면 두꺼운 나무에 불도 붙일 수 있듯, 모인 힘들은 '치안유지'나 '국토방위' 등에 사용됐다. 외교에도 유리하게 작용됐다. 1930년대 미국으로 대공황 위기에서 벗어나게 했던 '뉴딜정책'이 대표적이 예다. 무제한적 경제적 자유주의가 통제력을 잃고 빠르게 무너져 내릴 때, 뉴딜정책은 자유주의를 수정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기업과 노동자를 살리는 정책을 통해 은행에 대한 통제력을 확대하고 생산과 소비도 제어할 수 있었다. 개인의 경제 활동에 대한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중앙 집권은 간섭하지 않는 자유방임주의는 분명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으나 19세기 시장은 제국주의를 맞이하고 20세기 대공황을 바라보며 수정자본주의로 나아갔다.

세금은 중앙에 권력을 모아주는 도구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금은 권력을 이야기하며 어떻게 부과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지배층이 피지배층에게 '보호'의 명분으로 뜯어가던 '약탈'이 '세금'이라는 그럴싸한 명칭으로 변형되며 역사는 '내려는 자'와 '덜 내려는 자'의 눈치게임으로 흘러갔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자신의 명세서에 기재된 '세금'을 없는 돈으로 치부한다. 원천징수에 대한 특별한 거부감이 없는 현재지만, 이 역사를 조금 살펴보면 재밌다. 영국의 헨리 8세는 1512년 신분 계급에 따라 세금을 차별 부과하기로 했다.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대상자 중에는 각기 다른 신분과 계급이 있었는데 이들 모두에게 세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재밌는 아이디어가 하나 나온다. 그것은 이랬다. 주인이 먼저 하인들의 세금을 납부한 뒤에 나중에 하인들에게 지급할 임금에서 세금만큼의 차액을 제외하고 지급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신용하기 어려운 하인들이 아닌 신뢰할 만한 출처로부터 돈을 받아내고 이후 그들이 하인에게 차감된 급여를 지급하는 맥락은 오늘날의 '원천징수'가 된다. 이런 원천징수는 '부가가치세'에도 적용된다. 사람들은 물품을 구매할 때, 국가에 직접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이 일괄 납부하도록 되어 있다. 이 또한 신뢰할 만한 곳으로부터 안전하게 거둬드린다는 원천징수의 좋은 예다. 이처럼 받으려는 자는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세금을 거둬드릴지 고민한다. 반면 내지 않으려는 쪽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이야기는 극단적인 '설'에 불과하지만 분명히 흥미롭다. 1997년 잔 루이즈 칼망(Jeanne Louise Clament)이라는 여인이 프랑스 아를에서 사망했다. 이 이야기는 내가 다른 글에서도 적었던 적이 있는 내용인데, 다만 여기서 흥미로운 이야기는 2018년 두 연구원이 그녀의 지나치게 많은 나이에 의심을 한 것이다. 연구원들은 1934년부터 '잔 할머니'는 '잔 할머니'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1934년부터는 '잔 할머니'의 딸이 할머니의 행세를 했다는 주장을 했다.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사망신고를 늦게 한다는 주장이다.

세금은 소득이나 사람에 납부한다. 어떤 집의 창문이 9개라면 8개인 집보다 집이 크다는 의미를 뜻하기도 한다. 이런 아이디어로 유럽에서는 '창문세'라는 것을 도입한다. 창문이 몇 개가 있는지 세금 징수원이 외부에서 세면 그에 따른 세금이 납부되는 방식이다. 이 일은 유럽의 건물양식에도 변화를 끼친다. 사람들은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벽돌로 창문을 막아버리기도 하고 건물 구조를 바꾸기도 했다. 창문세는 과표 등급이 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그 경계선에 있는 이들은 등급을 맞추기 위해 아래 등급으로 창문 개수로 맞췄다. 이로 인해 창문이 9개인 집의 수가 창문 8개의 집이나 10개인 집보다 4배나 급증하는 일이 일어난다. '자파 케이크'가 출시됐을 때도 그렇다. 자파 케이크를 케이크로 볼 때, 1991년 당시 세법에 따라 부가가치세는 0원이 적용받는다. 다만 이 제품을 초콜릿 묻은 비스킷으로 보면 표준 부가가치세는 17.5%가 부과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조세 법원은 이 과자의 크기와 성분, 질감, 포장, 마케팅을 조사했다. 심지어 이들은 소비자들이 이 과자를 손으로 먹는지 포크로 먹는지까지 파악해야 했다. 결국 영국 조세 법원은 이 과자를 '케이크'로 규정했다. 간혹 우리는 '선과 악' 혹은 '도덕'이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철저하게 정치에 사용한다. 1861년 4월 미국 북부와 남부는 섬터 요새에서 철저하게 대치 중이었다. 이들은 이 섬터 요새를 포기할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이 요새가 관세를 징수하는 주요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노예를 해방한 인물로 평가되는 '링컨'은 그렇게 연간 5000만 달러의 세수입을 포기할 수 없어 전쟁을 하게 된다. 영국에서는 마이클 패러데이가 자기장 실험을 하고 있었다. 이에 관료들이 이 실험의 결과를 어디에 사용하냐고 비꼬자, 마이클 패러데이는 '훗날 여러분은 이것에다 세금을 매길 수 있을 겁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 전기세는 세수 확보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세금에 대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치열한 눈치게임은 큰 흐름에서 역사가 됐다. 책은 매우 두껍지만 너무 흥미롭게 읽었다. 나중에 반드시 재독해 볼 생각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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