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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도서]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장석주,박연준 공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출판사에서 읽어본다 시리즈 다섯 권이 한꺼번에 출간되었다. 무모해 보이지만 자신만만해 보이기도 하다. 다섯 권을 함께 구매했는데, 시리즈에 순서를 의미하는 숫자가 달려 있지 않다. 그러니까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일단 난감하다. 다섯 권의 책을 하나씩 들었다 놓았다 하며 망설였다. 그리고 장석주와 박연준, 부부가 함께 쓴 책을 읽기로 하였다. 아내와 나도 함께 책을 읽는다, 나는 종이책으로 아내는 전자책으로.


  “돈의 모자람이 불행을 불러올 순 있어도, 돈의 넘침이 항상 행복을 불러오진 않으리라고 본다. 돈이 넘친다는 것은 사는 데 가장 커다란 불안 요소 하나를 없애주는 것일 테지만, 행복은 별개의 문제다. 돈으로 남의 마음(환심)을 살 순 있어도, 돈으로 내 마음까지는 못 살 테니까...” (p.57, 박연준, 1월 22일, <무라카미 류, 살아남는다는 것에 대하여> 중)


  2017년 1월 1일에서 6월 30일까지, 하루에 한 권씩 부부는 각자 읽고 따로 썼다. (책의 말미에는 나머지 날 그러니까 7월 1일에서 12월 31일까지 읽은 책의 목록이 첨부되어 있다.) 장석주가 읽은 책의 5% 정도, 박연준이 읽은 책의 80% 정도는 나도 읽었다. 그래서인지 장석주의 책읽기 보다는 박연준의 책일기 쪽에 더 마음이 쏠린다. 왠지 장석주의 것은 리뷰처럼 여겨지고, 박연준의 것은 일기처럼 느껴진다.


  “타니아 슐리의 『글쓰는 여자의 공간』은 여성 작가 35인이 어떤 공간과 환경에서 글을 썼는지를 살펴보고 말하다. 누군가는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누군가는 침대에나 부엌 식탁에서 쓴다. 심지어는 화장실 변기 위에 널판때기를 올려놓고 글을 쓴 작가도 있다. 반듯한 ‘자기만의 방’에서 글을 쓴 여성 작가는 드물다. 글의 분량이 적은 것은 아쉽지만, 사진들은 기대보다 훨씬 좋다...” (p.228, 장석주, 4월 15일, <타니아 슐리, 글쓰는 여자의 공간> 중)


  지난 연말 아내는 내게 2017년에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자신은 백여 권을 읽었다고 했다. 나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고 그날 저녁 내가 얼마나 읽었는지 몰래 세어보았다. 일기처럼 정리를 한 것이 백이십여 권이니 실제로 읽은 책은 백삼십여 권쯤일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니까 삼일에 한 권 정도가 된다. 고양이 용이가 아프지 않았다면 좀더 읽을 수 있었을 텐데.


  “제대로, 그러니까 ‘진짜’ 인생을 사는 사람은 은둔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면을 굽어살피는 데 충실하기 때문이겠지. 단순하게 살자. 욕심을 버리고, 단순하게.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자연의 일부야, 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는 저녁. 간신히 밤이, 옛날에 섞여 온다.” (p.305, 박연준, 5월 22일, <헬린 니어링 스콧 니어링, 조화로운 삶> 중)


  두 사람은 각자 책을 구매하고 따로 읽지만, 어떤 책들은 시차를 두고 혹은 동시에 읽는 경우도 있다. 나와 아내도 예전에는 그랬지만 요즘은 흔치 않은 광경이다. 아내는 이제 소설을 드물게만 읽고, 나는 아내가 읽는 자연과학서적을 아주 가끔 읽는다. 그래도 가끔은 겹치기도 한다. 나는 종이책으로 테드 창의 소설집을 여태 조금씩 아껴서 혼란스러워하며 읽는 중이고, 아내는 전자책으로 모두 읽었다.


  “사람이 늙는 것은 인체를 구성하는 60조에 이르는 세포가 분열 능력을 잃고 복제 노쇠replicative senescence라는 한계에 이르기 때문이다. 늙어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없을 때 할 일은 딱 두 가지다. 독서와 음악을 벗삼는 것. 그때를 위해 부지런히 책을 사 모은다...” (p.312, 장석주, <엘런 제이콥스, 유혹하는 책 읽기> 중)


  책을 읽는 중간중간 온라인 서점의 카트에 여러 권의 책을 담았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라고 혼잣말 하면서도 참지 못했다. 당장 읽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읽을 거니까, 합리화를 시도하면서 곧 구매 버튼을 누르게 될 것이다.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전자책만 구매하는 아내는 배달된 책을 발견하면, 이 좁은 집에 책만 쌓여간다며 잔소리를 늘어놓겠지만 길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도 함께 읽는 부부다.

 

장석주 박연준 /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 난다 / 403쪽 / 2017 (2017)

 

  ps1. 책일 읽는동안 간혹 이 부부가 서로에게 건네는 멘트에 괜스레 민망해지고는 하였다. 책의 제목인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는 장석주가 박연준에게 보낸, 결혼하기 이전의 편지글에서 따온 것이다. “...나는 새벽에 시를 모아놓은 파일을 열어 조금씩 고치고, 개수대에 있는 그릇들 몇 개를 씻어놓고, 호박죽 남은 것 하나를 먹었어요. 조금 있다 북티크에 교정지를 들고 나가서 볼 작정이오. 여기, 새벽에 고친 시 한 편을 보내니,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p.363, 박연준, <아모스 오즈, 첫사랑의 여름> 중 장석주가 보낸 편지 인용)


  ps2. 남겨 놓고 싶은 재인용 문장이 있다. 올리버 색슨의 책에 실려 있는 문장이라고 한다. 『마침내 갈 때가 되면, 프랜시스 크릭이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순간까지도 일하다가 갔으면 좋겠다. 크릭은 대장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처음에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냥 일 분쯤 먼 곳을 바라보다가 곧장 전에 몰두했던 생각으로 돌아갔다. 몇 주 뒤에 사람들이 그에게 진단이 어떻게 나왔느냐고 물으면서 들볶자 크릭은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지”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는 가장 창조적인 작업에 여전히 깊이 몰입한 채로 여든여덟 살에 죽었다.』 (p.65, 박연준, 1월 26일, 올리버 색스 <고맙습니다>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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