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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도서]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하워드 진,레베카 스테포프 공저/김영진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나는 역사를 장식한 오랜 영웅들의 결점을 지적함으로써 젊은이들의 환상이 깨지는 일에 대해서 염려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태껏 영웅으로 간주되어 왔지만 실상은 그런 찬사를 들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 관해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우리는 콜럼버스가 했던 일에 대해서 영웅답다고 생각해야만 하는 것인가? 이 땅에 도착해서 황금을 찾기 위해 광란의 폭력을 휘두른 게 그가 했던 일인데 말이다. 왜 우리는 앤드루 잭슨이 인디언들을 살던 곳에서 내몬 일을 영웅답다고 생각해야 하는가? 왜 우리는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영웅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그는 미국-스페인전쟁을 일으켜서 스페인 세력을 쿠바에서 축출했지만, 그것은 미국이 실상 쿠바의 통제권을 빼앗기 위해서 했던 일인데 말이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영웅을 필요로 한다. 사람들을 감탄하게 할, 나아가 인간이라는 존재가 살아가야 할 바를 보여줄 모범사례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바르톨로메 데 라스 카사스를 영웅으로 내세우고 싶다. 콜럼버스가 바하마 제도에서 마주친 인디언들에게 행했던 폭력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또한 체로키 인디언들을 영웅으로 내세우고 싶다. 원래 살던 땅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저항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마크 트웨인도 영웅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필리핀에서 수백 명을 학살한 장군을 칭찬하자 과감히 그것을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나는 헬렌 켈러도 영웅이라고 본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미국의 젊은이들을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도살장으로 보내기로 결정한 것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pp.13~14, <들어가며> 중) 



  2020년 5월 25일 오후 46세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인 조지 플로이드가 미니애폴리스 경찰관 데릭 쇼빈과 그의 동료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데릭 쇼빈이 플로이드의 목을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자신의 무게를 고스란히 실어) 팔 분여 동안 무릎으로 누르는 장면이, 플로이드가 쇼빈에게 숨을 쉴 수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행인에 의해 촬영되었고, 모든 이들이 그것을 보았다.



  “역사의 그물망은 흑인들을 아메리카의 노예제로 옭아매었다. 이 그물망은 굶주린 정착민들의 절망적인 위기감, 고향을 잃은 아프리카 흑인들의 무기력함, 노예무역 상인들과 담배 재배자들에게 보장된 이윤, 그리고 반란을 일으킨 노예들을 마음대로 처벌할 수 있는 법과 관습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식민지 지배자들은 백인들과 흑인들이 평등하게 함께 단결하지 못하게 차단하기 위해 가난한 백인들에게 신분상의 작은 이익과 혜택을 주었던 것이다.” (p.40)



  Black Lives Matter, 블랙 라이브스 매터,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는 명제를 중심에 놓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 대한 폭력과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시위가 플로이드 사망 사건 하루 뒤인 5월 26일부터 시작되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는 일부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며 군 투입 가능성까지 언급했지만 국방장관은 가능성을 일축하였고, 시위 또한 더욱 평화로운 모습으로 진행되었다.



  “남부의 대농장주들에게 가장 두려운 일은 흑인 노예들과 가난한 백인들이 베이컨의 반란 같은 대규모 봉기에 동참하는 것이었다. 인종차별은 흑인들과 백인들이 단결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버지니아의 노예제를 연구한 역사가 에드먼드 모건은 《미국의 노예 제도, 미국의 자유》에서 인종차별이란 흑백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은 백인 지배자들이 흑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p.51)



  요며칠 외신에서는 머리가 잘려나간 콜럼버스의 동상이 화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신대륙을 개척한 모험가라는 공의 측면이 아닌 백인 우월주의자의 입장에서 신대륙의 원주민을 학살한 인물이라는 과의 측면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시위대의 공격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가하면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도 인종 차별과 흑인 착취에 앞장선 이들의 동상이 시민에 의해 쓰러뜨려졌다. 



  “미국 정부가 노예주들과 싸운 것은 노예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부의 막대한 영토와 자원, 시장을 얻기 위해서였다. 노예제의 종식은 정치판에 새로운 세력들의 등장을 불러왔다. 그러한 세력들 가운데 첫 번째는 인종적 평등에 관여하고 있던 백인들이었다. 일부 백인들은 남부로 가 교사가 되거나, 해방 노예들을 돕기 위해 정부에서 설립한 해방노예국(Freedmen’s Bureau)의 관리가 되었다. 두 번째는 자신들이 얻은 자유에 의미를 부여하기로 결심한 흑인들이었다. 세 번째는 공화당이었다. 연방정부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고 싶어한 공화당은 남부 흑인들의 표를 기대하고 있었다. 북부의 사업가들도 공화당의 정책이 자신들과 이해를 같이한다고 판단하여 그 상태가 지속되기를 원했다.” (pp.123~124)



  《살아 있는 미국 역사》의 원제는 ‘A Young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인데 이는 이 책이 하워드 진의 유명한 저서 《미국 민중사(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의 축약본이기 때문이다. ‘신대륙 발견부터 부시 정권까지, 그 진실한 기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은 영웅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주류 역사 기록이 놓치고 있는 ‘진실’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사회의 하층민들은 어느 때보다도 불우했다. 흑인들, 히스패닉, 여성들, 그리고 젊은이들은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몸살을 앓았다. 1980년대가 끝날 무렵, 미국 흑인 가정의 3분의 1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빈곤 한계선(빈곤의 여부를 구분하는 최저 수입-옮긴이)보다 못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흑인들의 실업률은 백인들보다 심각했고, 평균 수명은 낮았다. 민권운동은 일부 흑인들의 신분 상승이라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대부분의 흑인은 최하위층 생활을 했다.” (p.268)



  그렇게 《살아 있는 미국 역사》는 어쩌면 지금까지 미국이라는 나라의 유전자에 각인된 채 뿌리 깊게 지속되는 불편한 진실들, 콜럼버스의 신대륙 개척이 일종의 종족말살이었다는 진실, 미국의 독립선언서에서 인디언, 흑인노예, 여성은 제외되었다는 진실, 미국의 헌법은 지배 집단의 이해에 봉사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는 진실, 링컨은 노예 해방을 위해 남북전쟁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는 진실 등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 내가 처음으로 역사 공부를 시작했을 때, 유색인종들을 무시함으로써 역사 교육과 역사 서술이 얼마나 지독하게 왜곡되어 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렇다. 미국의 역사에는 인디언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사라진다. 흑인들도 노예였을 때에는 역사에 등장하지만, 자유를 얻고 난 이후에는 자취를 감춘다. 이 나라의 역사는 백인들의 역사였기 때문이다. 인디언들과 흑인들이 당한 학살이 간혹 언급되더라도 주목을 받지 못한다.” (p.317, <나오며> 중) 




하워드 진, 레베카 스테포프 / 김영진 역 /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A Young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 추수밭 / 335쪽 / 200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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